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나의 아픔과 슬픔에 대하여

by Dohyemi

내가 초등학생일 때, 부모님은 이혼을 하셨고 나와 오빠는 아빠와 함께 살게 되었다. 아빠는 원치 않았던 이혼이었기에 엄마와의 헤어짐을 꽤 오래 아파하셨던 걸로 기억난다. 집에 오시면 늘 술을 마시고, 우시는 모습도 많이 봤다. 우리에게 엄마 욕을 하기도 하고 갑자기 버럭 화도 많이 내셨다. 둘째 딸인 내게는 그래도 다정하셨지만, 기억 속에 오빠와 아빠는 자주 다퉜고, 고등학생 때 오빠는 집을 나가 한참동안 안 들어오기도 했다.

내가 성인이 되고도 한참 더 시간이 흐른 후 에야, 그러니까 내가 그 때의 아빠 나이에 많이 다가간 후 에야 아빠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아직 사랑하는 부인과 이별하고 어린 두 자식을 홀로 키우게 된 젊은 남자. 자식은 어떡하든 키워야 했을 것이지만 마음은 아프고, 생활은 버거웠을 것이다. 그러나 어렸던 그때의 내 마음은, 자식들이 흔히 그렇듯 엄마 편이었고 엄마를 떠나게 만든 아빠가 미웠으며, 그런 상황에서도 잘 살아보려는 아빠를 도와야겠다는 생각보다 왜 아빠면서 우리들에게 의지하려고 할까. 아빠가 자식을 지켜줘야지 자식이 아빠를 지켜야 하나, 같은 생각들로 원망하고 힘들어 했던 것 같다.

그 후로 또 시간이 흘러 이제 나는 한 가정을 꾸린 엄마가 되었다. 결혼생활이란 정말 어렵다. 이제 겨우 결혼 4년 차이지만, 정말 어렵다고 느낀다. 좋을 땐 한없이 좋으나 나쁠 땐 아주 깊은 구렁텅이로 빠져드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엄마아빠가 마음이 잘 맞아서 끝까지 잘 살아준다면 그보다 좋은 일도 없겠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는 걸, 이제는 너무나 잘 안다. 그런 저런 일들과 생각의 변화를 겪으며 아빠와 나는 지금은 꽤 사이가 좋은 부녀라고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내 마음 속에서 아빠는 풀리지 않는 숙제처럼 남아있다. 지금은 사이가 좋고, 예전처럼 서로에게 날이 서 있지 않다. 멀리 떨어져 살아서 가끔 만날 수 있기 때문에, 만나면 서로에게 맞춰주려 하고 애틋한 마음에 더 신경 써 드리려 한다. 하지만 혼자 사시는 아버지를, 몇 십년 간 혼자 밥을 차려 먹고, 치우고, 집을 청소하고, 일하고, 삶의 낙 이라고는 퇴근 후 한 잔 하시는 것이 전부인 아버지를 생각하면, 죄송한 마음과 함께 뭔 지 모를 것이 목구멍에 턱 걸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작가의 이전글흰 머리 기르기 프로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