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내내 일찍 출근했고 늦게 퇴근했다. 주말도 내리 출근했다. 홀로 회사에 남은 일요일 저녁, 외할머니와 엄마에게 차례로 전화가 왔다. 내가 밥을 먹었는지 진심으로 궁금해하는 사람들. 내가 아프지 않고 행복하길 진심으로 바라는 사람들. 외할머니와 통화할 때 간신히 눈물을 참았고 엄마 목소리를 들으니 참을 수 없었다.
회사엔 아무도 없지만 괜히 누가 들을까 폰부스에 들어가 울었다. 짊어진 일이 너무 많고, 버겁고, 막막해서. 이미 지칠 대로 지쳤는데 쉴 수 없어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당장 사직서 쓰고 집에 와서 유럽 패키지여행이나 알아보라'는 엄마의 말이 고마워서 더 울었다.
밤늦게 집에 돌아와 엄마가 해둔 등갈비를 먹고 침대에 누워 조금 더 울었다. 새벽에 잠에서 깨 회사일을 걱정했다. 아침 7시에 눈을 떴고, 다가올 하루가 두려워 차라리 기절하길 바랐다. 출근길 버스에서 '배 째라, 우리 딸 예쁘다'를 남발하는 엄마의 카톡에 또 눈물이 났다. 눈화장이 지워질까 하늘을 봤다.
출근하니 시간이 쏜살같이 갔다. 팀원들과 업무를 분장하고 헉헉 거리며 일했다. 사무실에 앉아 있는데 숨이 찼다. 점심 식사는 건너뛰었다. 아침에 커피 한 잔 마신 게 다지만 입맛이 통 없었다. 집에서 챙겨 온, 엄마가 만들어준 사과 주스를 오후 늦게 마셨다.
오후 7시가 넘자 야근하는 동료들이 저녁 식사를 배달시키기 시작했다. 내일은 조기 대선이라 쉬는 날이지만 투표를 하고 회사에 갈 것이다. 오늘은 집에 가자. 집중력이 바닥난 오후 8시, 가방을 챙겨 회사를 나선다.
결국 오늘도 뭔가 해결하지 못했고, 내일은 두렵고, 내일모레는 더 두렵다.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치려 해도, 내가 떠나면 이 모든 일을 수습해야 할 어린 팀원들이 눈에 밟힌다. 옆에서 응원해 주는 동료들과, 다음 달은 좀 나아지겠지 하는 희망에 오늘도 퇴사는 참는다.
퇴근길 마라샹궈를 배달시킨다. 점심시간 물을 마시러 탕비실에 갔을 때 동료들이 마라샹궈를 먹고 있었다. 그 냄새가 괜히 맴돌아 마라샹궈를 먹었다.
나라서 이렇게 버틸 수 있는 걸까, 나라서 이렇게 밖에 못하는 걸까. 나의 가장 좋은 친구인 나는, 일단 나를 배불리 먹이고 포근한 침대에 뉘인다. 그리고 토닥인다. 내일 생각해. 오늘은 그만 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