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망고 시즌
아프리카 수단에서 일시 귀국한 수녀님을 만났다. 15년째 남수단의 외딴 마을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살아온 수니 수녀는 3~5년 정도의 기간마다 고국으로 휴가를 나온다. 올 때마다 적응이 힘들고, 갈수록 적응은 더 어려워진다고 토로했다.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인 것 같다고 자가 진단했다.
“한국이 너무 빨리 변하고, 거기(아프리카)는 너무 변하지 않으니까. 또 하나는 수녀 생활이 어떤 점에선 사회와 격리된 점도 있으니까.”
“한국에서 계속 살고 있는 우리도 적응하기 힘든걸요.”
이렇게 진실을 말했지만 큰 위로는 못 된 것 같다.
이번 귀국에서 특히 눈에 띈 변화가 무엇인지 물었더니 잠시 답변을 못하고 눈을 마주치기만 했다.
“너무 많아서… 두쫀쿠만 해도, 설명을 아무리 들어도 여전히 이해할 수가 없네요.”
일단 먹을 게 너무 풍족하고 맛있는 게 지나치게 많아서 몸부터 적응하기 힘들다고, 어렵게 말을 꺼냈다.
“거기는 늘 먹을 게 없어서 걱정이에요. 지금은 망고만 따먹고 있지요.”
일종의 망고 시즌이란다. 망고 이후에는 옥수수, 그 다음에는 고구마 순으로 먹거리가 넘어간다고 말했다. 망고-옥수수-고구마… 이렇게 이어지는 시즌이 다소 낭만적으로 느껴진 것은 잠시였다.
“그건, 생존을 위한 투쟁이랍니다. 굶어 죽지 않기 위해, 일종의 보릿고개를 1년 내내 넘어가는 순서들이죠. 그나마도 원숭이들한테 자꾸 뺏겨서 늘 골치를 앓아요.”
원숭이들도 먹고 살아야 하므로 자연의 과실을 틈만 나면 따먹는 것이다. 케냐의 한 수도원에서 있었던 유명한 일화 하나를 수니 수녀가 들려줬다.
저녁 식사를 위해 식탁에 음식을 차려 놓고 잠시 기도를 하고 돌아왔더니, 원숭이 가족들이 모여 수녀님들의 식사를 신나게 먹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도둑들이라니, 내쫓기는 와중에도 빵과 과일을 손에 들고 튀더라는... 특별히 놀랄 일이 아니기 때문에 ‘아, 거기에서도 그랬군’ 하는 식으로 받아들인다고 한다.
인간의 입장에서는 도둑 맞은 음식이지만 원숭이들 입장에서는 자연스런 가족식사였을 테다. 원숭이들에게 농사를 지으라고 권할 수도 없고, 도덕 교육을 시킬 수도 없잖냐고 수녀님이 되물었다.
초원이 많고 자연이 풍요로운 곳에서 왜 농업이 안 되는지 물었더니 간단하게 답했다.
“농업이 안 되는 게 아니라 열심히 농사를 지어도 망치는 일이 계속 반복돼서 그래요. 전쟁이 계속되고, 원숭이나 코끼리 같은 동물들과도 경쟁해야 하니까. 먹을 게 없으면 별별 일이 다 생겨요.”
우리도 지금 망고 시즌을 보내고 있는데, 생존용 망고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심사가 복잡해졌다. 우리는 제철 음식을 건강과 미식을 위해 소비하지만 저곳에서는 죽느냐 사느냐를 결정하는 필수재로 역할하는 것이다. 동물들에게는 더욱 망고-옥수수-고구마 제철이 간절할 것이다.
수니 수녀가 간만에 한국으로 오기까지 비행시간만 13시간 걸렸고, 그 중간 지역쯤에서는 전쟁이 한창이라 예전보다 더 긴장했다고 한다. 그 와중에도 봄은 왔다며 검게 그을린 얼굴에 하얀 미소가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