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노트를 필사적으로

책과 사람에 대한 짧은 생각

by 이세혁

작년 이맘때쯤이었던 것 같다. 어느 한 드라마에서 PPL(Product PLacement) 광고로 선보인 필사노트 서적이 인기를 끄는 걸 보았다. 단숨에 베스트셀러 순위에 랭크되는 모습을 보며, ‘아, 이래서 책도 방송을 타야 하는 거구나’, 하고 새삼 느꼈더랬다. 그 필사노트의 성공 이후, 관련 서적들이 덩달아 재조명받는 것도 같았고, 한동안 출판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필사노트 시리즈를 필사적으로 펴내는 것도 같았다.


책이 사람들에게 인기가 없어진 지 오래인 시대. 그렇다 보니,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다는 것은 마치 ‘하늘에 별 따기’와도 같은 이치가 되어버렸다. 예전보다 책의 종류는 더욱 많아졌고 다양해졌지만, 거의 대부분 광고·마케팅 등에 의해 주목받는 책들만이 이 시대를 버텨내며 읽혀진다.


작가이자 독자로서 바라는 게 하나 있다면, 책이 사람들을 선택하는 게 아닌, 적어도 사람들이 직접 책을 고르고 선택할 수 있는 그런 시대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소위 ‘잘 팔리는(광고와 마케팅에 의해 주목받고 있는)’ 베스트셀러 위주의 책들 코너 옆에, 읽어볼 만한 책들의 코너를 따로 마련하여 경쟁을 붙여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이미 지방의 어느 한 서점 주인은 매장 내 베스트셀러 코너 자체를 없애버렸다고 한다. 책의 내용만으로 승부하는 서적들과 베스트셀러들을 나란히 진열해놓고 서로 경쟁하게끔 아이디어를 냈다. 그 내용만 가지고서도 자신 있는 책들은 이렇다 할 광고 하나 없이 오로지 독자들의 입소문에 의해 베스트셀러를 누르는 영광까지 얻는다고. 그런 책들은 결국 이 시대를 살아남아 사람들에 의해 오래오래 읽혀질 것이다.


좋은 책들의 귀환과 부흥은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다. ‘책 따위 읽지 않아도, 성공만 하면 그만!’이라는 식의 잘못된 태도가 이 사회를 더욱 메마른 시대로 이끄는지 모르겠다. 물론 우리 몸 안팎으로 채워 넣어야 하는 물질의 양식도 중요하다. 그러나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고 했다. 그것이 채워지지 않음으로 해서 점점 더 심각해지는 문제들은, 시대적 착오와 이기심, 그리고 이해와 배려의 부족, 결국에 가선 사람과 사람들과의 소통 아닌 사회적 불통이지 않을까 싶다.


한동안 필사노트를 필사적으로 펴냈다는 것은 어찌 보면 출판사와 출판시장의 몸부림일지 모른다. 연애소설이 잘 팔리면 연애소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시집이 잘 팔리면 또 시집이 쏟아져 나오듯, 필사노트도 그런 경우라 할 수 있겠다. 그렇다 해도 최소한 독자들로 하여금 ‘그냥 거기서 거기다’, 라는 말만큼은 듣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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