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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 하루 Mar 14. 2023

13살은 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아이들이 조용히 글을 서걱대고 있는 아침, 조용히 교실 뒤쪽에 가서 아이들 뒷모습을 보았다. 짧은 머리는 남자, 긴 머리는 여자라는 공식에 어긋난 학생이 한 명도 없다. 머리카락이 짧으면 안 된다는 규칙이라도 있는지 여학생들은 한결같이 머리카락이 길다.


귀밑 3cm의 촌스러운 단발머리로 중학교, 고등학교 시간을 보낸 나는 그런 모습이 썩 단정하지 못하다고 느낀다. 이렇게 라떼를 외치는 꼰대가 되어가는 것인가.


머리를 감고 말릴 때 시간이 많이 걸릴 텐데, 수업 중에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이 방해가 될 텐데, 뒷목에 치렁거려 간지러울 텐데 하는 여러 핑곗거리를 대보았지만 긴 머리카락이 별로라고 느낀 건 단정하지 못하다는 예전 어른들의 시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촌스러운 단발머리로 6년을 지내는 동안 매번 미용실에 가서 다른 요구를 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머리끝을 반듯하게 해 주세요, 앞머리를 내주세요, 층을 내주세요, 가르마 방향을 바꿔주세요 등등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별반 다르지 않은 귀밑 3cm의 단발머리 스타일을 조금이라도 바꿔, 다르게 보이고 싶었던 시절의 나 말이다.


자세히 보니 여학생들 머리스타일도 조금씩 달랐다. 앞머리가 있기도 하고, 옆머리를 내기도 하고, 염색을 하기도 하고, 긴 머리를 풀거나 묶기도 했다. 그냥 단정하지 못한 헤어스타일이라고 뭉뚱그려버리기엔 조금씩 다른 머리스타일이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 있는 아이들 앞에서 나는 애써 철없이 굴어본다. 요즘 인기 있는 아이돌은 누군지 물어보기도 하고, 수다 떠는 무리에 슬쩍 끼어들어보기도 하고, 가끔 몸개그도 한다.


그럴 때면 아이들 얼굴에 슬쩍 미소가 어리는 것을 본다. 그 미소를 보려고 아이들 얼굴을 더 자세히 본다. 여학생들 머리스타일을 자세히 봐서 다르다는 것을 알았던 것처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던 시인의 말처럼  13살 아이들은 더 자세히 보아야 한다. 

그러면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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