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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타에서 찾은 조선도공

일본 아리타 도자기

by 풀솜 Apr 27. 2024


기차여행     


전체 여행계획은 내가 짰지만 일단 여행이 시작되면 남편이 활약할 시간이다. 어제 후쿠오카 공항에 내렸을 때 택시로 호텔까지 오자고 했으나 남편은 굳이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은퇴한 지 5년이 넘어 몇 년 만에 외국여행하는 부부가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니 쉽지가 않았다. 우선 구글로 공항에서 호텔까지 동선을 확인한 후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고 호텔로 향했다. 요즘 버스요금은 얼마인지 지하철 요금은 얼마인지 어디에서 타는지 언제 내리는지 계속 신경 써야 했다. 다행히 남편의 일본어 실력이 녹슬지 않아 계속 물어보며 찾아다녔다. 지하철에서 내려 호텔까지 방향을 잘못 잡아 반대방향으로 가는 바람에 짐을 끌고 꽤 걸었다.       


후쿠오카에 도착한 다음 날 짐을 호텔에 두고 가볍게 나왔다. 오늘은 어제의 실수 덕분에 쉽게 지하철역을 찾을 수 있었다. 신기했다. 일본의 지하철은 40년 전 내가 처음 일본에 왔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시 우리나라는 기차를 타려면 들어갈 때 역무원이 표를 찍어주고 내릴 때 역무원에게 표를 주고 내렸다. 당시 일본에 오니 들어갈 때 기계에 표를 넣으면 탁하고 표가 찍혀 나오는 표를 들고 열차를 탄다. 그리고 내릴 때 표를 기계에 넣고 내려야 한다. 우리는 그 기계가 너무 첨단이라 놀라웠고 연세 드신 어느 분은 기계에서 나온 표를 가져오는 것을 깜빡해서 난감해하던 기억이 났다. 지금도 그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이 신기했다.      


남편은 이번 여행에 일정에 따라 기차표를 알아보고 짐을 옮기는 것이 자신이 할 일인 양 열심이었다. 몇 시에 어디로 갈 것인가? 어느 열차를 탈 것인가? 몇 가지 선택 방법 중 어느 방법이 요금이 적게 들면서도 빨리 갈 수 있나? 등등 확인하고 사람들에게 물었다. 여행 오기 전 호텔을 예약하면서 기차도 예약을 했었다. JR 규슈 5일권 3일권 등 사이트에서 일인당 14만 원 정도였는데 두 명이면 28만 원이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일정이 나온 후 계산을 해 보니 교통비가 그 가격의 반이면 가능할 것 같아서 취소했다. 직접 일본에 와서 보니 가격도 가격이려니와 기차를 선택하는 방법도 너무 많아 정기권을 샀다면 후회할 뻔했다. 


일본의 기차 요금은 우리나라와는 달랐다. 우리나라는 무궁화열차 새마을열차 KTX 요금이 다르고 표를 도 다른데 일본은 다케오온센역에서 사가역까지 가고 싶다면 완행열차를 타고 싶다면 완행요금만 끊으면 되는데 급행을 타고 싶다면 완행열차요금에 급행 좌석권을 또 끊어야 한다. 일정에 따라 어느 열차가 언제 있는지 복잡한 상황에 이미 열차표를 끊고 여행한다는 것은 여행을 더 힘들게 할 수 있다. 우리는 컨디션 상태에 따라 일정이 달라질 수 있어서 상황에 맞춰 열차표를 끊어서 싸고 편리하게 다닐 수 있었다.      


기차를 타면 어디까지 가는 열차이며 다음은 어느 역이라는 것을 계속 알려준다. 일본어는 간자로 한자를 쓰기 때문에 어느 정도 뜻이 통하나 싶었는데 일본어로 읽을 때 발음이 다르기 때문에 역이름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우리는 후쿠오카를 제외하고 작은 도시를 돌았다. 기차역 역시 작은 역에서 내리고 갈아탔다. 나름의 정취가 있었다. 역무원도 없었다. 역무원은 아닌데 제복을 입은 한 사람이 서 있었다. 장애인이었다. 아이와 놀아주고 뭔가 물어보는 사람에게 웃으며 인사하고 특별한 일은 아니지만 자신이 하는 일에서 책임감이 느껴졌다.     






 조선 도공의 역사가 서려있는 아리타 도자기


이번 여행에서 후쿠오카를 중심으로 북규슈를 시계방향으로 돌게 되었으니 요시노가리를 본 후 이마리나 아리따로 가려고 했다. 계획 때부터 그곳이 약간 침체된 도시라고 작은딸이 반대했다. 차선책으로 숙소를 다케오온센역으로 정했다.      


