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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CS Dec 19. 2022

“사람이 사람다워야 사람이지.” 에서의 논리

[] 충분조건, 필요조건, 필요충분조건


의욕과 사건이 항상적으로 결합한다고 보는 리드의 견해에 대해서는 사건의 원인이 행위자가 아니라 의욕이라는 반론이 가능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리드는 항상적 결합만으로는 인과의 필연성을 정당화하지 못한다는 논리로 자신의 이론을 뒷받침했다.

리드는 ‘기회 원인’의 문제도 해결해야 했다. 당시에는 중세 철학의 영향으로 어떤 철학자들은 인간의 행동을 비롯한 사건들의 진정한 원인은 오직 신뿐이며, 행위자는 기회 원인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기회 원인은 일상적으로는 마치 원인인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진정한 원인이 아닌 것이다. 리드는 이러한 입장을 경험주의 관점에서 배격했다. 그는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것은 행위자의 의욕과 행위뿐이며 행위에 신이 개입하는 것은 경험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신이 사건의 진정한 원인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리드는 궁극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것이 행위자에게 달려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인간의 주체적 결단이 갖는 의미를 강조했다.     

*항상적 결합: 어떤 방식으로 사건이 일어나면 비슷한 상황에서 같은 식으로 사건이 나타나는 것.  


[이것만은 … ]

*언제나 변함없이. (         )

*둘 이상의 사물이나 사람이 서로 관계를 맺어 하나가 됨. (         )

*남의 논설이나 비난, 논평 따위에 대하여 반박함. 또는 그런 논설. (         )

*원인과 결과를 아울러 이르는 말. (         )

*사물의 관련이나 일의 결과가 반드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요소나 성질. (         )

*사리에 맞아 옳고 정의로움. (          )

*객관적 대상에 대한 감각이나 지각 작용에 의하여 깨닫게 되는 내용. (         )

*자신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일에 끼어듦. (         )

*어떤 일을 실천하는 데 자유롭고 자주적인 성질이 있는 것. (         )

*결정적인 판단을 하거나 단정을 내림. 또는 그런 판단이나 단정. (         )     


의욕과 사건이 항상적으로 결합한다사건의 원인이 행위자가 아니라 의욕항상적 결합만으로는 인과의 필연성을 정당화하지 못한다

다시 이론과 그에 대한 비판, 재반론 등을 생각하며 글을 읽는 연습을 해 보자. 지문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A가 아니라 B’라는 문장 구조는 누군가 A라고 했는데, 또 다른 사람은 B라고 했다는 것을 나타낼 때 사용하기도 한다. 지문에서 ‘사건의 원인이 행위자가 아니라 의욕이라는 반론’이라고 했는데, 이는 리드가 ‘원인’을 ‘행위자’라고 했지만, 다른 사람은 ‘의욕’이라고 ‘반론’을 제기했음을 나타낸다.

지문에는 그 반론이 가능한 이유도 설명되어 있다. 리드는 ‘의욕’을 ‘사건이 항상적으로 결합한다’고 한다. ‘항상적 결합’은 비슷한 상황에서 같은 방식으로 행하면 같은 사건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고 되어 있다. 이를 고려하면 다음과 같은 연역법으로 반론이 이루어질 수 있다.



원인을 정의하는 데 사용한 항상적 결합의 정의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이용해 ‘사건의 원인이 … 의욕이다’라는 반론이 제기된 것이다.

그러자 리드는 다시 재반론을 제기한다. 즉 ‘항상적 결합만으로는 인과의 필연성을 정당화하지 못한다는 논리로 자신의 이론을 뒷받침’한 것이다. 이는 자신의 이론에 제기된 반론의 전제인 ‘사건과 항상적으로 결합하는 것은 원인이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자신의 이론이 맞다는 논리를 편 것이다. 그러면 그 전제에 어떤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항상적 결합이 인과 관계의 필연성에 필요충분조건이 아니였던 것이다.

필요충분조건은 중요한 논리학적 개념으로서, 글 읽기에 이용해야 할 국어 능력이므로 알아 두어야 한다. 수학 시간에 다음의 내용을 배운 적이 있을 것이다.     


두 조건 p, q에 대하여 명제 p이면 q가 참일 때, p는 q이기 위한 충분조건 q는 p이기 위한 필요조건이라 한다. 또한 p이면 q이고 q이면 p일 때, p는 q이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라 한다.

     

그런데 위 내용을 어떻게 글 읽기에 응용할 수 있는 것일까? 다음을 보자.     


ㄱ. 철수 쌤은 교사다.

ㄴ. 교사는 철수 쌤이다.     


ㄱ은 이지만, ㄴ은 참이 아니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것이다. 교사는 철수 쌤 말고도 많으니 교사라고 해서 철수 쌤이라고 할 수 없지 않은가? 이때 철수 쌤은 교사이기 위한 충분조건이고, 교사는 철수 쌤이기 위한 필요조건이라고 말한다. 이를 다음과 같이 이해할 수 있다.    

 

철수 쌤이야? 그럼 교사라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지. 교사야? 철수 쌤일 것이라는 데 교사라는 것이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꼭 철수 쌤이라고 말할 수 없고 다른 사람일 수 있지.      


