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윗글을 참고할 때, <보기>에 대한 반응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보기>
… 기축 통화국인 A국의 금리는 인상되었고 통화 공급은 감소했다. 여기에 A국 정부의 소득세 감면과 군비 증대는 A국의 금리를 인상시켰으며, 높은 금리로 인해 대량으로 외국 자본이 유입되었다. A국은 이로 인한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국제적 합의를 주도하여, … A국 통화에 대한 B국 통화와 C국 통화의 환율은 각각 50%, 30% 하락했다.
① …
② 국제적 합의로 인한 A국 통화에 대한 B국 통화의 환율 하락으로 국제 유동성 공급량이 증가하여 A국 통화의 가치가 상승했겠군.
③ 다른 모든 조건이 변하지 않았다면, 국제적 합의로 인해 A국 통화에 대한 B국 통화의 환율과 B국 통화에 대한 C국 통화의 환율은 모두 하락했겠군.
④ 다른 모든 조건이 변하지 않았다면, 국제적 합의로 인해 A국 통화에 대한 B국과 C국 통화의 환율이 하락하여, B국에 대한 C국의 경상 수지는 개선되었겠군.
⑤ 다른 모든 조건이 변하지 않았다면, A국의 소득세 감면과 군비 증대로 A국의 경상 수지가 악화되며, 그 완화 방안 중 하나는 A국 통화에 대한 B국 통화의 환율을 상승시키는 것이겠군.
[이것만은 … ]
*유통 수단이나 지불 수단으로서 기능하는 화폐. ( )
*빌려준 돈이나 예금 따위에 붙는 이자. 또는 그 비율. ( )
*매겨야 할 부담 따위를 덜어 주거나 면제함. ( )
*군사상의 목적에 사용되는 모든 경비. ( )
*장사나 사업 따위의 기본이 되는 돈. ( )
* 돈, 물품 따위의 재화가 들어옴. ( )
*주동적인 처지가 되어 이끎. ( )
* 잘못된 것이나 부족한 것, 나쁜 것 따위를 고쳐 더 좋게 만듦. ( )
* 긴장된 상태나 급박한 것을 느슨하게 함. ( )
② 국제적 합의로 인한 A국 통화에 대한 B국 통화의 환율 하락으로 국제 유동성 공급량이 증가하여 A국 통화의 가치가 상승했겠군.
이 문제와 관련해 철수 쌤은 할 얘기가 참 많다. 그러나 그 얘기는 잠시 미뤄두고 먼저 문제부터 풀어 보자. 물론 아래의 문제 풀이 과정은 철수 쌤의 머릿속에서 국어 능력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②에서 먼저 철수 쌤의 눈에 들어온 것은 ‘A(으)로 (인한) B’, ‘A여 B’라는 어구들이다. 이들은 모두 인과 관계를 나타낸다. 따라서 ②는 다음과 같이 인과 관계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하락’, ‘증가’, ‘상승’ 등의 어휘를 고려할 때 철수 쌤은 그 내용을 함수 관계로 다음과 같이 파악하는 것이 더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율 ↓ ⇒ 국제 유동성 공급량 ↑ [반비례]
국제 유동성 공급량 ↑ ⇒ 통화 가치 ↑ [비례]
환율 ↓ ⇒ 통화 가치 ↑ [반비례]
함수 관계 파악은 중요한 국어 능력 중에 하나임을 상기하자.
<보기>에서 ‘기축 통화국인 A국… 통화 공급은 감소… A국은 이로 인한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국제적 합의를 주도하여, … A국 통화에 대한 B국 통화…의 환율은 … 하락했다.’는 설명은, 전형적인 ‘문제 상황-문제 발생의 원인-문제 해결법-문제 해결의 결과’를 보여준다. 그래서 철수 쌤은 다음과 같이 읽었다.
이를 보면 ‘A국 통화에 대한 B국 통화의 환율 하락’은 ‘A국 통화 공급 감소’라는 문제 상황을 해결한 결과이니, 환율 하락이 ‘A국 통화 공급’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철수 쌤은 ②가 적절하려면 ②의 ‘국제 유동성’과 <보기>의 ‘A국 통화’가 같은 말이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개념이 같으냐 다르냐를 생각하는 국어 능력이 있는 철수 쌤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보기>에서 알 수 없으니 지문에서 찾아야 했다. 지문에도 없다면 ②는 국어 능력으로 알 수 없는 경제 문제가 된다. 철수 쌤은 지문에 다음과 같은 내용을 찾았다.
