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은 가방일 뿐
백팩류 가방의 트렌드가 좀 변한 듯싶다. 한때는 속에 뭐가 들어 있든 들어 있지 않든 겉으로 보기에는 각이 잡힌 채로 반듯한 모양새를 유지하는 스타일의 가방이 많이 보였던 것 같다. 요즘에는 그런 가방 외에도 가방 안에 얼마나 짐이 들어 있는지 티가 나고 주인의 등 모양새까지 투영된 듯한 가방들도 많이 보인다. 그런 가방들은 한결 가벼워 보인다. 재료도 가벼운 재질이 많이 사용되고 간혹 재활용 플라스틱을 이용한 가방도 있다.
세대가 바꾸고 가치관이 바뀌어 가는 것을 보여준다고 하는 건 너무 비약이 큰 주장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선호도가 보여주는 어떤 변화의 느낌이 온다.
다양한 감성의 색과 모양이지만 대체적으로 편하고 가벼워 보이는 공통점이 있다. 굳이 형태를 유지하고 있지 않은 그 유연한 모습이 자유로워 보인다. 가끔은 그런 모습이 힘이 빠져 보이기도 한다. 각이 잡힌 모양을 포기한 자유로움일지, 뭔가 있어 보이는 노력을 포기한 모습일지는 잘 모르겠다. 어찌 됐든 가볍다는 것은 좋아 보였다. 수납공간도 많은 구분이 되어 있지 않아서, 신경 쓰지 않고 대충 담아 다닐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선 호불호가 갈리는 특징이겠지만, 어떤 때는 그냥 툭 담아서 들고 가고 싶은 맘이 생긴다.
요즘 내가 주로 사용하는 가방은 각 잡힌 가방과 힘 빠진 가방의 중간 정도 되는 스타일이다. 딱 나의 삶을 보여주는 듯하다. 어느 정도는 각을 잡아야 하고, 어느 정도는 있어 보여야 하고 그러나 자유롭고 싶고 가볍고 싶은 혼합된 마음의 상태, 그런 삶의 스타일,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상황들 이런 것들을 다 대충 툭 담아서 걷고 싶다.
그렇게 가보지 않은 여행길에 올라보고 싶은 요즘이다. 가방 이야기는 핑계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