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성당 담벼락 숨표 하나

by 서툰앙마

해 뜰 무렵 일터로 향하고

해 질 녘 집으로 향하다 보니

겨울이 흘러가는지

봄이 흘러오는지

생각해볼 틈

챙겨볼 여유

없더라.


한겨울엔 추워서

봄이 오는 길목엔

먼지 때문에

너도나도 입마개를 덧댄 까닭에

겨울이 가는지

봄이 오는지

표정으론 읽을 수도 없더라.


그래도

점심 쉼표 한 때

산수유 목련 개나리

흐드러진 어느 성당 담벼락에서

숨표

하나 찍을

작은 틈이 생겼다.


그 틈새가

얼마나 소중하던지

한동안

담벼락을 떠날 수가 없더라.


흐드러진 꽃 따라

담벼락에 타고 흐르는

계절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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