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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과 저녁을 먹으며, 언제나처럼 TV를 보고 있었다. TV속 출연자가 음식을 먹고 있었고 그는 왼손잡이였다. 나는 문득 화면을 보다가 나의 왼손을 내려다 보았다. 나도 수저를 왼손으로 사용하는 왼손잡이다. 같은 왼손을 사용하면서도 나는 내가 아닌 남이 왼손을 쓰는 것을 보면 퍽 낯설고 불편해보인다.
그래서 밥을 먹다 말고 TV를 등지고 밥을 먹고 있는 아빠에게 물었다.
나도 저렇게 불편해보여?
그제서야 아빠는 TV를 향해 돌아보며 화면을 보며 출연자의 왼손을 확인했다. 응, 너도 저래. 라고 대답하고 다시 TV를 등지고 드시던 밥을 드신다. 아, 나도 저렇게 불편해 보이는구나. 하고 생각하면 갑자기 수없이 보아온 나의 수저질도 어색해보이기 시작한다. 그럼 밥을 먹다 말고 의레 질문이 쏟아진다.
난 언제부터 왼손잡이야? 부터 시작한다. 나는 내가 언제부터 왼손잡이인지 기억하지 못한다. 내가 기억이라는 것을 갖기 시작했을 때부터 나는 왼손을 주로 사용하는 아이었다. 엄마는 내가 처음 손질을 시작했을 때부터 왼손을 썼다고 했다. 그런데 왜 안 고쳐줬어? 다음 질문을 하면 아빠가 대답한다. 고치려고 했지. 근데 니가 고집이 세서. 라고 나의 왼손잡이 확립은 결국엔 나의 고집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80년대 후반에 태어난 내가 흔히 말하는 밥상머리에서 왼손을 사용한다는 것은 어른들에게 꽤나 불편하고 고쳐야 하는 '습관'이었던 것이다. 엄마와 아빠는 내가 왼손잡이인 것에 서로 다른 스트레스를 가지고 있었는데, 아빠는 하나밖에 없는 딸내미의 왼손질에 혀를 차는 어른들이 스트레스였고 아빠도 그 어른 중에 한 분이셨다. 다만 제법 딸을 많이 귀여워 하는 탓에 아빠는 왼손잡이를 고치려고 했다고는 하는데 내 기억에 없는 것을 보니, 내가 왕 울면 나의 고집이 아니라 더 이상 뭐라고 하지 못하셨던 것 아닌가 싶다. 또 반대로 엄마는 내가 억지로 오른손잡이로 바꾸면서 받을 스트레스에 스트레스를 받으셨던 것 같다. 엄마 말로도 엄마는 단 한번도 나의 왼손잡이를 고치려고 생각도 한 적이 없으며 아빠가 뭐라고 하려고 해도 가만 냅둬. 로 정리를 했었다고 한다.
그렇게 나는 부모의 보호 아래 완벽한 왼손잡이 아이로 자라났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자라나는 과정에서 나의 왼손잡이에 대한 수많은 탄압을 받아 어른으로 장성한 지금은 글씨는 오른손으로 쓰며, 사회화 된 거의 모든 것들은 어느 정도 오른손으로 사용할 수 있는 양손잡이가 되었다. 교육을 받기 이전의 나는 할아버지에게 왼손잡이라 탄압을 받았으며, 원래도 비행기 슈웅-을 하고 숟가락이 입 안으로 날아들어 와도 입을 꾹 다물고 먹는 행위를 좋아하지 않았던 아가는 엄마가 간신히 먹어달라고 빌고 빌어 밥상머리에 앉혀 놓고 겨우 밥 숟가락을 들면 '왼삐' 소리를 하시며 호통을 치던 할아버지 때문에 도로 밥숟가락을 내려놓고 왕왕 울었고 친척집에 가면 원래 안 먹던 밥을 더 안 먹는 아이가 되었고, 초등교육을 받기 시작한 나는 왼손으로 연필을 쥘 때마다(이 때까지는 아직 모든 것을 왼손으로 하던 아이였지 싶다.) 나의 왼쪽 손등을 찰싹 때리며 '이쪽 손은 나쁜 손' 이라고 가르치던 할아버지 선생님 때문에 매일 아침 울면서 학교에 가기 싫은 아이가 되었고, 그러나 1년 내내 손등을 맞았더니 10살 이후에는 오른손으로 글씨도 쓸 수 있게 되는 초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지금은 왼손으로 글씨를 쓰지 못한다.)
