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제주 살아요 : 도시문제발굴단 '리빙랩' 1인가구 워크숍
<코타로는 1인 가구>라는 일드가 있었다. 최근 <돌아왔어 1인가구 코타로>로 새로운 시리즈가 소개되기도 했다. 다소 황당한 듯 보이지만 누계 100만부를 돌파한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다.
원작은 츠무라 마미 작가의 동명의 인기만화 <코타로는 1인가구>다. 아이와 함께 입주할 수 없는 아파트에 어느날 5살 아이 코타로가 이사를 온다. '아이 혼자는 안된다'는 기준이 없었던 까닭에 조용히 이웃이 된다. 5살이라고는 하지만 매일 아침 5개 조간 신문을 읽고 요리와 청소, 가벼운 운동까지 착실하게 혼자 생활하는 코타로에게 혼자사는 어른들이 더 이상하게 보인다. 잘 팔리지 않는 만화를 그리며 방구석에서 허송세월을 보내고 웃픈 청춘과 남자친구의 폭력에 시달리면서도 벗어나지 못하는 슬픈 청년, 이혼으로 가족과 떨어져 있으면서 자식과 관계 개선을 꿈꾸는 중년 등 이웃들이 어른으로서의 책임감과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중요성을 실감하며 조금씩 성장해 나간다. 왜 코타로가 혼자 살고 있는가(가정폭력으로 아버지와 분리되고 어머니는 병으로 사망한 상황. 아버지의 지속적인 접촉 시도로 보육원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일종의 안전가옥 비슷한 공간에 머물게 됐다)까지, 드라마에 나온 모든 것들이 '만화같은'이라고 하기에는 언제가 마주할 현실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기자’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던 언젠가,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훈련’프로그램을 제안한 적이 있다. ‘주민 역량 강화’라는 큰 줄기를 따라 이런 저런 사업을 기획해야 했던 때였다.
예고 없는 자연재해와 사회 재해들에 대응해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은 우선 스스로를 지킬 줄 알고, 나머지는 사회적 안전망에 맡기는 것으로 사각지대를 최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물론 언론사가 하는 일이라 100% 순수하게 뜻한 대로 진행할 수는 없는 일이었고, 시작도 하기 전에 퇴사를 했다.
그리고 우연히, ‘1인가구’문제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해결 방법을 찾아본다는 프로젝트를 보고 말 그대로 ‘덥썩’하고 신청을 하고 말았다. 그 자리가 일요일 오후 4시간을 꼬박 쓰는 일이라고는 미쳐 살피지 못했다.
도시문제 발굴단은 제주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도시문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문제를 찾고, 원인을 탐색하여 솔루션을 고안하고 기획자가 되어 체감 가능한 SW의 필수기능을 제안하는 시민 참여 프로젝트다.
그 중 나의 선택은 안전분과, 그리고 ‘건강하고 안전한 1인 가구의 삶’이다.
미리 잡혔던 일요일 일정으로 조금 늦게 워크샵에 합류했다. 1인 가구에 대한 각자의 생각과 문제점을 살피고 실제 어떠한지를 알아보는 시간에 이어 세부적으로 필요한 것을 찾는 작업이 진행됐다. 분명 흥미로운 일이었음은 분명하다.
‘1인 가구’ 증가는 어쩌면 시대적 흐름이다. 개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이 달라지고 있는데 고집스럽게 과거의 가족 기준을 적용해 살피는 것은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15년 이후 ‘1인가구 증가에 따른…’내건 연구 보고서가 줄을 이었다. 가족정책 대응이나 산업 동향 변화, 주택시장 전망, 식품 시장 전망과 대응 과제, 미래 주식시장 전망 분석까지 다양하다. 산업별로, 시장별로 나눠 분석한 자료도 있다.
