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그마에서 시작하던 방식을 버리고, 작업 순서를 바꿨다
예전에는 피그마를 켜는 순간 일이 시작됐다. 기능정의서를 보면서 화면을 만들고, 만들면서 방향을 고민하고, 틀리면 다시 만들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시간은 계속 늘어났다.
지금은 순서를 바꿨다. 피그마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먼저 정리하고, 그다음 만들고, 마지막에 완성한다. 이 차이 하나로 작업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다.
첫 단계는 노션에서 기획 문서를 만드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단순 기록이 아니라 “기능정의서 수준”으로 정리하는 것이다. 어떤 화면이 필요한지, 사용자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 상태값은 어떻게 나뉘는지까지 명확하게 정리해둔다.
물론 이또한 클로드가 하게 한다. 나는 초기에 팀원들과 이 프로젝트에 대해 노션으로 ai 회의록 남긴 링크만 제공하고, 이외의 분석 및 작성은 클로드가 진행한다. 나는 완성된 기획 문서에 대해 또 다시 팀원들과 음성으로 회의하고, 또 클로드가 이를 듣고 기획 문서를 수정 및 개선하는 과정을 반복하면, 결국 우리 팀이 원하던 기획 문서가 완성되어있다.
이 문서는 단순한 기획서가 아니라, 이후 AI에게 일을 시킬 때 기준이 되는 문서가 된다. 결국 이 단계에서 얼마나 명확하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이후 결과물의 퀄리티가 달라진다.
디자인시스템을 ‘읽히는 형태’로 바꿨다
두 번째 단계는 피그마 디자인시스템을 md 파일로 정리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디자인시스템이 피그마 안에만 존재했다면, 지금은 AI도 이해할 수 있도록 텍스트 형태로 정리해두어야 한다.
이 작업을 하고 나면 AI가 화면을 만들 때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이 아니라, 우리 서비스의 기준 안에서 결과를 만들어낸다. 기능정의서가 “무엇을 만들지”를 정의한다면, 디자인시스템 md는 “어떻게 만들지”를 정의한다.
세 번째 단계는 클로드에게 페이퍼에서 디자인을 뽑아달라고 시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한 번에 많은 걸 시키지 않는 것이다.
예전에는 하나의 기능을 통째로 만들려고 했다면, 지금은 화면 단위 혹은 기능 단위로 나눠서 요청한다. 예를 들어 로그인/회원가입이라면 로그인/회원가입/비번찾기/아이디찾기/구글로 로그인 등을 전체를 한 번에 시키지 않고, 각 기능을 나눠서 진행한다.
이렇게 하면 결과의 밀도가 훨씬 높아지고, 클로드가 기능 정의서를 더 꼼꼼히 읽고 디자인을 시켜주며 이후 수정 범위도 훨씬 줄어든다.
페이퍼에서 빠르게 UI를 만들고, 그 결과를 피그마로 가져온다. 이때 디자인시스템 md와 피그마의 디자인시스템이 잘 맞아 있다면, 토큰 연결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즉, 페이퍼에서 만든 결과가 완전히 새로운 작업물이 아니라, 피그마에서 바로 다듬을 수 있는 상태로 들어온다.
이 순간부터 피그마는 “만드는 툴”이 아니라 “완성하는 툴”에 가까워진다.
마지막 단계는 컴포넌트를 하나씩 연결하는 것이다. 중요한 건 처음부터 완벽하게 맞추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큰 구조(폰트/토큰/컬러 등)부터 맞추고, 그 다음 핵심 컴포넌트(버튼, 뱃지 등), 그 다음 세부 요소 순으로 정리해나가면 훨씬 빠르게 완성된다.
이 과정은 AI가 만든 초안을 우리 서비스 기준으로 맞추는 단계라고 보면 된다.
이 방식을 한 줄로 정리하면 이렇다.
나는 디자인을 더 잘하게 된 게 아니라, 디자인을 시작하는 방식을 바꿨다.
예전에는 피그마를 켜면서 고민했고, 지금은 고민을 끝내고 피그마를 켠다.
그 차이 하나로 작업 속도보다, 결과의 정확도가 달라졌다.
지금도 피그마부터 켜고 있다면, 속도가 느린 게 아니라 시작 방식이 잘못된 걸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