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미덕은 속도입니다.
아이디어를 빠르게 시장에 내놓고, 고객 반응을 통해 고치고 다시 시도하는 것. 속도가 곧 경쟁력이고, 실패조차 다음 실험의 자산이 됩니다.
그러나 대기업은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이 지향하는 것은 ‘세계 최고’입니다.
제품이 시장에 나오기 훨씬 전, 이미 수많은 가정과 검토가 이루어집니다. 선행 개발 단계에서부터 출시 이후 생산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수많은 변수를 점검합니다. 최종 사용자가 겪게 될 아주 사소한 불편까지도 상정해 두고,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을 찾습니다.
여기서 차이가 드러납니다.
스타트업이 속도로 치고 나간다면, 대기업은 디테일로 버팁니다.
“디테일에 악마가 있다”는 말처럼 작은 허점은 곧 치명적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고객은 그 디테일에서 감동을 느낍니다. 브랜드를 선택하는 이유는 화려한 슬로건이 아니라, 사소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는 태도에서 오는 신뢰입니다.
또 하나, 대기업의 강점은 복기를 시스템화했다는 데 있습니다.
누구나 실수를 합니다. 어떤 분기는 적자로 돌아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건 그 순간에 무엇을 배우느냐입니다. 대기업은 실패를 회피하지 않고 복기를 구조화합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학습을 조직의 습관으로 만듭니다.
이 순간만큼은 CEO의 체력이 빛을 발합니다.
단순히 밤새 일하는 체력이 아니라, 문제를 직시하고 해답을 찾아내며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체력입니다. 이 복기의 과정이야말로 조직을 다시 강하게 만드는 순간입니다.
빠름을 택한 스타트업과 완벽을 지향하는 대기업.
둘 중 무엇이 옳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대기업이 오랫동안 신뢰를 쌓고 브랜드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디테일과 복기를 소홀히 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