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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도 Jan 19. 2022

숨쉬기 운동을 목적으로

파이미오 체어 (Paimio Chair / Armchair 41) 구입기

빈티지 가구를 수집하기 시작했을 때 가장 만만한 건 역시 의자 종류였다. 오브제나 소품은 그 가격에 비해서 실제로 사용하는 예가 적기 때문에 여러 번 고민하게 했고, 그에 비하자면 역시 의자가 적당한 가격을 지불하면서도 직접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오는 만족이 있었다.


하지만 의자 중에서도 주로 라운지에서 사용하는 암체어 종류는 가격대가 일반적인 의자들에 비해 비쌀 수밖에 없는데, 소재가 무엇이든지 간에 그러했다. 이런 경제적인 이유로 주로 내가 수집한 의자는 스툴 혹은 다이닝 체어였고, 암체어는 함께 생활한다는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었다. 스툴과 의자가 집에 사는 사람 수의 몇 배가 되어 갈 때까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꿈' 같은 의자는 있었는데 그중의 하나가 파이미오 체어(Paimio Chair)였다. 알바 알토(Alvar Aalto) 선생님의 암체어 41번. 팬데믹 이전에 핀란드 헬싱키에 위치한 스튜디오 알토(Studio Aalto)를 방문하면 파이미오 체어에 앉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줬었는데, 짧았지만 그 기억이 선명하다. 마침 그 직전에 파이미오 요양원(Paimio Sanatorium)을 다녀왔던 터라, 어떻게 활용됐었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등받이에 몸을 맡기고 숨쉬기 운동을 하며 기념사진을 남겼다. 그 짧은 시간이 약 1년 후에 나에게 영향을 미칠 줄은 그때는 생각도 못 했다. 


핀란드에 다녀온 지 1년이 못 돼서 나는 작은 병을 얻었고 수술받았다. 약 4일 정도 회복을 위해서 입원해 있었는데, 수술 후 주의사항 안내문에 나의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문구가 있었다. 


"수술 후 합병증 예방을 위한 방법 : 심호흡, 반좌위 자세 유지" 


어? 파이미오 체어가 있어야겠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파이미오 체어를 구입한다고 해서 얼마나 도움이 되겠냐마는, 그래도 작은 고개 하나를 넘은 나에게 이런 이유로라도 선물을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구입할 수 있는 곳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우선 가장 자주 방문하는 서울 강남구의 A와, 부산 해운대의 B에는 확보된 재고는 없었다. 컬렉터블 한 의자이기는 하나, 아무래도 나무 소재의 의자이기 때문에 암체어가 가져야 할 편안함이 덜 하고, 연식이 오래되어 나무가 잘 익었다고 하면 이미 앉을 수 없는 관상용 의자가 되어버린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말했듯이 워낙 컬렉터블 하고 이 방면의 역사에서는 한 획을 그은 의자이기 때문에 (현행으로 생산이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르는 게 값이기도 했다. 각 대표님을 통해 해외 옥션을 알아본다고 해도, 원하는 가격에 구입하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두 번째 방법은 위 두 곳만큼 자주 방문하지는 못하지만, 거래 이력이 있거나 1회라도 방문해 본 쇼룸을 통해 구입 가능 여부를 알아보는 것이었다. 알토 선생님의 드롭 리프 테이블을 구입하기도 했던 C에는 검은 색상의 파이미오 체어의 재고를 확보하고 판매하고 계셨는데, 하필 내가 알아보기 시작한 시점에는 이미 솔드 아웃된 상태였다. 어느 정도 가격선에서 판매되었는지가 궁금했는데, 보통 빈티지 가구의 경우 판매 완료되면 판매된 가격을 오픈하지 않는 경우가 있지만, 실례를 무릅쓰고 문의드린 후 대략적인 가격대를 알 수 있었다. 


C에 이어 방문한 곳은 같은 양평이지만 멀리 떨어져 있는 D였다. D에는 파이미오 체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다시 연락드린 게 첫 방문 이후로 몇 개월이 지난 시점이었기 때문에 이미 팔리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하지만 원래 어떤 상업 공간에서 요청하여 구입해놓으셨다던 70년대 (추정) 흰색 시트의 파이미오 체어는 주인을 찾지 못하고 여전히 쇼룸 한 켠에 있었다. 아직 자작나무의 파티나가 원하던 수준이 아니었다는 점이 아쉬웠으나, 파이미오 체어의 특성을 고려해봤을 때 너무 오래되지 않은 연식의 앉을 수 있는 (관상용이 아닌) 의자를 구입해야 의미가 있겠다 싶었다. 앉아서 숨쉬기 운동을 하며 '회복'을 위해서 구입하는 것이니까! 


파이미오 체어와 센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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