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이면 감사하지

정규분포의 힘

by 글치

저는 늘 평균 이하였습니다.

운동을 잘하는 것도 아니었고,

외모로 특별히 주목받은 적도 없었습니다.

키마저도 평균 이하였으니,

그렇게 작아진 건 몸만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자존감도 함께 작아졌습니다.

비교는 습관처럼 몸에 밴 채,

남들보다 작은 값으로만 제 삶을 계산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평균 아래에서 지내던 시간이 지나고,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거기서 처음으로 평균 너머의 사람들을 봤습니다.

어떤 이들은 말도 안 되게 똑똑했고,

어떤 이들은 자기 세계가 또렷하게 구축돼 있었습니다.

저는 그들을 동경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인가, 정규분포 곡선의 저 끝,

표준편차의 끝단의 삶을 꿈꾸기 시작했습니다.

‘아웃라이어가 되자.’

그것만이 제 존재를 증명하는 길이라 믿었습니다.


평범하기 싫었습니다.

남들과는 다른 궤도를 그리고 싶었고,

‘보통’이라는 단어는 숨 막히게 느껴졌습니다.

누군가의 평균 안에 섞이기보다는,

그래프의 경사면 어딘가에서 혼자 반짝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몇 해를 뛰었습니다.

더 나은 직책, 더 강한 인상, 더 화려한 이력.

그게 인생의 의미라고 믿었던 것 같습니다.


달리다 보니

정작 제가 만나게 된 건 기대와 달랐습니다.

상사의 횡령과 회사의 폐업으로 인한 혼란

다시 시작한 회사에서 인정받아가기 시작했지만 망가져가는 몸

개인적인 기나긴 법적 다툼들과 사람에 대한 불신들

저는 어디서도 배운 적 없는 세계 속에

그야말로 내던져졌습니다.


마음도 동시에 부서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디가 아픈지도 모른 채 지쳐만 갔습니다.

회의감은 한순간에 몰려온 것이 아니라,

말없이 조금씩 제 삶 전체를 잠식해 갔습니다.


그토록 원하던 ‘평균 이상’의 삶.

그 속은 왜 이리 텅 비어 있었을까요.

그 질문 앞에, 처음으로 멈췄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별일 없이 아침에 일어나,

아이들과 밥을 먹고,

햇볕 아래 산책을 하고,

조용히 하루를 마무리한 날.

누구에게는 너무 평범해서 잊히기 쉬운 하루였는데,

저에게는 그 하루가 참 고마웠습니다.


그제야 정규분포 곡선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수학적으로 말하면, 가장 많은 값이 몰려 있는 곳.

삶의 언어로 말하면, 가장 많은 사람이 숨 쉬고 살아가는 그 자리.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삶은 이상치로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평균으로 구성된다는 사실을요.


가장 높이 솟은 정점.

극단도 아니고, 독특함도 아닌,

그저 ‘보통’이라 불리는 그 자리.

그곳이야말로 지켜내야 할 중심이었습니다.

아침에 아이들이 웃으며 일어나고,

별일 없이 하루가 흘러가고,

저녁엔 국 한 그릇으로 식탁이 채워지는 날.

그런 날들이 가장 귀하고도 어려운 날이란 걸,

이제는 압니다.


이제, 평균의 날을 사랑하고 싶습니다.

작은 감사가 쌓이는 곳.

극단이 아닌 균형이 머무는 자리.

성공이 아닌 안정을,

특별함이 아닌 온기를 선택하려 합니다.


평범하기 싫었는데, 평범하게 살고 싶다.

이 말이 지금의 저를 가장 정확히 설명해 줍니다.

평범의 자리에 애타게 찾던 특별함이 숨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https://ko.m.wikipedia.org/wiki/정규_분포


목,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