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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 하루 Nov 12. 2022

소여사에게 유튜브란

소여사에게 핸드폰은 전화를 하고 받는 것, 카톡을 하는 것을 위한 용도였다. 소여사에게 스마트폰은 결코 스마트하지 않았고 카톡을 한다는 것 외에는 2G 폰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그러던 소여사가 유튜브를 본다. 


첫째가 좋아하는 진미채 볶음을 만들던 중이었다. 지난번 진미채 볶음이 좀 딱딱했던게 마음이 쓰였던지 부드러운 진미채 볶음을 만들고 싶어 하셨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요리하는지 좀 찾아봐 주겠냐고 하셔서 유튜브에서 '부드러운 진미채 볶음'을 검색했다. 나이가 지긋해 보이시는 분이 다소 어색하게 설명을 하며 요리를 하는 채널을 찾았다. 말을 유창하게 잘하지 않아서 어쩐지 더 끌렸다. 소여사에게 영상을 보여주었더니 양념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멈춰달라 하셨다. 진미채를 마요네즈에 버무리면 부드러워지고 맛이 더 고소하다고 했다. 유튜브의 도움을 받아 만든 소여사의 진미채 볶음은 전보다 더 고소하고 부드러웠다. 첫째는 진미채 볶음이 떨어질 때까지 몇 끼를 맛있게 먹었다. 


소여사는 유튜브에 눈을 뜨게 되었다. 유튜브를 보며 원래 요리에서 조금씩 맛을 업그레이드 해나갔다. 사실 본인이 할 줄 아는 요리를 찾아 확인하는 것이 더 큰 것 같다. 다른 사람도 나랑 똑같이 요리를 하는구나. 별다른 것이 없구나 하며 안심한다.


유튜브를 보고 만든 무장아찌가 정말 맛있게 담가졌다. 이모에게 나누어주었더니 레피시를 물어본 모양이다. 이걸 어떻게 알려줄지 고민하기에 주소를 카톡에 공유하는 법을 알려드렸다. 그 뒤로 마음에 드는 레시피를 발견하면 소여사 본인 채팅 창에 공유하며 다시 찾아보며 알차게 사용한다. 


유튜브가 활성화 되고 요리책을 뒤적거리거나 요리를 잘하는 사람에게 전화로 물어보던 정겨움은 사라졌지만 대신 더 편리해졌다. 집집마다 조금씩 다르던 음식 맛이 유튜브 때문에 점점 단맛과 짠맛이 강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유튜브에서 새로운 요리법을 찾고, 해보면서 즐거워하는 소여사의 모습을 보니 그 걱정은 지나친 오지랖 같기도 하다.


그 후로 식탁에 돋보기를 쓰고 앉아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소여사의 모습을 종종 보게 되었다. 내일은 뭘 넣어 도시락을 쌀지 걱정하던 젊은 날의 소여사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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