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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지영 Aug 31. 2022

최지영의 연극놀이 이야기

연극놀이의 현장: 예술꽃씨앗학교 

연극놀이의 현장 :

교과연계의 확장을 통한 지역연계(예술꽃씨앗학교)     


<예술꽃씨앗학교>는 2008년부터 시작한 사업이다. 400명 이하의 소규모 학교, 특히 수도권과 도심의 학교보다는 농, 어촌, 산간 지역의 소규모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다. 단기 지원이 아닌 최장 4년간의 장기지원을 통해, 학생들의 문화예술 경험을 기반으로 지역과 연계하여 지역문화 생태계를 가꾸어가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대표적인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초창기 사업부터 시작하여 2019년까지, 그리고 2022년인 올해부터 다시 프로그램 모니터링 및 멘토링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올해는 경남 거제, 강원 강릉, 전남 광양지역에 있는 초등학교의 프로그램을 함께 살펴보고, 직접 현장 모니터링을 통해 멘토링을 진행하였다. 현장 모니터링을 위해서는 당연히 그 지역으로 내려가야 한다. 특별히 여행 일정을 잡기가 어려운 필자에게는,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에서 탈피하는 기차여행을 선물해주는 시간이기도 하다.      


첫 번째 방문한 학교는 거제 지역에 있는 초등학교로, 거제 지역의 분교를 통합해 낸 학교이다. 지역학교들은 학생 수의 급격한 감소로 폐교에 처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분교 통합은 지역 초등학교의 새로운 시도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거제 시내의 초등학교가 과밀 대형학습 구조인 데 반해, 소규모 저밀 학급구성으로 전교생이 55명이다. 거제 시내에서 대부분 통학하는 학생들은 맞벌이 자녀들도 많아서 집으로 돌아가는 순간까지 학교에서 학습과 생활을 모두 관리하며, 전체가 전혀 사교육을 받지 않는 환경이었다. 사교육을 원하지 않는 부모들이 일부러 찾아서 보내는 학교이기도 했다. 이러한 환경에서 이제 시작한 1년 차 학교!     

이 학교가 잡은 전략은 뮤지컬 수업을 기반으로 한 영어특성화교육이라는 2마리 토끼를 잡고자 하는 거였다. 1, 2학년은 기본적인 표현을 끌어내는 연극 교실, 3~6학년은 뮤지컬 공연만들기 과정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필자가 현장을 방문했을 때, 3~6학년 학생들의 방과후 뮤지컬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아~~~ 그런데, 수업의 현장은 그야말로 학생들에게 연기지도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학생들과 함께 이야기를 선택했다고는 하지만, 학생들과 이끔이는 한국말 대본을 완성한 후, 원어민 강사가 번역해 준 영어대본을 대입하며 외우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었다. 동아리 이끔이는 영어에 대해 친밀함이 너무 떨어지고, 영어 강사는 과정형 수업과 즉흥이라는 방식에 대한 이해가 없는 가운데, 그야말로 담당 교사들의 열정과 학교의 의지로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데도, 학생들은 즐거워했다. 기본적인 학교의 환경이, 학생들의 자유로움을 인정해주는 분위기였다. 그래서인지, 제작방식의 형태가 아닌, 연극의 다양한 요소를 자유롭게 표현해나가는 연극놀이와, 즉흥을 기반으로 한 장면만들기, 그리고 영어교육에서 언어와 표현을 연결하는 수업방식에 대한 제언을 금방 받아들이셨다. 영어 뮤지컬을 통한 과정형의 수업이 이루어지기 위해서, 가장 이상적인 것은 이끔이가 영어에 대해 능통함과 함께, 즉흥을 기반으로 한 장면만들기와 여러 가지 연극 요소들을 융합해낼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할 것이다. 요즈음은 실제로 영어의 접근성이 뛰어나면서도 ‘연극놀이’를 실행할 수 있는 이끔이 자원들이 꽤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건들의 충족 이전에, 학교의 관계자와 담당자들이 학생들의 표현을 자유롭게 끌어내며, 다양한 예술 요소들을 체험해 가는 경험이 축적되어 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이 우선시되어야 함을 공유하고 나누는 시간이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학교 역시, 광양과 강릉의 농촌 및 산촌 지역 학교로서, 전교생이 60여 명 안팎이었다. 모두 2년 차 학교로서, 지난 1년 동안의 과정을 기반으로, 교육과정 재구성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대체로 예술꽃씨앗학교 수행학교들은 1년 차에, 예술교육이 점점 큰 사이즈의 공연형태를 만들어가는 것이 아님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2년 차에는 대부분 연기연습 방식 수업의 형태를 체험형 수업의 형태로 바꾸어가는 교육과정 재구성이 일어난다. 이때 대부분, 교과과정의 구성이 매우 기계적으로 발생하는 걸 볼 수 있다. 단원 안에 있는 내용 중, 예술교육의 가능성 (그것도 기능적인)이 있는 활동들을 정리한 후, 열거한 자료를 예술강사들에게 넘겨주면, 예술강사들이 그 활동들을 연극놀이 활동으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은 담당교사를 비롯한 관계자들의 매우 성실한 노력으로 이루어진다. 그렇기에, 이러한 구성정리와 실제 예술강사들의 수업만으로도 학교 현장은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또한 학교의 교사들과 구성원들이, 예술이 주는 힘과 체험하기에 대한 인식이 일어난다는 점에서 분명,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점에서, 단기간에 예술교육의 성과를 내려고 하는 것이 얼마나 섣부른 것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현장 모니터링 이후, 2년 차 학교들과 이후의 과정을 위한 멘토링이 이루어졌다. 그 주제는 ‘교과연계의 확장과 지역연계’였다. 예술꽃씨앗학교 사업에서 프로그램을 교과와 연계하는 방향성을 잡은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할 때, 영역, 주제와 연결하는 것은, 프로그램의 내용을 구체화하고, 심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교과연계’ 속에서의 연극놀이 수업 역시 매우 흥미로운 영역이다. 


