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그것이 무엇이든 내 것이라 생각했던 어떤 것을 잃어버리면 아주 사소한 것도 큰 의미가 되어버리는 것 같다. 유난히 말조심을 하게 되고 말을 아끼는 이야기지만, 그런 사람이 있었다. 나에겐 누구보다 좋은 사람이었고, 또, 그보다 나쁜 사람도 없어서, 아주 사소한 일에도 괜히 한 번 떠올리게 되고, 그러다 보면 또 괜히 마음이 울적해지고 그런 거. 한 번은 그 친구에 대해 나쁜 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 물론 우리가 ‘끝나버렸다’는 걸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 친구의 문제점이라든가 하는 험담을 가볍게 늘어놓을 수도 있었겠지만, 미안하게도 나는 아직 그게 마음이 아프고 싫어서 그런 게 아니야~ 하고 나도 모르게 편을 들고 대신 변명을 늘어놓고 있었다. ‘다들 그렇게 생각을 한다’는 데에, 내색은 안 했어도 속으로는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내가 바다같은 마음씨와 착해빠진 성격을 가진 소위 ‘착하고 순한’ 인물은 절대 아닐 뿐더러, 그 ‘문제점’이라는 게 사실 나도 참 공감을 하는 부분이었음에도 그랬다.
내 옆에 있든 이제는 나와는 무관한 사람이 되었든, 그 애가 욕을 먹는 게 참 싫었으니까. 내가 생각해도 꼴 사납고 우습지만, 사실은 싫은 기억도 좋은 기억의 연장이고 내게는 참 좋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이제 와 뒤늦게 옛날을 돌이켜 보면, 그렇게나 끊임없이 어긋난다고 생각하면서도 한 편으론 신기할 정도로 마음이 맞는다고 생각했었고, 그만큼 ‘신경을 써서’ 좋아해본 사람도 없었고, 지금 놓치면 두 번 다시 못 만날 것 같은 존재도 처음이었다. 타인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조차 함께 눈을 빛내며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에 남 몰래 감사하기도 했었고.
이제 와 무슨 소용이겠냐만은. 지금은 그저 ‘시간이 약’이라는 말에 묵묵히 고개만 끄덕끄덕. 그래도 아직 가끔은, 어떤 재밌는 얘기나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발견하게 될 때마다, 아, 꼭 얘기해줘야지~ 하고 생각을 하곤 해. 금세 불가능함을 깨닫고 또 다시 짧은 한숨만 내쉴 뿐이지만. 누구나 쉽게 깨달을 법한 얘긴데, 사람 인연이라는 거, 참 쉽더라. 그렇게 좋은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이렇게 쉽게 가위로 잘라낼 정도의 관계였으면 처음부터 안 봤어야 했는데.
그 때 내가 그랬지. 섣불리 불안하다는 말을 입에 올리는 네게, 내가 날아갈 것 같으면 둥지에서 밀어 떨어뜨려서라도 그 날개를 부러뜨려버리라고. 그런데 그 둥지는 어디로 갔는지 도통 찾을 수가 없고, 날개마저 잃어버렸네. 사실 아무 것도 아닌데, 그래봐야 스쳐가는 인연일 뿐 특별할 건 하나도 없는데, 마치 길 한 복판에서 완전히 방향을 잃어버린 기분. 간단히 생각하자고 해놓고, 결국 서로가 이것도 저것도 아니었던 거야. 잠시 옛날 생각을 하다가 피식 웃어버리든 마음이 아프든 도달하게 되는 결론은, 아, 진짜 너 싫다! 짜증나! 싫어! 아주 지겨워! 그런데 나만 욕할 거야! 아무도 욕하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