그러면 다음은 어떨까?     


ㄷ. 교사는 가르치는 사람이다.

ㄹ. 가르치는 사람은 교사이다.     


이 역시 ㄷ은 이지만 ㄹ은 참이 아니기 때문에 교사는 가르치는 것의 충분조건이고, 가르치는 것은 교사이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집에서 가르치거나 학원에서 가르치는 사람은 부모 또는 강사이지 교사가 아니지 않은가? 이번에는 다음을 생각해 보자.   

  

ㅁ. 교사는 학교에서 가르치는 사람이다.    

 

ㅁ은 이고, ‘학교에서 가르치는 사람은 교사이다.’ 또한 참이다. 이때 ‘교사’는 ‘학교에서 가르치는 사람’이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라 한다. 이는 곧 교사와 학교에서 가르치는 사람은 같은 말이라는 뜻이다. 교사와 가르치는 사람은 같은 말이 아닌 것과 비교해서 이해해 보자. 즉 가르친다고 해서 교사가 아니고 학교에서 가르쳐야 교사인 것이다. 결국 가르친다는 것만으로는 교사가 될 수 없다.

이를 항상적 결합과 인과의 필연성의 관계에 적용해 보자. 리드는 항상적으로 결합한다는 것만으로 인과 관계를 갖는다고 할 수 없다 했다. 인과 관계라 할 수 있으려면 항상적 결합 말고 또 다른 조건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이 사람다워야 사람이지.”

겉모습은 사람이지만 내면이 사람이라 할 수 없을 때 이렇게 말한다. 사람인 조건이 겉모습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충분‧필요‧필요충분 조건과 관련한 수학적 사고이다.

참! 지문에 언급되지 않은 것을 굳이 알려고 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지문에서 항상적 결합 말고 또 다른 조건이 무엇인지 언급되지 않았다. 학생들 중에서 지문에 언급되지 않은 내용을 알아내지 못하면 자책하는 학생이 있다. 앞에서도 누누이 말했지만 고등학교 1학년 수준을 넘어서는 것은 설명해 주기로 되어 있고, 설명하지 않는다면 문제로 내지 않는다. 따라서 자책할 필요가 없다. 솔직히 철수 쌤도 항상적 결합 말고 또 다른 조건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런데 어떻게 문제를 출제할 수 있겠는가?

물론 지문을 읽고 문제를 다 푼 다음 “항상적 결합 말고 또 다른 조건이 뭐지?”하면서 다른 자료를 찾아 알아보는 학생은 칭찬받을 만하다. 그러나 그것은 국어 공부가 아니다. 지문을 읽고 이해하는 것은 국어 공부의 필요충분조건이다. 그 외에 지문에서 알 수 없는 내용을 알고 있거나 파악한 것은 국어 공부에 쓸데없다.


중세 철학리드는 인간의 주체적 결단

지문에는 다음과 같은 글의 전개도 보이고 있다.



웬만해서는 지식을 이용해 지문을 설명하지 않는 철수 쌤이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하도록 하겠다. 왜냐하면 다음 내용은 다른 글에도 많이 나오는 것이라 알아 두면 이해에 도움이 많이 되기 때문이다.

중세는 흔히 5세기 서로마 제국이 붕괴하고 나서 16세기 르네상스가 일어날 때까지 시기를 말한다. 이 시기는 이전의 고대 그리스에서 전개된 이성 중심의 철학이 아니라 종교 중심의 철학이 전개되었다. 그래서 지문에서 ‘중세 철학의 영향으로 … 사건들의 진정한 원인은 오직 신뿐이…다고 생각했다’고 한 것이다. 이는 다음과 같은 벤다이어그램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사고방식에 대해 ‘리드는 이러한 입장을 경험주의 관점에서 배격했다.’고 한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은 연역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위에서 보다시피 ‘경험할 수 있는 것만이 진정한 원인이다.’는 지문에 명시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숨은 전제이다. 철수 쌤은 이 전제를 ‘경험주의’라는 말을 고려해 생각해 냈다. 앞에서 ‘경험’이 무엇인지는 수없이 설명했는데, 고등학생으로서 경험의 의미는 꼭 알아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철수 쌤의 말을 충실히 따른 학생이라면 철수 쌤처럼 숨은 전제를 떠올리며 지문을 읽었을 것이다.

한편 ‘A뿐이고 B가 아니다.’는 말을 고려하면 ‘경험할 수 있는 것은 행위자의 의욕과 행위뿐이다.’와 ‘행위에 신이 개입하는 것은 경험할 수 없다.’는 같은 말이다. 이러한 리드의 생각은 르네상스 시대에 신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관심이 부활하기 시작한 것과 관련 있다. 즉 종교가 아니라 이성에 대한 관심이 다시 살아났는데, 지문에서 말하는 ‘경험주의’는 근대 철학의 하나이다. 지문에서 ‘리드는 … 인간의 주체적 결단이 갖는 의미를 강조했다’고 했다. 이는 인간의 이성을 중심으로 한 철학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것만은 … ]의 정답

항상(恒常), 결합(結合), 반론(反論), 인과(因果), 필연성(必然性), 정당화(正當化), 경험(經驗), 개입(介入), 주체적(主體的), 결단(決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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