기축 통화는 국제 거래에 결제 수단으로 통용되고 환율 결정에 기준이 되는 통화이다. … 국제 유동성이란 국제적으로 보편적인 통용력을 갖는 지불 수단을 말하는데
이를 정리해 보니 ‘기축 통화’는 ‘국제 유동성’과 같은 개념으로 봐도 될 것 같았다. 그래서 ‘기축 통화국인 A국 … 통화’는 곧 국제 유동성이라 생각하고, 일단 ②는 적절하다 생각했다.
또 다시 ②의 적절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A국 통화의 가치’라는 개념을 알아내야 했다. 역시 <보기>에 없기 때문에 지문에서도 그 개념을 알 수 없다면, ②의 적절성 판단은 국어 능력으로 풀 수 없는 경제 문제가 된다. 철수 쌤은 지문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찾았다.
달러화에 대한 여타국 통화의 환율을 하락시켜 그 가치를 올리는
이를 통해 철수 쌤은 ‘환율’과 ‘그(통화) 가치’ 사이에는 반비례 관계가 있음을 알았다. 이와 같이 지문에 있는 내용을 이해하고 사례에 적용하는 것은 중요한 국어 능력이다.
철수 쌤은 여기까지 이르렀지만 ②의 적절성을 쉽게 판단하지 못했다. 판단하기까지 다음과 같은 수학적 사고를 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A에 대한 B의 비율’에서 A를 기준량, B를 비교하는 양이라 한다. 이를 흔히 ‘B:A’처럼 비교하는 양을 앞에, 기준량을 뒤에 놓아 표현한다. 이때 비율이 높다, 낮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비교하는 양이 크다, 작다는 뜻이다. 예컨대 1:1, 2:1, 3:1의 경우, 1:1이 가장 비율이 낮은 것이고, 3:1이 가장 높은 것이다. 그러면 1:1, 1:2, 1:3에서 가장 비율이 높은 것과 낮은 것을 말해 보자. 이때는 1:1이 가장 높은 것이고 1:3이 가장 낮은 것이다. 즉 비율이 높다 또는 낮다는 기준량이 작다 또는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를 고려하면 비율이 낮아졌다는 것은 ‘3:1 → 2:1 → 1:1’과 같이 비교하는 양이 작아지거나, ‘1:1 → 1:2 → 1:3’과 같이 기준량이 커지는 것을 말한다. 비율이 높아졌다는 것은 그 반대로 이해하면 된다.
이상의 내용은 초등학교 때부터 이미 배워 온 것이라 새삼스러운 것이 하나도 없다. 따라서 이는 고등학생이라면 알고 있어야 할, 중요한 국어 능력인 것이다.
이 국어 능력을 활용해 철수 쌤은 지문의 ‘달러화에 대한 여타국 통화의 환율을 하락시켜 그 가치를 올리는’을 시간은 걸렸지만 이해할 수 있었다. 기준량인 ‘달러화’와 비교하는 양인 ‘여타국 통화’의 비율(환율)이 ‘하락’했다는 것은 여타국 통화가 작아지거나 달러화가 커지는 것을 말한다고 이해한 것이다.
그런데 철수 쌤에게 또 하나의 의문이 들었다.
“지문의 ‘그 가치’에서 ‘그’가 가리키는 것은 무엇일까?”
철수 쌤은 비율의 개념을 활용해 그것이 비교하는 양인 여타국 통화라고 생각했다. 결국 달러화에 대한 여타국 환율의 하락은 여타국 통화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것으로 추리했다.
그런데 ②는 지문에서 여타국 통화의 가치가 아니라 기준량인 달러화 가치가 어떻게 됐느냐를 알아야만 적절성을 판단할 수 있었다. 기준량인 A국 통화의 가치가 어떠한지를 알기 위해서는 그래야 했다. 이때 제로섬(zero-sum)에 관한 국어 능력을 활용했다.
어떤 시스템이나 사회 전체의 이익이 일정하여 한쪽이 득을 보면 반드시 다른 한쪽이 손해를 본다.
