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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teBloomer Feb 13. 2022

개인과 공동체, 그 균형은 어디일까?

전념 - 피트 데이비스

저는 어릴 때부터 모임이 불편했습니다. 많은 사람들과 모여서 다 같이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시답잖은 일상 얘기를 나누는 것도 포함해서) 저에게는 즐겁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때는 그게 불편하다거나 싫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내가 공동체에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회생활을 점점 하다가 이 느낌이 공동체주의에 대한 반감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지금 사회는 너무나 많은 것을 '우리'에 묶어서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교육받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개개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는 사라진 것 같습니다. 소위 말하는 MZ 세대가 회식을 싫어하고, 쓸데없는 모임을 기피하고, 전반적으로 '나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게 되는 것은 공동체주의에 대한 반감을 잘 보여주는 모습이지 않을까요?


하지만 모든 것은 장단점이 있습니다. 과도한 개인주의는 과도한 공동체주의와 마찬가지로 독이 됩니다. 저는 현시대의 단면을 '공동체주의에 대한 반감'에서 찾았지만 '전념'의 작가는 이를 '전념의 부재'에서 찾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를 '액체 근대' 사회라고 표현합니다.


사람들이 어느 하나의 직업이나 역할, 생각이나 신념, 집단이나 기관에 매달려서 오랫동안 같은 형태에 머무르지 못하는 것처럼, 사회도 우리를 진득하게 품어주지 않는다. 우리 삶의 모든 것을 끊임없이 탐색만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액체 근대다.(p19)


쉽게 말해 액체 근대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어디에도 '전념'하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액체 근대의 원인으로 작가는 크게 3가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첫째, 후회에 대한 두려움이다. 어느 하나에 전념했다가 훗날 '다른 것을 할 걸…'하고 후회할까 걱정하는 것이다. 둘째, 유대에 대한 두려움이다. 무언가와 관계를 형성하고 거기에 헌신하면 그로 인해 내 정체성, 평판, 통제감에 혼란이 생길까 두려워한다. 셋째, 고립에 대한 두려움이다. 무언가에 헌신하면 그로 인한 책임감 때문에 그 외에는 아무것도 될 수 없고, 아무 데도 가지 못하며, 아무도 만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p30)


전념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특정한 일에 몰두하고 집중하는 개인적인 의미로만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저는 공동체 관점에서 전념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지금 이 시대는 개인과 공동체 간에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공동체에 소속이 되어 깊게 헌신하는 일은 귀찮고 때로는 두렵기도 합니다. 그래서 자유로움을 찾아 여기도 저기도 속하지 않은 상태를 추구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것은 정답이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를 덮고 넘어가는 것에 불과합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는 더 커져만 갈 것입니다.


자유는 우리 정체성의 절반밖에 채우지 못한다. 나머지 절반을 채우는 것은 헌신이다. 사람들은 자유롭길 원하지만, 속박에서 벗어난 다음 무언가를 하기를 원한다.(p75)


"사회와 자아는 서로 공생한다. 우리가 사회를 형성하고 사회가 우리를 형성하는 것이다. (p180)"


저자는 사람들이 책임을 원한다고 주장합니다. 생각해보면 어딘가에 소속이 되어 내 정체성을 규정했을 때가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상태보다 안정적인 것은 당연합니다. 개인이 모여 공동체를 만들지만, 공동체가 또한 개인에게 영향을 줍니다. 어딘가에 소속이 되면 그 집단이 곧 나를 보여주고 그 집단을 보고 나의 평판을 조정합니다. 


그렇다고 꼭 한 집단에 전념하는 것이 정답은 아닐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그 사이 균형을 적절하게 찾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와 '우리' 사이에서 어떠한 스탠스를 취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 특히 공동체주의에 환멸을 느껴 그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고 자유롭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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