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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지영 Aug 05. 2019

드라마 스페셜리스트가 되자

예술교육 연구일지 그 첫번째


  <  우선 '연극놀이'의 개념에 대해 정리해보면~  >


  저는 저의 연구자로서의 정체성을 '드라마 스페셜리스트(drama specialist)'로 정의합니다. 공식적으로 1994년 이후 교육연극 전문가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연극과 교육의 연계, 만남에 대해 끊임없이 실험하고 고민해오고 있습니다. 그 성찰의 시작은 '연극놀이'에 대한 개념을 정리하는 것으로 시작될 수 있습니다.

  '연극'이라 일컬어질 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극장, 공연, 배우, 화려한 무대와 조명을 먼저 떠올리는 것 같습니다. 완성된 예술형태로서의 공연, 제작과정을 통해 일정한 극장에서 관객을 만나는 행위 정도로.... 이러한 부분도 요새는 뮤지컬에게 그 대중적인 몰입을 내어주고 있는 형편이지요. 뮤지컬은 음악과 노래가 있는 역동적인 극인 반면, 연극은 말로 하는 좀 더 심오하고 어려운 극 쯤으로?  그러나 연극속에는 '공연예술로서의 연극theatre' 뿐만 아니라, '드라마drama'의 영역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드라마하면 보통 TV 드라마를 생각하며 막장드라마를 떠올리게 되죠? 실제로 드라마의 어원을 쫒아올라가다 보면, '행위하다(to do, dran)', 행해지는 것(a thing done)'의 의미를 발견하게 됩니다. 드라마에서는 관객을 위해 연습하는 과정이 필요치 않습니다. 드라마의 참여자는 행위의 주고받음에 몰두하게 되는 것이지요. 연극의 희곡을 드라마라고 합니다. 그야말로 행위의 점철이 연결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드라마의 참여자는 예술적으로 완성된 형태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전문적인 훈련을 받는 배우들과는 다릅니다. 물론 전문적인 배우들은 드라마의 몰두가 작품완성을 위한 장면연습이 되겠지만, 드라마의 본질은 참여자의 체험과 과정 그 자체가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가 통칭해서 '연극'이라고 부르는 세계에는 '드라마'와 '공연으로서의 연극'이 독립된 영역으로 존재함과 동시에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되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두가지 개념은 모두 어린이들이 본래 가지고 있는 연극적인 성향인 '자연스러운 놀이play'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고 봅니다.

  이러한 개념을 바탕으로 '연극을 통한 교육', '연극의 교육적 활용'이라는 새로운 영역이 정리되어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솔직히 새로운 영역이라기 보다는, 연극이 가지는 교육점 관점과 가치에 초점을 맞추어 정리한 영역이라고 할 수 있겠죠. 연극은 태초에 이미 교육적 가치와 기능을 품고 있었으니까요) 그러한 정리의 영역을 통칭, '교육연극'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연극을 통한 교육'이란 연극언어들(말, 동작, 의상, 소품, 조명, 소리, 공간 등)을 습득시켜 전문연기자나 연출자 혹은 무대전문가 등을 키우는 것뿐만 아니라, 연극예술을 체험하는 가운데 얻을 수 있는 다양한 힘들(언어능력, 사회성, 문제해결 능력, 창의성, 잠재성 개발, 협동능력, 미적 감각의 개발 등)을 통해 참여자의 성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과정이 모두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곧 전문연극인(혹은 전문연극인 지망생)과 일반인, 어린이와 청소년을 포함한 학생들에 대한 연극교육은 그 개념과 방법론면에서 차별화되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연극놀이'는 이러한 개념에 대한 고민과 성찰로부터 탄생되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연극놀이에 대한 공식적인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간단한 몸풀기나 게임, 연극만들기를 위한 기초과정 정도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도 상당수 있습니다. 또한 creative drama(창의적인 연극놀이), Drama In Education(DIE) 등이 연극놀이라는 용어로 번역되어 사용되기도 합니다. 어떤 이는 창의적인 연극놀이를 연극놀이의 개념으로 쓰면서 DIE와 구분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두 개념을 모두 포함한 의미로 연극놀이를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연극놀이의 개념을 이해하고 정리할 때, 무조건 외국의 개념을 그대로 번역한다거나,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그 개념을 우리 현실에 그대로 이시하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실제로 다양한 연수와 강의에서 연극놀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을 때, DIE, creative drama 등의 단어를 사용했을 때 보다 참여자들이 훨씬 더 '연극을 통한 교육' '연극의 교육적 활용' '연극안의 다양한 요소들의 가능성' 등에 대해서 쉽고 친근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러한 경험 속에서 '연극놀이'는 제게도 현장의 경험을 통해서 얻어진 소중한 개념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창의적인 연극놀이는 미국을 배경으로 발전한 개념이며 방법론으로서, 개인의 자유로운 표현을 이끌어내는 것을 그 핵심으로, 즉흥을 중심으로 한 연극만들기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반해 DIE는 영국을 중심으로 형성되어온 개념이자 방법론으로서, 실제로 연극을 교실수업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구체적인 주제와 이슈를 연극으로 어떻게 접근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과 성찰에서 발전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교육연극 전문가로서 또한 연극놀이의 현장에서는 이 두 영역을 모두 사용합니다. 그러므로 '연극을 통한 교육'이라는 가치 안에서, 연극놀이를 창의적인 연극놀이와 DIE를 모두 수용하는 새로운 개념이자, 방법으로 제시합니다.