이는 A와 B가 있을 때 A가 크면 상대적으로 B는 작고, A가 작으면 상대적으로 B는 크다는 의미이다. 이에 따라 여타국 통화 가치가 상승한다는 것은 달러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하락한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철수 쌤은 여기까지의 이해를 바탕으로 ②를 판단했다. ‘A국 통화에 대한 B국 통화의 환율 하락’이라 했으므로 ‘A국 통화’가 기준량, ‘B국 통화’가 비교하는 양이고, B국 통화의 양이 작아지는 것을 말한다. 이에 따르면 B국 통화 가치는 상승하고 A국 통화 가치는 하락한다. 결국 ②는 적절하지 않은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③ … B국 통화에 대한 C국 통화의 환율은 … 하락
②에서 판단해 본 바와 같이 ‘국제적 합의로 인해 A국 통화에 대한 B국 통화의 환율… 하락’은 적절한 설명임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철수 쌤은 ‘국제적 합의로 인해 … B국 통화에 대한 C국 통화의 환율… 하락’에 대해서만 판단해 보았다.
철수 쌤은 백분율과 관련한 국어 능력을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초등학교 때부터 비율에 대해 배우면서, 거기에 100을 곱한 것이 백분율이고, %는 백분율을 나타내는 단위임도 함께 배웠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계산식도 배웠다.
A의 B%(로 되다): A×B/100
A가 B% 커지다/작아지다: A±A×B/100
따라서 이와 같은 내용은 고등학생이면 알고 있어야 할 중요한 국어 능력이고, 철수 쌤도 이 문제를 풀 때 이용했음은 당연하다.
<보기>의 ‘A국 통화에 대한 B국 통화와 C국 통화의 환율은 각각 50%, 30% 하락했다.’를 가지고 다음과 같은 계산을 했다.
A국 통화에 대한 B국 통화…의 환율… 50%… 하락
B:A → B-B×50/100:A (예) 10:1 → 10-10×50/100:1=5:1
A국 통화에 대한 … C국 통화의 환율… 30% 하락
C:A → C-C×30/100:A (예) 10:1 → 10-10×30/100:1=7:1
그런데 철수 쌤은 ③에서 알아야 할 내용이 ‘B국 통화에 대한 C국 통화의 환율은 … 하락’임을 깨달았다. 이 역시 비율에 대한 다음과 같은 국어 능력을 통해 이해했다.
A에 대한 B 그리고 C의 비율이 각각 B:A, C:A일 때 B에 대한 C의 비율은 C:B이고, C에 대한 B의 비율은 B:C이다.
이 내용은 기준량이 A이고 비교하는 양이 B, C인 경우 B:A, C:A라는 비율 외에도, B를 기준량으로 하고, C를 비교하는 양으로 하는 비율(C:B), C를 기준량으로 하고, B를 비교하는 양으로 하는 비율(B:C)을 생각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비율과 관련하여 철수 쌤이 생각한 또 다른 하나는 비율 변화의 양이다. 위에서 비율이 높아진다, 낮아진다에 대해 생각만 했는데, 이는 비율 변화의 양상이고, 한걸음 더 들어가 생각해 봐야 할 것이 비율이 많이 또는 적게 높아지는 것과 비율이 많이 또는 적게 낮아지는 것이다. 즉 비율 변화의 양이다.
위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비율의 변화를 ‘양상’과 ‘양’으로 구별하며 생각해야 한다.(이는 꼭 비율에서만 그러한 것이 아니다. 철수 쌤은 대상을 양상과 양을 생각하며 바라보는 습관이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철수 쌤은 이 같은 국어 능력을 바탕으로 <보기>에 제시된 50%, 30%라는 변화의 양을 생각했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50%가 30%보다 변화의 양이 크다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A국에 대한 B국 통화의 환율이 C국 통화의 환율보다 더 많이 하락했다는 뜻이 된다. 이때 B국 통화에 대한 C국 통화의 환율, 즉 C:B는 어떻게 될까? 비교하는 양 C보다 기준량 B가 더 많이 작아지면서 C가 상대적으로 B보다 크게 된다. 즉 비율이 높아지게 되는 것(위에 든 사례에서 10:1이 5:1과 7:1이 된 것을 생각해 보자.)이니, B국 통화에 대한 C국 통화의 환율은 상승하는 것(위에 든 사례에서도 10:10이 7:5가 되었다)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철수 쌤은 ③이 적절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④ … A국 통화에 대한 B국과 C국 통화의 환율이 하락하여, B국에 대한 C국의 경상 수지는 개선
철수 쌤은 ④의 적절성을 판단하기 위해 <보기>에 없는 ‘경상 수지의 개선’이라는 개념을 지문에서 찾아야 했다. 다음과 같은 지문 내용이 없었다면 이는 국어 문제가 아닌 경제 문제가 되었을 것이다.
