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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부스터 Dec 14. 2022

내가 결혼에 대한 글을 쓰려는 이유

육아를 하면서 내 꿈이 뭘까 생각해 봤다. 한동안 육아를 해서 그런지, 내가 뭘 잘했는지 뭘 할 수 있는지 조차 기억이 나질 않았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어떤 일을 전문적으로 했더라도, 7년 가까이의 공백이 생긴다면 누구나 그 일에 대한 자신감이 사라질 것이다. 



나는 현재 10년 가까이 결혼생활을 꽤 만족스럽게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저절로 이루어지진 않았다. 나는 결혼생활, 부부관계, 육아 이 모든 것에서 늘 배울 점은 없는지 뒤돌아보고 성장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래 내가 잘하는 건 결혼생활, 부부관계이구나. 그런데 그걸 잘한다고 자격증이 있지는 않다. 객관적인 성과 데이터도 없다.


단지 미혼인 친구들이나 친한 엄마들이 인정해준다. 가족들이 칭찬한다 정도가 성과라면 성과일 것이다. 그게 전부다. 그냥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꽤나 잘해온 것 중에 하나가 결혼 생활이었다는 것과 적어도 평균 90점 이상은 유지해오고 있다는 걸 나 스스로 알 뿐이다.


유튜브가 워낙 대세다 보니, 처음엔 유튜브로 나의 결혼생활 이야기를 풀어볼까 잠시 생각했었다. 자기실현도 하고 돈도 벌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유튜브는 생각보다 대본 짜기, 촬영, 편집까지 육아 맘인 나에게는 벽이 너무 커 보였다. 그렇게 어영부영 지내다가 다시 육아맘의 현실로 돌아왔고 내 꿈은 한동안 잊혔다.


나보다 7살 어린 나의 여동생은 늘 나에게 연애와 결혼에 대한 조언을 많이 구했다. 나는 실생활에서 겪었던 예시와 중요한 것들을 늘 목에 핏대까지 세워가며 열심히 가르쳐 주곤 했다. 내 동생 또한 적어도 평균 90점 이상의 결혼생활을 언젠가 누리기를 바라는 언니의 진심이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여동생은 나의 모든 조언에 귀 기울여주었고 항상 고마워했다. 목이 유난히 약한 나는 동생을 만나고 집에 돌아오면 늘 목이 쉬었다. 심하면 몸살까지 났다. 그래도 마음만은 뿌듯하고 보람으로 가득 찼다.


1-2달 전쯤부터 또다시 뭔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로와 적성을 찾는 영상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내가 평소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과 하지 말라고 해도 할 것 같은 것을 찾아보라는 내용이 와닿았다. 평소 같았으면 그냥 흘려들었을 조언인데 그날은 노트까지 펼쳐놓고 답을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내가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 것은 독서, 결혼생활에 대해서 동생에게 알려주기 위한 팁 정리하기, 명상을 통한 자기 성찰, 관계에 대한 공부 그리고 마음공부였다. 그리고 하지 말라고 해도 하게 될 것 같은 것 역시 독서, 즉 책이었다. 생각해보니 20대부터 참 많은 책을 읽어왔는데 그 수많은 책중에 왜 내 책은 없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름 적극적인 성격이라고 자부하고 살았는데, 책과 관련해서는 참으로 소극적으로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나의 이런 결혼생활의 소소한 팁들을 책으로 내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는 익숙해진 소소한 습관과 루틴들이지만,  누군가에는 이 또한 소중한 조언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그 시작이었다. 실제로 나의 결혼 생활 팁들을 전해 들은 지인들은 꽤나 신선하고 도움이 많이 된다는 얘기도 종종 하곤 했었으니까.


책을 써보고 싶다 생각은 그냥 막연하게 떠오른 생각이었음에도, 내 손은 이미 노트북을 타이핑하고 있었다. 나중에 다듬지 뭐 하면서 의식의 흐름대로 두서없이 글을 쓰는데, 생각의 속도보다 손이 더 빠르게 움직이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어쩌면 글 쓰는 일이 나에게 평생 하고 싶은 일이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그냥 즐겁고 웃음이 났다. 약간의 카타르시스도 느끼면서.


당장 책을 내는 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고 넋 놓고 있기엔 흐르는 시간이 아까울 것 같았다. 무엇보다 내 안에 전하고 싶은 말들이 너무나 많았다. 그래서 브런치를 시작하기로 했다. 나의 글에 대한 피드백도 궁금하기도 했다. 글 쓰는 사람들만 모여있다는 브런치라는 공간에서 영감을 받고 싶었다. 


함께 글 쓰는 것이 어쩌면 나에게 하나의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인생은 항상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르곤 하니까. 출판 기회가 오지 않더라도, 적어도 글쓰기가 나를 성장시키고 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되어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벅차오르기까지 했다.



그래서 오늘부터 나는 결혼에 대해서 글을 써보려고 한다. 나는 결혼 전에 결혼에 대한 책을 꽤 읽었다. 그런데 늘 아쉬웠던 것이 있다. 바로 책들 대부분이 암묵적으로는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대놓고 말하진 않아도 부정적 기운이 꽤 강하게 느껴지곤 했다. 


다 읽고 보면 보통 한 두줄로 정리되곤 했다. 결혼이란 것은 정말 힘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책을 읽고 배워야 그나마 버틸 수는 있는 것이다. 버틸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씁쓸했다.


또 다른 견해는 결혼을 하고 육아를 한다는 건, 자신의 인생을 거의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관점이 꽤 많았다. 아직 미혼이었던 나는 결혼을 알수록 점점 더 결혼이 두려워졌다. 많은 책을 읽어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두려움. 아무도 속시원히 알려주지 않는 미지의 세계를 맨땅에 헤딩하듯이 헤치고 가야 하는 것이 결혼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어느덧 결혼 10년 차에 가까워진 나는 여전히 결혼에 대해서 완벽한 해답을 주진 못한다. 사람 한 명 한 명이 너무나 다르듯이, 너무나 다른 두 남녀가 하나가 되어 만들어진 결혼은 놀랍도록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할 테니 말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결혼이 두려운 미혼 친구들과 현재 결혼 생활이 너무나 어렵다는 여자들, 육아 월드가 시작되고부터는 남편이 더욱 남의 편이 되어간다는 엄마들에게 조금이나마 행복을 찾아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나의 글을 시작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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