이것은 핑계일 수도 있지만 나는 이 나이가 되도록 왼쪽과 오른쪽을 잘 구분을 못한다. 어느쪽이지 하면 한 번씩 버벅거린다. 다행인건 좌회전, 우회전은 헷갈리지 않는다는 것. 깜빡이를 위는 우회전 아래는 좌회전으로 외웠기 때문이다. 아니 이게 중요하지만 요는 이게 아니고, 이건 대한민국 교육의 탓을 하고 싶은데 어린이집 혹은 유치원 혹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 하여간 아직 나이가 한자리 수일 때. 좌우의 개념을 배울 때 선생님이 이렇게 외치셨다.
자아, 친구들 밥먹는 손!
그럼 나는 지체없이 왼손을 번쩍 들었다. 반에 둘,셋은 꼭 그랬다. 내가 그 둘,셋 중의 하나였다. 그럼 선생님들이 퍽 난처해 하던 기억이 있다. 그 후로 선생님은 오른쪽은 그쪽이 아니라며 허둥거렸고, 나는 그 덕분에 허둥거리며 좌우가 헷갈리는 어린이가 되었다. 지금의 교육은 그러지 않길 바란다. 보통 공감각능력이 떨어지는 아이에게 버둥거리며 방향을 어영부영 가르치면 생긴 부작용 같은 거였다. 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의 나는 어릴적과 변함없이 방향감각에 그 때의 선생님처럼 버둥거린다.
주위에 왼손잡이가 없다보니, 이런 경험을 나눌 친구가 없었다. 나는 어딜가나 왼손잡이는 나 하나였다. 다들 나의 어릴적처럼 왼손잡이에 대한 수많은 탄압에 오른손잡이가 되어버린 것일까. 나는 정말 내 고집이 엄청나서 여전히 왼손잡이인 것일까.
지금의 나는 엄격하게 따지면 양손잡이다. 나는 나의 왼손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살면서 내가 어떤 것에 왼손잡이인지 꾸준히 내 자신을 관찰했다. 그리고 사회화 된 웬만한 것들은 오른손잡이가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컴퓨터 마우스가 오른쪽에 놓여 있으면 자연스레 오른손으로 사용하며, 라켓을 쥐는 운동의 경우에는 배울 때는 보통 오른손으로 배우지만 잘하기 위해 터득하다 보면 라켓이 왼손에 쥐어진 경우가 많아서 그런 경우엔 양손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오른손잡이용 칼과 가위가 많은 탓에 칼과 가위도 양손사용이 가능하며, 현재 글씨를 쓰는 손은 완벽하게 오른손잡이이다. 왼손잡이이지만 시계는 왼손에 차고 있다.
내가 왼손을 잡는 경우는 사회화가 되지 않은 누가 알려주지 않은 것들은 왼손을 쓰고 있다.
예를들면 청소기는 반드시 왼손으로 돌리고, 우산도 왼손으로 들고 있다. 음료 뚜껑을 딸 때도 왼손으로 뚜껑을 돌리며, 아빠 덕에 알았는데 남에게 술을 따를 때도 왼손으로 따른다. (아빠가 나중에 어른들에게는 신경써서 오른손으로 술을 따르라고 했었다. 예의라며..) 머그컵 손잡이도 왼손으로 잡는다. 그래서 대부분 오른손 잡이 용으로 맞춰진 컵들의 프린팅이 왼손잡이인 나는 그 프린팅과 마주보며 차를 마신다. 책방의 서가도 특이하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꽂혀있다. 이 특징도 아빠가 찝어 주었는데 만화책 권수가 왼쪽에서 시작을 한다고, 그래서 다시 생각해보니 내가 처음에 책을 집을 때도 왼손을 사용하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누가 알려주지 않은 살면서 사용하게 되는 모든 것은 왼손을 사용해 나는 다수의 생활을 왼손을 사용하는 왼손잡이라는 것을 알았다.
