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는 디자인을 만드는 하리의 바느질 이야기
핸드메이더가 된 후, 엄지가 옆으로 자란다고 주장하는 하리. 지난 달 그녀는 새로운 가방을 만들기 위해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언니 하리는 가끔 입을 살짝 벌린 채 허공을 응시하곤 하는데, 표정은 기괴하나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중이다. 그러고 나서 뭔가 끄적거리기 시작했고 이내 스케치를 끝냈다.
사실 이 스케치만 보고도 대충 가방 각이 잡히긴 했다. 퀼트 기법의 주 재료인 패브릭은 유연하되, 딱딱한 느낌의 각을 살린 가방을 만들기는 힘들다. 이 ‘각’을 살리는 게 이 가방의 관건이었다.
보드랍고 따뜻한 느낌의 플라넬 원단을 나인 패치(9개의 천 조각을 모아 하나의 형태로 구성하는 패치워크)로 배열하였다. 평상시 하리가 사용하지 않는 흐린 느낌의 천들을 사용했지만 새로운 도전의 의미를 두었다.
안감도 쉽사리 결정되지 않았다. 우리는 순간순간의 감각을 믿은 편이기 때문에 중간중간 디자인적인 요소를 결정하기도 한다.
가방 안감은 고급스럽고 겉면과 반전이 돋보이는 컬러인 [블랙이면서 고양이 발바닥 무늬]의 도트 천을 선택했다.
이 가방의 핵심은 손잡이가 고양이라는 점이다.
영화 제5원소에서 구원자 몬도섀완의 손가락으로 리루(밀라 요보비치)를 탄생시킨 것처럼, 하리는 고양이 핸들로 가방을 만들어냈다. 결론은 손잡이 덕분에 가방을 만들게 된 것이다.
차마 앞모습을 내비칠 수는 없지만 뒷모습만이라도 내비쳐본다. 며칠 전 햇살 좋은 날, 공방 햇빛을 벗 삼아 셔터를 눌러댔다. 저날 웬일인지 하늘색 니트를 입고 싶더라니 나는 잘 활용(?)되었다.
가방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견고한 시간을 보냈는지 같이 겪어본 나는 알 수 있다. 세상에 없던 디자인을 결과물로 만들어내는 일은 정말로 고통을 안긴다. 그럼에도 하리는 여름용 가방을 어서 만들고 싶어 한다. 창작의 고통은 정신적 고통이라 헬스처럼 몸이 단련되거나 살이 빠지진 않는다. 다만 경험이 차곡차곡 쌓여 다른 행동을 만들어낸다.
누구의 지시가 없는 공방에서 스스로의 동력을 찾고 행동하는 것. 그리고 얼마나 오랫동안 인고하느냐는 풍요와 하리가 가져야 할 숙제이자, 다짐이다.
풍요하리를 만나고 소통하는 분들도 일상의 풍요함을 함께 찾고 나누었으면 좋겠다. 여유가 없을 땐 연락 주시라. 풍요하리에서 풍요를 선물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