한 국가의 재화와 서비스의 수출입 간 차이인 경상 수지는 수입이 수출을 초과하면 적자이고, 수출이 수입을 초과하면 흑자이다. … 경상 수지 적자가 누적되기 시작하고 달러화가 과잉 공급되어 미국의 금 준비량이 급감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달러화의 금 태환 의무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도달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달러화의 가치를 내리는 평가 절하, 또는 달러화에 대한 여타국 통화의 환율을 하락시켜 그 가치를 올리는 평가 절상이었다.
일단 위 지문에서 알 수 있는 것은 경상 수지와, 경상 수지의 적자/흑자가 무엇인가 하는 것뿐이고, 경상 수지의 개선에 대해서는 직접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철수 쌤은 고등학생이면 알고 있어야 할 다음 어휘들의 의미를 생각했다.
개선(改善): 잘못된 것이나 부족한 것, 나쁜 것 따위를 고쳐 더 좋게 만듦.)
적자(赤字): 지출이 수입보다 많아서 생기는 부족액
흑자(黑字): 수입이 지출보다 많아 이익이 생기는 일
이들의 의미를 고려해, 경상 수지의 개선은 적자는 줄어들고 흑자는 늘어나는 것이라 짐작했다.(지나친 경상 수지 흑자도 좋지 않은 것이라 경상 수지의 개선은 흑자를 줄이는 것일 수도 있다. 이 또한 ‘철수 쌤은 참 아는 게 많아!’ 하고 감탄만 하고 잊어 버리자. 이것을 아는 것은 경제 공부를 하는 것이지 국어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다.)
철수 쌤은 이후 ④의 ‘A국 통화에 대한 B국과 C국 통화의 환율이 하락하여, B국에 대한 C국의 경상 수지는 개선’에 대해 판단해 봤다.
이를 위해 우선 위 지문 내용을 ‘문제 발생의 원인-문제 상황-문제 해결법-문제 해결의 결과’ 순으로 정리하며 읽었다.
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경상 수지 적자 누적’ 때문에 생긴 문제를 ‘환율 하락’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거였다. 즉 경상 수지와 환율 사이에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안 것이다. 만약 이런 내용이 지문에 없었다면 이 문제는 경제 문제가 됐을 것이다.
그런데 판단 대상은 ‘B국에 대한 C국의 경상 수지의 개선’이다. 지문에서는 미국의 경상 수지의 개선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④를 판단할 때 그대로 적용할 수 없고 B국에 대한 C국의 환율에 대해 알아야 했다. ③에서 계산한 바와 같이 ‘A국 통화에 대한 B국과 C국 통화의 환율이 하락’할 때 B국에 대한 C국의 환율은 상승한다.
철수 쌤은 다시 지문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달러화에 대한 B 또는 C 통화 환율 하락
→ (미국에 대한 B 또는 C국의) 경상 수지 개선
달러화에 대한 B 또는 C 통화 환율 상승
→ (미국에 대한 B 또는 C국의) 경상 수지 악화
그런데 개념 정의에 대한 국어 능력을 지닌 철수 쌤은 이 정리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다시 지문에 있는 경상 수지의 개념 정의를 보자.
한 국가의 재화와 서비스의 수출입 간 차이
이 정의를 보면서 환율은 비율이지만 경상 수지는 비율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즉 경상 수지를 환율과 같은 방식으로 이해해서는 안 될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철수 쌤은 위에서 정리한 내용을 다음과 같이 수정했다.
달러화에 대한 B 또는 C 통화 환율 하락
→ (B 또는 C국에 대한 미국의) 경상 수지 개선
→ (미국에 대한 B 또는 C국의) 경상 수지 악화
달러화에 대한 B 또는 C 통화 환율 상승
→ (B 또는 C국에 대한 미국의) 경상 수지 악화
→ (미국에 대한 B 또는 C국의) 경상 수지 개선
이에 따라 ④를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B국 통화에 대한 C국 통화 환율 하락
→ (C국에 대한 B국의) 경상 수지 개선
→ (B국에 대한 C국의) 경상 수지 악화
B국 통화에 대한 C국 통화 환율 상승
→ (C국에 대한 B국의) 경상 수지 악화
→ (B국에 대한 C국의) 경상 수지 개선
이렇게 보면 ④는 적절하다.
