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작업 속도가 빨라지는 진짜 이유

손이 아니라, 생각이 빨라졌을 때 생긴 변화

by Ponyo

디자인을 하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왜 저 디자이너는 유독 작업이 빠를까?

나도 예전에는 작업 속도가 빠른 편이 아니었다.

하나의 화면을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고, 계속 수정하고 고민하다 보면 결국 시간에 쫓기게 되는 일이 반복됐다. 분명 열심히 하고 있었는데도 속도는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작업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지기 시작했다. 툴이 갑자기 좋아진 것도 아니었고, 손이 특별히 빨라진 것도 아니었다. 돌이켜보면 변화의 이유는 단순했다.

디자인을 그리는 방식이 아니라, 디자인을 생각하는 방식이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레퍼런스를 ‘내 머릿속에' 쌓는다

가장 먼저 달라진 건 레퍼런스를 대하는 태도였다.

예전에는 좋은 디자인을 보면 그저 ‘잘 만들었다’ 정도로 넘겼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레퍼런스를 그냥 보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에 쌓기 시작했다.

이 레이아웃은 왜 안정적인지, 이 구조는 어떤 상황에서 쓰이는지, 이 색 조합은 왜 자연스러운지 같은 것들을 계속 생각하면서 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패턴이 쌓였다.


그 이후부터는 디자인을 할 때마다 어떤 화면이든 비슷한 상황의 레퍼런스가 자동으로 떠올랐다.

이건 이런 구조가 맞겠다는 감각이 생기면서 작업 속도는 자연스럽게 빨라졌다.





'수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또 하나 크게 달라진 점은 수정을 대하는 태도였다.

예전에는 이미 만든 시안을 크게 바꾸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방향이 애매해도 조금씩만 수정하면서 끌고 가려 했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결국 그저 그런 결과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다.

오히려 처음에 아니다 싶으면 빠르게 버리고 다른 시안을 시도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었다.


수정이 두려워서 끌고 가는 것보다, 방향을 빠르게 바꾸는 것이 결과적으로 더 빠른 길이었다.





'만들면서' 고민하지 않는다

속도가 느릴 때는 항상 만들면서 고민했다.

이게 맞는지, 다른 게 나은지, 색을 바꿔야 하는지 같은 생각을 하면서 작업을 진행하다 보면 어느 순간 길을 잃게 된다. 그리고 결과는 대부분 통일성 없는 애매한 시안들이다.


반대로 속도가 빨라진 이후에는 순서가 바뀌었다.

먼저 생각하고, 그 다음에 만든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어떤 구조로 갈지, 어떤 느낌으로 만들지, 어떤 레퍼런스를 참고할지를 머릿속으로라도 정리한 뒤 작업을 시작하면, 이미 쌓여 있는 레퍼런스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디자인이 훨씬 빠르게 진행된다.




결국은 ‘결정 속도’다

결국 가장 큰 차이는 결정하는 속도였다.

디자인 속도는 얼마나 빠르게 판단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게 더 나은지, 지금 시안이 충분한지, 방향이 맞는지에 대한 판단이 빠를수록 작업 속도도 함께 빨라진다.

그리고 이 판단 기준은 결국 레퍼런스와 경험에서 나온다. 머릿속에 다양한 기준이 쌓여 있을수록 고민하는 시간은 줄어들고, 선택은 빨라진다.





디자인 속도는 '손이 아니라 생각'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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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디자인 속도를 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툴을 잘 쓰면 빨라질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디자인 속도는 얼마나 빠르게 그릴 수 있느냐보다, 얼마나 빠르게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느냐에 더 가까웠다.


돌이켜보면 작업 속도가 빨라졌던 순간은 손이 빨라졌을 때가 아니라 생각이 정리되기 시작했을 때였다.

그래서 요즘은 디자인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생각하려고 한다.

이 화면은 왜 필요한지, 이 구조가 왜 적절한지, 다른 방식은 없는지를 먼저 고민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 디자인은 자연스럽게 빨라진다.



디자인 속도는 결국 연습량보다
얼마나 빠르게 판단할 수 있는지,
얼마나 잘 쌓아둔 기준을 꺼낼 수 있는지에 가까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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