흥미로운 ‘교과연계’ 예술교육 프로그램 설계를 위해, 필자가 컨설턴트로서 제안한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교과연계의 주제와 소재가 반드시 교과서 내의 내용이 아닐 수도 있지 않은가다른 주제와 소재를 설정한 후, 하나의 주제를 수학적 관점, 윤리적 관점, 물리적 관점, 역사적 관점, 생태적 관점에서 접근할 수도 있지 않은지? 혹은, 교과서 내의 내용을 설정하더라도, 여러 개의 활동을 기계적으로 연결하는 방식이 아닌, 주제중심의 방식으로 심화시킬 수 있지 않은지? 

둘째교사들이 주제를 설정해서 학생들에게 공급하는 방식이 아닌주제를 탐색하고 정하는 과정 자체를 예술교육 프로그램에 포함하는 것은 어떤지? 

셋째주제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처음부터 예술강사들더 나아가 학생들과의 협업을 추진해보는 것은 어떤지? 특히 예술강사들의 예술적 감수성과 영감을 기능적으로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적극적으로, 아니 더 나아가 예술교육 프로그램의 공동설계자로 운영하는 것은 어떤지?     

지역연계의 관점도 학교 밖으로 나가 공연을 하고, 지역의 단체들과 연계한다고 하는 외형적인 접근이 아닌, 주제중심의 접근을 어떻게 지역의 다른 학교 학생들과, 혹은 지역주민들, 지역의 공간에서 공유하고 확장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것이 더 필요하리라고 본다. 보통 지역연계라고 할 때, 주로 나오는 것이, 지역의 특산물, 유명명소, 인물 등이 등장하는데, 오히려 학교 주변의 생태와 자연물들, 학생들의 일상 등과 연결하는 섬세하고 친숙한 접근에 대한 시각과 관점이 필요함을 공유하였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그저 위탁연구기관에게 맡기고 관리자의 역할만 해서는 안 된다. 10여 년의 경험치에서 나온 사례들과 가능성을 자세히 분석하여,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해야 하지 않은가? 그나마 예술꽃씨앗학교를 ‘학교주도형’과 ‘학교-예술단체 협력형’으로 나누어 어떠한 운영방식을 취할 것인지를 위한 예비과정을 운영하는 것은 진일보한 과정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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