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과 '소년'에 대하여

그들은 가수인가, 철학자인가

by 포포

지난주 있었던 BTS 광화문 공연을 넷플릭스로 혼자 봤다.

처음엔 앉아 있다 금세 일어서게 됐다. 저 역사적 공연을 멀뚱멀뚱 앉아서 보는 건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눈과 귀로만 즐기는 건 비효율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맥주 캔을 들고 한 모금씩 마시며 흥얼흥얼 춤도 췄다. 누가 봤다면, 미친 거 아님? 했을 듯.


광화문 공연을 보기 전에는 이들의 노래를 알지 못했다. 이날도 노랫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다만 흥얼흥얼 몸이 들썩였고, 중간중간 보이는 자막을 통해 가사들을 보는 둥 마는 둥 했으며 어떤 의미의 노래인지 감을 잡곤 했다.


전 세계에서 그들을 바라보고, 따라 노래하고, 따라 춤을 추고 있을 것을 상상하니 왠지 뿌듯하고 가슴이 저릿했다. 도대체 저들은 누구이고, 세계의 사람들은 이렇게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해할 듯 이해할 수 없는 마음으로 흔들흔들 즐겼다.


흥얼흥얼 흔들흔들 혼자놀기를 하면서 든 별별 생각들 중 하나는 'BTS는 가수가 아니다'라는, 난데없는 깨달음이었다. 저들은 오히려 철학자들 같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다독이고, 공감하고, 즐기면서... 무엇보다 희망을 확산시킨다. 그런 저들을 세상에서는 아티스트라 부른다. 나는 흔들흔들 춤을 추면서 저들을 철학적 아티스트로 일단의 규정을 했다.

BTS는 방탄소년단의 영어 약자다. 오랫동안 귀에 익은 방. 탄. 소. 년. 단. 이제 와 생각하니 놀라운 이름이다. ‘방탄’과 ‘소년’의 역설은 공상만화가 현실화된 듯한 느낌을 준다.

방탄이란 무엇인가. 외부의 공격을 막는, 단단한 방어를 뜻한다. 철저하고 단단한 수비, 보수적 개념이다.

소년은 누구인가. 미완의 사람이다. 약하고 여린, 성장기 사람이다. 미완이기 때문에 가능성이 많고 무모한 도전도 허용된다. 실패해도 괜찮아. BTS의 많은 노래들이 이런 마음을 전달하는 것을 나는 안다.


보수적인 방탄과 도전적인 소년이 합쳐 방탄소년단이 됐다. 이들이 우주의 왕자(우주의 황제나 제왕이 아니다)가 되어 세상을 구하러 나섰다. 만화 같은 이야기가 현실화된 것이다.


“우린 김치 없이는 못 살아요.”

BTS의 수많은 인터뷰 중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음식은 김치, 김치찌개라고 한다. 특히 RM은 김치와 한식에 대해 요리 전문가 뺨치게 가이드를 할 정도로 한식 문화에 깊이를 갖고 있단다. 김치 입장에서는 엄청난 홍보무사를 만난 것이다.


김치 다음으로는 삼겹살과 라면을 언급하는데, 마치 한식진흥원에서 조사한 ‘세계인들이 좋아하는 한국 음식’ 순위와 비슷하다. 세계인들이 좋아하는 한국 음식을 BTS가 꼽는 것인지, BTS가 꼽아서 이 음식들을 세계인들이 좋아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라면은 정국 때문에 ramyeon이라는 문화코드가 생겼다고 한다. "라면은 한국 라면이 진짜 ramyeon"이라는 정서가 아미(A.R.M.Y)에게 깔려 있다는데, 이 바탕을 놓은 이가 정국이다. 고맙다, 방.탄.소.년.들.

이들은 분명 노래를 잘해서 세상을 구원하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세계가 이들을 좋아하는 수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것만은 확실하다. 노래를 잘해서, 춤을 잘 춰서, 모두 잘 생겨서 따위들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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