보정 어플

by 폰더

오랜만에 서울 나들이가 있어 말끔하게 머리하고 리넨 셔츠를 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가 만든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약속 취소 전화를 받았다. 머리 한 게 아까우니 셀카나 찍자 했는데 서핑으로 탄 피부가 거슬렸다. 보정 어플로 찍은 사진을 동거인 윤양에게 보여줬다. 그가 말하길.


"야 이런 사진 올리지 마."

"왜?"

"착각하잖아."

"왜 많이 달라?"

"한 10년은 젊게 나왔어!"

"뭐 어때."

"아니 네가 착각한다고!"




드라마 '런 온'에 신세경 대사 중 이런 말이 있었다.

"혹시 방금 말을 뾰족하게 했어요? 나 왜 따끔하지?"


나 많이 따끔했다. 남들의 착각보다 내 착각이 더 무서운 거라는 그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부캐라고 생각하면 좀 다른 게 뭐 어때, 이목구비가 완전히 딴판도 아니고 피부 조금 뽀얗고 잡티 안 보이게 한 건데,라고 자기 합리화를 했던 거다. 윤양은 그렇게 보정 사진을 보다 거울을 직면하면 자신 얼굴이 이상하다고 '어디 좀 고쳐야겠다'라는 소릴 하게 된단다. 실제로 그랬다. 사진을 보니 보톡스가 맞고 싶어 졌다. 팔자 주름이 너무 도드라져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문도 한다. 외모를 '조금, 약간, 살짝, 티 나지 않게' 보정한다는 건 어디까지일까? 그리고 그것이 내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누구 말대로 '본판 불변의 법칙'이라고 원래 미모가 받쳐주지 않으면 보정 어플도 별 소용없는 것 아닌가? 이게 뭐 금전적 피해를 주는 사기도 아닌데 나쁘다고 할 수 있을까?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건 어디까지인가? 내 기미까지 사랑하라고?


나 자신은 나이 드는 게 두렵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젊음에서 멀어지는 건 부정하고 싶었던 것 같다. 모순인데 말이다. 예쁜 것보단 매력적인 게 좋고 여성스러운 것보단 건강하고 생기 있어 보이는 게 좋아서 그렇게 나이 들려고 노력 중인데 마음은 아직 노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됐나 보다. 서핑 다 하면 피부과 가야겠다. 그래도 노력은 해야 하니까. 저런 말로 나를 생각에 빠지게 한 윤양은 작은 눈을 보강하기 위해 열심히 아이섀도(eye shadow)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