여기서 철수 쌤이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환율 변화와 경상 수지 변화의 관계를 순전히 국어 능력으로만 파악할 수 있었느냐 하는 것이다. 즉 환율은 비율이고, 경상 수지는 비율이 아니라는 것을 파악하는 국어 능력만으로도 그 변화에 대해 위와 같이 수정하며 정리를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철수 쌤도 그러기가 쉽지 않다고 고백한다. 다시 말해 어느 정도 그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글을 읽으며 위와 같이 정리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⑤ … A국의 소득세 감면과 군비 증대로 A국의 경상 수지가 악화… 그 완화 방안 중 하나는 A국 통화에 대한 B국 통화의 환율을 상승
솔직히 철수 쌤도 ‘A국의 소득세 감면과 군비 증대로 A국의 경상 수지가 악화’되었는지 <보기>와 지문을 통해 확인할 수가 없었다. 다만 <보기>에서 ‘이로 인한 상황을 해소’라는 말로 볼 때 A국이 갖고 있는 문제는 ‘경상 수지 악화’라고 짐작할 수는 있었다. 지문에 미국이 경상 수지 적자에 시달렸다고 되어 있지 않았는가? 그러나 ‘A국의 소득세 감면과 군비 증대’가 A의 경상 수지 악화의 원인인지는 그 어느 부분에서도 짐작할 수 없었다. 이 부분에서 철수 쌤도 ‘이것이 국어 문제 맞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어쨌든 그 논란은 뒤로 하고 다음 내용, 즉 ‘A국의 경상 수지가 악화… 그 완화 방안 중 하나는 A국 통화에 대한 B국 통화의 환율을 상승’의 적절성을 판단해 보았다. 이는 ④에서 파악한 바와 같이 경상 수지와 환율 사이에 관계가 있으니 적절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었다. 즉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는 것이다.
A국 통화에 대한 B국 통화 환율 하락
→ (B국에 대한 A국의) 경상 수지 개선
→ (A국에 대한 B국의) 경상 수지 악화
A국 통화에 대한 B국 통화 환율 상승
→ (B국에 대한 A국의) 경상 수지 악화
→ (A국에 대한 B국의) 경상 수지 개선
이를 고려해 철수 쌤은 ⑤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철수 쌤도 이 문제가 국어 문제인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 ‘플라자 합의(1985년 9월 22일 미국 뉴욕시티 플라자호텔에서 G5 재무부장관과 중앙은행 총재가 미국의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할 것을 결정한 회의 내용)’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학생이라면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라 더욱 그랬다. 그것을 모르고 있는 학생이라면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은 다양한 국어 능력, 특히 비율과 관련한 수학적 사고를 적용하며 문제를 풀어야 하니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을 것이다.
더욱이 철수 쌤 또한 추리할 수 없는 내용이 있지 않았던가? 그래서 문제를 풀면서 철수 쌤도 전부터 알고 있었던 플라자 합의와 그 결과에 관한 경제 지식을 이용해 문제를 풀까 하는, 아주 몹쓸 마음이 생기기도 했다.
“내가 뭐랬어? 환율 개념을 정리해 두라 했지.”
이는 이 문제가 국어 영역에 출제된 후 한 인터넷 게시판에서 본 것이다. 이어서 게시판에는 이 문제의 풀이 과정이 온갖 경제 용어를 동원해서 자세히 설명되어 있었다. 아마 어느 학원의 강사가 쓴 글이었던 모양인데, 자신이 족집게처럼 지문을 적중시켰다는 것과 자신이 알려준 환율 개념을 자랑하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었다.
철수 쌤은 그 내용을 보고 이런 생각을 했다.
“경제 공부를 하자는 거임, 국어 공부를 하자는 거임? 경제 지문 안 나왔으면 어쩔뻔?”
사실 당장 성적이 중요한 학생들에게 어떤 지문이 나오고 그것에 대비할 개념들을 미리 알려 주겠다고 하면 혹하지 않을 수 없다. 철수 쌤에게도 그렇게 해 달라는 학생이 많다. 그럴 때마다 철수 쌤은 반문한다.
“나도 궁금해. 좀 알려 다오.”
그러면서 글 잘 읽는 법이나 잘 알아 두라고 하지만, 혹하는 말 앞에서는 무슨 소용있겠는가? 그래도 철수 쌤은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국어 교사인 철수 쌤은 이런 문제를 이렇게 풀어.”
하고 열심히 설명한다, 경제 지식이 아닌 국어 능력으로다.
그래도 이런 문제는 국어 영역에서 지양했으면 좋겠다.
[이것만은 … ]의 정답
통화(通貨), 금리(金利), 감면(減免), 군비(軍費), 자본(資本), 유입(流入), 주도(主導), 개선(改善), 완화(緩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