이마리 아리따는 일본 도자기가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던 중요한 곳이다. 아리따에서 훌륭한 도자기가 만들어지게 된 데는 조선 도공이 있다. 아리따는 정유재란 때 잡혀 온 조선의 도공이 자리했던 역사적인 곳이다. 이삼평묘와 비요의 마을엔 무연고 도공탑이 있다. 기차를 타고 가면서 이삼평 묘라는 표지를 보았다. 이삼평은 일본에서 신으로 추앙받고 있다. 


조선시대 우리는 기술을 천시해서 도공을 귀히 여기지 않았다. 임진왜란 때 끌려간 도공들이 일본에서는 최고의 대우를 받고 일본에서 좋은 도자기가 만들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품질 좋은 도자기 덕분에 일본의 근대화 과정에서 일본문화가 서양에 우리보다 먼저 알려졌다.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근대화가 늦어진 영향은 대단히 컸다. 


역사는 되돌릴 수는 없지만 반성할 대목이다




다케오온센 역에 도착한 것은 오후 4시 정도였다. 역에서 나오자마자 예약한 호텔이 있었다. 호텔의 위치는 무조건 역에서 가까운 곳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뚜벅이 여행객의 원칙이다. 호텔 체크인 후 짐을 풀고 동네를 둘러보는 것이 우리 여행스타일이다. 


카운터에 다가갔다. 직원이 외모로 보아 아랍계 외국인이었다. 이 시골에 외국인이 호텔직원인 것이 신기했다. 일본말을 무척 잘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우리가 방 예약이 안 됐다는 것이다. 우리는 호텔예약을 담당한 작은딸에게 전화해 보고 예약을 마칠 수 있었다. 곧바로 짐을 풀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거리를 걸었다.      


규슈의 소도시는 우리나라와는 많이 달랐다. 지형이 넓은 평야지대라서 넓은 도로와 주택단지가 마치 미국 길을 걷는 것과 같았다. 우리나라의 소도시는 높은 산을 피해 하천변에 주택지가 형성되기 때문에 자연지형을 이용해 집터를 마련해서 위에서 보면 자연스러운 곡선의 길이 나 있는데 일본은 소도시임에도 큰길은 물론 작은 도로도 정비가 잘 되어있었다. 


도시의 색도 일본의 집은 대체로 회색으로 통일되어 있었다. 우리나라 시골집들은 지붕이 빨강이나 파랑 등 다양한데 다케오온센시는 집의 색이 통일되어 있어 잘 정비된 모습으로 보였다. 저녁 식사를 위해 맛집을 찾아 다케오온센 시내를 걸었다. 우리나라와 같이 길에는 걷는 사람이 없었다. 회색의 도시 분위기가 더 스산해 보였다. 


다음 날 기차를 타고 아리타역으로 갔다. 시간은 부족하고 어디를 특정해서 가기도 힘들어 역에서 멀지 않은 규슈도자문화관으로 갔다. 규슈문화관의 5관은 폐쇄하고 1,2,3,4과만 관람할 수 있었다. 규슈 도자기가 유럽으로 가서 얼마나 호평을 받았는지 유럽의 왕실에서 일본도자기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등 서양으로 건너간 일본도자기에 대한 설명만이 장황하게 설명되어 있었다. 일본 도자기문화의 중심에 우리나라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잡혀간 조선도공에 대한 설명은 보지 못했다.      


일본은 무로마치시대 이후 다도문화가 발달했다. 상류층의 차를 마시는 문화는 각종 다회를 열면서 고급 다완이 필요했다. 정유재란을 도자기전쟁이라고 하는 이유는 정유재란 당시 일본은 우리나라 훌륭한 도공들을 잡아갔다. 규슈에 잡혀 온 도공들은 좋은 흙을 찾을 수 있는 곳에 가마를 만들고 도자기를 구웠다.


일본은 근세 개항하면서 이 지역에서 구운 도자기를 유럽에 수출했다. 유럽의 귀족들이 직접 자신들이 사용할 도자기를 구워달라고 오더를 내기도 했다고 한다. 따라서 아리따 도자는 유럽풍의 도자기도 많았다. 도자기의 수출은 도자기에 그치지 않았다. 도자기를 싼 종이에 그린 그림을 보고 서양 사람들이 일본의 그림을 접하기도 하여 일본 문화가 유럽에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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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화려한 도자기 문화 이전에 조선도공의 혼을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 일본 규슈 이마리 아리타 가라쓰 도자기 이면에 조선도공이 있다.  





다케오에 오면서부터 우리의 일정을 틀어졌다. 서둘러 가라쓰를 향해 출발하기로 했다. 무슨 일이든 한번 틀어진 계획은 다음 계획에도 영향을 준다. 처음 계획에는 이마리 아리따를 거쳐 가라쓰로 가기로 했으나 남편은 사가로 돌아가 사가에서 가라쓰로 가는 기차를 탈 것을 주장했다. 가라쓰에 도착해서야 남편은 이마리에서 가라쓰로 직접 오는 열차를 타는 것이 비용도 덜 들고 빠르다는 것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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