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은 가족일까

길들이고 길들여지는 것들

by 포포

여자 사람 친구가 이집트를 다녀온 뒤 낙타에 대한 이야기를 오래도록 했다. 들어보니 두세 시간 이상 낙타와 동행 또는 씨름을 했던 것 같다. 피라미드보다 더, 오벨리스크보다 더 낙타가 인상 깊었다는 인상을 줬다.


그의 경험 속 낙타는 영화에서 봐온 낙타와 많이 달랐다. 가령 영화나 다큐에서 봐온 낙타는 인내심이 강하고 착한 동물이다. 머나먼 사막, 험난한 계곡을 묵묵히 (게다가 무거운 짐을 지고) 이동하는 모습을 자주 보아온 터, “성질 있고, 고집도 센, 고약한” 낙타와의 하루 이야기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들었다.


호기심이 생겨 낙타의 이모저모를 알아보니, 과연 남다른 점들이 많았다. 이런 동물을 어떻게 가축으로 길들였는지, 인간들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등짐을 500kg 질 수 있고, 키가 2미터에 달하는 육중한 체격에 소나 말처럼 유순하지도 않은 동물을 길들여 온갖 용도로 써먹는 인간들에게 일단 경례.


인간이 가축을 키운 것은 선사시대부터로 추정하고 있다. 최초의 가축은 개이고, 가축화된 동물은 양이다. 이후 말, 염소, 돼지, 소, 닭 등이 가축화됐다고 한다. 지구의 총 동물 수 150만(과학자들이 실제 기술한 수 기준) 종 가운데 극히 일부인 20~40종만이 인간과 같이 사는 셈이다(국제 생물 다양성에서는 총 동물의 추정치를 700만~800만 종으로 본다).


유엔식량기구(FAO)에서는 세계의 수많은 동물 중에서 38개 동물(종 기준)이 가축화된 것으로 분석한다.

인간이 길들여 가축화한 동물과 스스로 인간에게 다가와 가축화가 된 동물은 다르다. 개와 고양이는 인간에게 다가와 가축화(또는 가족화)가 이루어진 경우이고, 소, 돼지, 말, 양, 염소, 닭, 오리 등은 인간이 길들여 가축화한 경우다.


가축화(Domestication)한 동물은 오랜 세대 동안 인간과 공생 관계를 유지하며 유전자가 변하고 행동·형태적 특성이 변화해 야생 조상과 구분된 종을 말한다(위키백과).

가축(Livestock)은 집에서 기르는 짐승을 총칭하는 말이다. 소, 말, 돼지, 닭, 개 따위를 통틀어 이른다(국어사전). 구체적으로는 ‘인간의 농업 환경에서 사육되는 길들여진 동물로, 노동력을 제공하고 고기·달걀·우유·모피·가죽·양모 등 다양한 소비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키우는 동물을 말한다(위키백과).


우리나라 축산법(2025년 7월 개정)에서 말하는 ‘가축’은, 사육하는 소ᆞ말ᆞ면양ᆞ염소ᆞ돼지ᆞ사슴ᆞ닭ᆞ오리ᆞ거위ᆞ칠면조ᆞ메추리ᆞ타조ᆞ꿩,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동물(기러기ᆞ노새ᆞ당나귀ᆞ토끼ᆞ개ᆞ꿀벌 등)을 말한다. 놀랍게도 고양이는 가축으로 포함돼 있지 않고 개는 포함돼 있다.


인간에게 스스로 다가와 가축화된 개, 고양이는 가축의 개념에서 가족의 개념으로 신분이동이 진행 중이다. 개 식용이 전면 금지되는 2027년이 되면 개도 가축법에서 제외될까? 그리하여 가축에서 가족으로 격상될까. 이후 또 세대가 바뀌면 가족증명서에도 오르게 될까.


흥미로운 관점 하나를 추가하면, 인간이 고양이를 길들인 게 아니라 고양이가 인간을 길들였다는 주장이 애묘인들에게는 일반화되어 있다. 도대체 누가 누굴 길들여? 고양이 눈들의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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