연극놀이란

놀이-연극놀이-연극이라는 연속개념 안에 위치해 있는 과정중심의 연극이며,

관객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연습하는 과정이 아닌,

참여자에 의해 만들어지는 즉흥적이며, 창의적인 예술활동으로서,

드라마 스페셜리스트(연극놀이 이끔이)에 의해서 이끌어지는,

간단한 연극게임으로부터 연극만들기까지를 포함한 모든 형태의 연극활동이다




  <  드라마 스페셜리스트(연극놀이 이끔이)란?  >


  교육연극 분야의 전문가를 지칭하는 용어는 drama leader,  actor-teacher(배우이면서 동시에 교사), teaching artist(예술가교사) 등 다양한 용어들이 있습니다. 요즘 들어서는 예술가교사라는 용어가 확산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교육연극의 영역 속에서 교실드라마, 포럼연극, 토론연극등의 공연과 극장을 활용한 프로젝트가 모두 포함됩니다. 또한 '연극을 통한 교육'이라는 개념에서 '연극을 통한 개인과 사회의 변화'라는 보다 폭넓은 주제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Applied Theatre(응용연극)라는 용어와 개념도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영역과 주제에 접근해 나감에 있어서, 참여자들과 함께 연극놀이를 체험하며, 그것을 바탕으로 공연과, 극장, 사회, 공동체 등과의 소통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드라마의 본질은 참여자의 체험과 과정 그 자체가 핵심이며, 이러한 핵심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이 연극놀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러한 점에서 저는 '드라마 스페셜리스트'를 교육연극 전문가로 지칭하며, 저의 전문가로서의 정체성으로서 삼고자 하는 것입니다. 또한 저는 내용적으로 '연극놀이 이끔이'와 '드라마 스페셜리스트'를 동의어로 사용하고자 합니다.



드라마 스페셜리스트(연극놀이 이끔이)란

끊임없이 연극예술가와 교사로서의 역량을 쌓아가면서도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잡아가야 하는,

새로운 영역의 전문가 이다.



  그런데 말입니다! 연극놀이는 아무나 지도해도 되는 것일까요? 공연예술로서의 연극작업만 해온 연극인이 지도하는 것은 부적합한 것일까요? 교사자격증을 갖고 있지만 연극분야에 대한 특별한 공부나 준비, 훈련을 받지 않은 교사가 연극놀이를 지도해도 되는 것일까요? 연극놀이 워크숍에 몇번 참여한 경험만으로 연극놀이 이끔이가 될 수 있을까요? 연극놀이 이끔이에게 필요한 교육과 자격은 어떤 것들일까요?


  '교실에서의 연극놀이(Creative Drama in the Classroom)'의 저자인 넬리 맥카슬린(Neillie Mccaslin)이 정리한 연극놀이 이끔이의 자질에 대해 소개해볼까요?

첫째, 연극놀이 이끔이는 연출자라기보다는 참여자를 안내하고 촉매역할을 해 주는 안내자라고 할 수 있다.

둘째, 훌륭한 연극놀이 이끔이는 어떤 부류의 사람들과도 생각을 교류할 수 있으며, 상호 협력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는 것과 동시에, 자신만의 방법으로 아이디어를 펼쳐나갈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유머감각이 필요하다. 유머감각은 아무것도 계획한대로 진행되지 않을 때, 이끔이에게 특히 도움이되며, 자신뿐 아니라 집단과 함께 웃을 수 있는 여유는 일시적인 프로그램의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고 연극놀이를 계속하게 해 주는 힘이 된다. 

넷째, 연극놀이 이끔이는 항상 참여자의 기징 현실적인 바탕에서 시작하지만 그들이 성장할 것을 믿기 때문에 최고치의 기준을 목표로 한다. 

다섯째, 훌륭한 이끔이는 자신이 진행하는 프로그램 속에서 항상 일정한 테두리(boundary, limits)를 정해준다. 이것은 참여자들의 행동과 사고를 제한한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참여자들이 현재 무엇을 행각하고, 어떤 주제를 가지고 움직여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제시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연극놀이 이끔이는 항상 시대와 함께 호흡해야 한다. 


  교육연극 전문가로서 드라마 스페셜리스트란 우선 연극과 교육에 대한 전문적인 배움의 과정(전공자)를 기본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함께, 여러사람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리더쉽, 상상력, 타인을 존중하는 태도 등이 중요한 성향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참여자중심'의 패러다임을 갖고서, 참여자 한 명 한명의 에게 애정과 관심을 기울이고 반응하는 태도가 필수적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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