왼손잡이라서 불편한 점은 생각보다 그다지 많지 않다. 그냥 오른손잡이 세상에 태어난 왼손잡이는 선택의 폭이 많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양손잡이가 된다고 생각한다. 왼손잡이용 가위나 칼이 어디에나 준비되어 있는 곳은 극히 드물며, 왼손잡이를 위한 왼쪽에 카드를 대는 개찰구는 내가 아는 범위에서는 아직 존재하지 않으며, 기본적으로 모든 제품들은 거의 오른손잡이를 위해 존재한다. 그러니 그다지 불편한 점이 없다. 왼쪽과 오른쪽으로 고를 수 있는 삶을 살았다면, 왼손잡이를 위한 무언가가 존재하지 않았을 때 이건 차별이라며 생각하겠지만 태어난 순간부터 고를 수 있는 시스템은 없었기 때문에 이건 '순응'과는 또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나의 생각이다.
'그다지' 불편한 점이 없을 뿐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왼손잡이라면 식당에 가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나는 왼손잡이라 끝에 앉을게.' 라며 늘 왼쪽 크트머리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내가 불편한 것도 있지만, 상대가 불편해할 수도 있기 때문의 작은 배려와 나의 편안함을 위해 누군가에게 관심 받을 수 있는 가운데 좌석은 피한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선 럭키다. 나는 극 I형 인간이다.) 가끔 정신이 없을 때는 지하철 개찰구에서 당당하게 버릇처럼 왼쪽에 카드를 찍고 나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때면 아! 하는 작은 탄성과 함께 옆쪽 출구로 건너가기도 한다. 또 하나의 에피소드가 추가 된 것 뿐이다. 이런 점이 가끔 불편한 정도이다.
살면서 왼손잡이로서 가장 억울했던 순간은 운전면허를 딸 때였다. 처음 운전을 배우는 사람이니 그것도 차를 태어나서 평생 처음! 몰아보는 사람인데 이 큰 것이 나의 작은 조작하나로 움직이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그런데 나는 운전면서 선생님 아저씨께 이유 모르게 호되게 혼이 났다. 핸들조작이 나쁘다는 것이었다. 그럴 수 있었다. 그야 나는 처음 배우는 것이니까! 그걸 배우려고 큰 돈을 내고 배우는 것이니까! 그 때만 해도 나는 그저 내가 그냥 못해서 혼이 나는 줄 알았다. 2시간의 교육 동안 호되게 혼이 났다. 내가 뭐만 하면 소리를 지르던 선생님이었다. 그러다 어떻게 알아차렸는지 그 선생님 아저씨가 나에게 툭 '아가씨 왼손잡이야?' 라고 했다. 그렇다고 하니 '어쩐지.' 하고 츳. 하고 혀를 찼다. 도대체 내가 왼손잡이인것이 운전연습과 무슨 상관이고 문제가 있다면 고치라고 고용한 선생인데 왜 혀를 차나 싶었다. 그래서 왼손잡이면 문제가 있냐고 하니. 왼손잡이들이 원래 그래. 였다. 뭐가 '원래' 그랬다는 것인지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고, 어이없이 수업이 끝났다. 괜히 기분이 나빴던 나는 그날부로 운전학원에 민원을 넣고 선생님을 바꾸었다. 이후에 온 선생님은 나의 손잡이에 대해 일절 언급은 없었다. 그리고 바뀐 선생님의 수업이 끝날 때쯤 물어보았다.
'선생님, 왼손잡이는 운전을 못하나요?' 그 선생님은 무슨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얘기냐는 듯 '그게 무슨 상관이죠?' 라고 나에게 되물어주셨다. '그럼 됐습니다.' 조금 개운한 기분으로 그날 수업을 마치고 나왔다.
내가 이렇게 구구절절 나의 왼손잡이에 대해 나열하는 것은 나는 내 손잡이가 좋아서다.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니까 누군가는 신기하고 불편해보일지도 모르지만(일단 나도 다른 왼손잡이를 보면 신기하고 불편해보이니) 누군가 왼손잡이시네요? 물어보면 왠지 조금 기쁘다. 그 사람은 별 뜻없이 한 말일지라도 누군가 날 알아줬어. 의 기분이 된다.
*이 모든 의견은 그저 제 개인적인 의견이며, 다수의 왼손잡이 분들과 의견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