1인 가구의 확산은 최근 우리 사회 문화와 생활의 중요한 변화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변화는 공동체를 대체하는 얼로너(aloner)의 확산과 공공의 문제해결 능력을 불신하고, 약해진 가족 연대를 파고든 개인주의적 생존전략 등이 대표적이다. 소비 키워드도 바꿨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인 가구의 소비 키워드는 '솔로(S:0‧L‧O)'로 정리했다. 자신을 위한 자기 지향성 소비(Self)와 정기 배송이나 24시간 내 무료 배송 같은 온라인(Online) 소비, 그리고 '로 프라이스(Low Price) 저가 지향성 소비, 편리성 지향 소비(One-stop)로 1인가구의 특성을 살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인 가구’라는 단어에 민감해진 것은 실업 등의 경제적 여건과 이혼‧사별 등으로 인한 비자발적 1인 가구의 증가다. 관심 대상이 되는 1인가구 역시 이 ‘비자발적 1인 가구’의 영역이다. 다인 가구에 비해 직업의 안정성이나 소득 수준, 주거 사정, 건강 상태 등이 현저히 떨어지고, 이러한 위험을 개인적 노력만으로 극복하기는 어렵다는 점이 각종 사건 피해와 고독사 문제 등을 통해 노출되며 사회문제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제주 상황을 보자. 통계청의 2022년 인구주택 총조사를 기준으로 한 제주 1인가구 비중은 전체 가구의 33.4%. 지난해 제주 총가구는 28만4000여 가구로 1년 전 27만8000여 가구에 비해 1.9% 증가했다.
전국 평균 1인가구 비율 34.5%보다는 낮은 수준, 가장 높은 대전 38.5%와 비교해서는 5.1%포인트 낮다.
아직 세부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2020년 인구총조사 기준으로 20세 이상 1인가구는 8만 1234가구(명)다. 이중 5만6537가구(명)은 아무런 사회활동을 하고 있지 않다고 응답했다.
이중 남성이 2만7503명, 여성이 2만9029명이다.
20세 미만까지 포함한 1인가구 8만1855명 중 2만9312명은 취업과 고용유지를 위해 혼자 산다고 답했다. 다음은 △독립 생활을 위해(2만4335명), △가족이 학업‧취업‧혼인‧건강 등으로 타지에 거주하게 되어서(1만3489명) △가족 사별(1만267명) 등의 순이었다.
사례별 관리를 하는 것도 쉽지 않다. ‘비자발적’의 기준이 모호하거니와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는데 ‘사생활 침해’ 논란이 발생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연령대별은 물론이고 성별이나 주거 상태 등등 조건에 따라 다른 지원책이 제시돼야 한다는 점도 걱정을 키운다.
이날 워크숍에서도 나왔지만 청년층에게는 독립 생애 초반기 일자리와 거주 공간 확보, 생활 습 교정 지원이, 중년층은 실업과 경제적 추락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지원과 가족 해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정서적 또는 실질적 솔루션, 중년 건강의 취약성에 초점을 둔 질병 예방 및 치료 지원이 주문된다.
‘고령 1인 가구’는 다양한 복지 시스템이 적용되고 있기는 하지만 조기 퇴직 등으로 인한 ‘젊은 노인’이나 지원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들에 대한 보완책이 꾸준히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워크숍에서는 1인가구 중 가장 취약하다고 생각되는 대상을 찾고 어떤 부분을 살피면 좋을 지에 대한 생각을 모았다. 그 과정에서 순간 ‘뭔가 비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체감 가능한 SW 필수 기능을 제안’하는 것이다. 문제가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기존 서비스나 시스템의 보완 같은 것이 아니라 ‘그래서 뭘 해주면 좀 나아져?“를 묻는 중간 과정에 집중한다. 필요한 일이기는 하지만 결국은 이런 과정을 수십 차례는 반복해야 흔히 말하는 앱 또는 웹 기반의 사회 안전망을 구축할 수 있다는 얘기다.
몇 시간 머리를 맞대고 내놓은 결론은 사실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가능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1인가구라서 불안하고 위험한 것이 아니라 ’단절‘이나 ’고립‘에서 오는 위협이나 정서적 결핍이 다양한 형태의 문제로 이어진다고 본다면 충분히 가능한 결론이다.
