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문제는 클라이언트가 아니었다
일을 하다 보면 꼭 한 번쯤은 만난다.
연락이 잘 안 되고, 피드백은 늦고, 말은 계속 바뀌는 클라이언트.
처음에는 이렇게 생각했다.
“왜 이렇게 답답하지?”
“왜 이렇게 일하기 힘들게 하지?”
그런데 몇 번 겪고 나서 알게 됐다.
문제는 클라이언트가 아니라,
내가 그 상황을 다루는 방식이었다.
답 없는 클라이언트는 언제나 존재한다.
하지만 그 프로젝트를 망치느냐, 잘 끌고 가느냐는 디자이너의 대응에 달려 있다.
가장 흔하고, 가장 답답한 유형이다.
작업은 멈춰 있는데, 클라이언트의 답장은 며칠씩 오지 않는다.
이럴 때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기다리는 것”이다.
하지만 기다리는 순간, 프로젝트의 주도권은 완전히 넘어간다.
이럴수록 오히려 더 명확하게 대응해야 한다.
답장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주기적으로 보내고, 계약 기간을 계속 리마인드해야 한다.
“이 일정 이후에는 작업이 어렵다”는 기준을 분명히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실제로 클라이언트의 딜레이로 일정이 밀렸다면,
계약 연장 및 추가 비용을 반드시 이야기해야 한다.
이건 예의의 문제가 아니라, 프로젝트를 지키는 방식이다.
2px 옮겼더니 다시 2px 돌려달라고 하는 순간, 디자이너의 멘탈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런 상황에서 계속 수정만 반복하면, 작업은 끝나지 않는다.
문제는 피드백의 양이 아니라, 방식이다.
이럴 때는 결과를 계속 캡쳐해서 보내기보다,
아예 실시간으로 화면을 공유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줌이나 피그마 링크를 통해 함께 보면서 수정하면
의사결정 속도가 훨씬 빨라지고, 불필요한 왕복이 줄어든다.
“수정”을 줄이려면, “과정”을 공유해야 한다.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순간이다.
분명 내가 만든 디자인이 더 나은데...
이상한 방향으로 계속 수정 요청이 들어온다.
이때 중요한 건 자존심이 아니라, 설득이다.
단순히 “이게 더 좋아요”라고 말하는 건 설득이 아니다.
왜 이 방향이 더 좋은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보여줘야 한다.
가끔은 클라이언트가 요청한 방향과 내가 제안하는 방향을 함께 보여주면서
비교가 되도록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더 나은 결과를 위한 설득”이어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건, 클라이언트의 요청이 합리적인 경우라면
그 안에서 최대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디자이너의 역할이다.
이 말은 편하게 들리지만, 사실 가장 위험한 신호다.
이 유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정말 맡기는 사람과,
맡긴 것처럼 보이지만 나중에 모든 걸 바꾸는 사람.
문제는 후자다.
머릿속에 이미 기준이 있는데, 그걸 말로 설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알아서 해주세요”라고 말하는 경우다.
이 상태로 디자인을 시작하면, 결국 전면 수정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이럴수록 시작 전에 시간을 써야 한다.
기획서나 가이드가 없다면, 인터뷰를 통해 최대한 많은 정보를 끌어내야 한다.
“원하는 게 뭐예요?”가 아니라
“이건 괜찮고, 이건 싫으신 이유가 뭔가요?”까지 물어야 한다.
디자인은 손으로 시작하는 게 아니라,
질문으로 시작하는 작업이다.
좋은 디자이너는 디자인만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
상황에 따라 대응 방식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이다.
어떤 클라이언트를 만나더라도
그 상황에 맞는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끌고 갈 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이 결국 계속 선택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