상황은 개인적 위험에 집중하는 것에 더해 장기적으로는 사회 통합 내지 사회적 안정성과 관련해서도 고민해야 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워크숍에서도 몇 번이나 거론됐지만 1인 가구가 지닌 문제는 단순한 개인 문제가 아닌 사회 전반의 잠재적 불안 요인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사회 변화 속도에 비해 인식 개선이 따라가지 못하고, 형평성에 맞지 않는 정책으로 인한 불만이 사회 문제로 비화하기도 한다.
좀 더 현실을 직시하자면 ’1인 가구‘은 지역에 남는 인구다. 떠남의 선택지가 적다는 점에서 보다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꾸준히 지원 가능한 장치를 마련하고 있지만 아직 빈틈이 더 많다.
예를 들어 제주특별자치도의 1인가구 지원 조례를 보자. 지난 2021년 8월 9일 제정돼 공포와 동시에 시행에 들어갔다. 조례상 1인 가구는 ’1명이 단독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생활 단위‘다. 제주도 주거기본조례 제12조에 따른 주거복지사업을 필두로 공유주택에 대한 주거지원, 공유주방 등 식생활 및 커뮤니티 지원 사업, 1인가구 건강관리를 위한 지원 사업, 1인가구 문화‧‧여가 생활을 위한 지원 사업, 1인가구의 사회적 연결망 강화 등 공동체 활성화 사업, 비상벨 설치 및 안전 귀가 지원 등 위기상황 대처 및 사회 안전망 구축 사업, 그 밖에 1인 가구의 지원을 위하여 도지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업을 ’시행할 수 있다‘고 명문화 했다.
해당 사업은 제주도특별자치도건강가정지원센터가 수행하게 할 수 있고 수행 기관이나 단체 등에 해당 사업에 소요되는 비용을 예산 범위내에서 지원할 수 있다고 했다.
조례가 있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닌 것이 1인가구 형성의 자발성 여부나 연령대 및 성별 차이와 무관하게 혼자 사는 경우 정서적 지원이나 갑작스러운 질병 등 스스로 해결하기 힘든 위기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인적 지원체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규칙적인 생활이나 제때 식사를 하는 등 자기통제 영역 역시 1인가구 가 지닌 취약성이다.
지난 8월 7일 국회미래연구원이 발간한 '국가미래전략 인사이트 제74호'에서 민보경 삶의질그룹장은 우리 사회가 다양한 요인에 따른 1인 가구의 이질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1인 가구 내의 이질성을 반영하지 못한 채 동일 집단으로 상정해 대책을 검토함으로써 적절성과 효과성 측면에서 부족하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노년 사별 여성 △기러기형 중년 △중년 이혼 여성 △노년 사별 남성 △미혼 젊은 남성 △미혼 젊은 여성 △중년 이혼 남성 등 7개 군집으로 나눠 1인 가구의 인구사회적 요인과 경제적 요인을 조사했다.
먼저 고립 특성을 보면 미혼 젊은 여성과 미혼 젊은 남성은 상대적으로 사회적 관계가 양호했다. 반면 중년 이혼 남성은 사회적 고립의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특히 아플 때 도와 줄 사람이 없는 경우가 다른 군집보다 높았다. 노년 사별 남성도 정서적 건강과 관련해 취약성이 나타났다.
전반적인 행복감과 삶의 만족도 조사에서는 1인 가구는 젊은 미혼 남녀는 높은 수준을 보였지만, 중년 이혼 남성은 낮은 수준을 보였다. 구체적으로 생활수준 만족도는 중년 이혼 그룹이 가장 떨어졌고, 건강 만족도는 노년 사별 그룹에서 낮은 수준을 보였다. 대인관계 만족도와 안전감 만족도는 중년 이혼 남성이, 공동체 소속감은 중년 이혼 여성과 노년 사별 여성이 낮았다.
이것들을 사회 안전망 안에 집어넣는다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책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최선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지원책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요보호 1인 가구에 전달되느냐 하는 점이다.
도전을 외치고 해봤으니 됐다고 하기에는, 다음은 이런 고민을 하지 않을 방법을 찾아야 겠다는 노하우를 얻었으니 충분하다고 말하기에는 뭔가 아쉽다. 설계나 재료가 아무리 좋아도 기반이 탄탄하지 않으면 무너진다. 지난 새만금 잼버리 사태에서 보지 않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