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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포포 매거진 Dec 12. 2022

엄마와 딸, 우리의 초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 더 욕심내고 기대에 어긋나게 삽시다

엄마와 딸, 그 미묘한 관계

엄마와 오랫동안 떨어져 있었어요. 학교를 졸업할 때마다 단 한 번도 오지 못하셨으니까 꽤 

긴 시간인 거죠. 그러다 공항에서 이산가족 상봉하는 것처럼 만나게 됐는데, 서로의 온도가 

너무 달랐어요. 저는 반갑고 서럽고 온갖 감정들이 뒤엉켜서 얼굴이 일그러졌는데, 엄마는 

오히려 눈에 어색함이 가득한 거예요. 나에겐 엄마가 그대로인데 저만 우뚝 커버렸다고 하 

더라고요. 그래도 엄만데, 그래도 딸인데. 그렇게 일 년에 한 번 정도 제가 엄마를 만나러 가 

면서 자연스럽게 사진을 찍게 됐어요. 밥을 먹고 놀러도 가고 이런저런 좋은 풍경 보면 또 찍 

고. 매년 만나면서 매년 지독하게 싸웠는데 그 시간들이 다 사진들로 쌓여있더라고요. 


사실 좀 억울했어요. 저는 엄마와 있는 일주일 중 사흘 빼고 나머지가 다 힘들었는데 사진 

만 보면 그렇게 행복해 보일 수가 없는 거예요. 찍는 순간만큼은 아름답게 담고 싶었던 건지 

알 수가 없었지만. 가족 사진집 <가끔, 가족(Sometimes, Family)>을 만들면서 드라마틱하 

게 엄마와 저의 관계가 가까워지거나 한 건 아니었지만, 기록을 남기면서 엄마와 딸의 관계 

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엄마를 미워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고. 복잡한 감 

정들이 뒤섞여서 서로가 엉겨 붙어있구나 싶었어요. 가족 안에서 엄마와 딸에게 주어지는 

무게는 어느 정도 될지, 둘의 유대관계와 그것이 가족 안에서 다른 관계와는 또 어떻게 다른 

지도 궁금했고요. 우리는 정말 일 년에 한 번 정도 만나면 많이 만나는 거였고, 매번 엄마를 

끈질기게 붙잡고 있는 게 조금 힘에 부치기 시작했을 때 다른 모녀는 어떨까 궁금해졌어요. 

그렇게 시작하게 된 사진 작업이 <마더 앤 도터(Mother & Daughter)>에요. 각자의 관계는 

어떻게 쌓이고 있을까, 어떤 감정과 기억들이 그사이에 자리 잡고 있을까, 그런 궁금증과 제 

작업에 대한 다른 측면의 환기도 필요해서 시작하게 됐죠.

사진 속에서 발견한 우리

촬영 전에 신청자를 만나서 신청이유와 엄마에 대한 생각, 관계, 특별한 기억 등 여러 가지 

질문들 을 하고 그 답을 토대로 촬영을 진행했어요. 첫 촬영은 마산이었는데 촬영 전날 아예 

신청자의 집으로 내려가서 하루를 보내고 다음 날 식사 후 근처 한 시간 거리의 강에 놀러 

가서 촬영하기도 했어요. 첫 촬영이기도 했고 잘 담고 싶어서 꽤 긴장을 많이 했었는데, 오히 

려 확 밀접한 시간을 보내고 나니 두 모녀를 담는 저의 눈도 편해지고 자연스러운 분위기에 

서 진행했던 것 같아요. 신청이유로 ‘가족사진이 없다, 본가 거실에 못생긴 정물화가 크게 걸 

려있는데 없애버려야겠다.’라고 사연을 보내주신 분이 있었어요. 그 말이 되게 재밌었어요. 

흔히 가족사진이라고 하면 조명 가득한 사진관에서 옷을 갖춰 입고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 

을 떠올리잖아요. 제 작업은 그것과는 거리가 먼데, 뭔가 거실 중앙에 걸릴 커다란 가족사 

진을 생각하니 ‘어? 그런 사진도 담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아주 잠깐 들기도 했었어요. 저 

도 모르게 한국의 정형화된 보통의 4인 가족을 생각하고 있었던 거죠. 


오히려 그 말을 듣고 나니 제 작업은 다른 방향이어야겠구나 싶어서 일상의 기록처럼 담으 

려고 했어요. 그래서인지 사진을 보내고 나면 다른 무엇보다 어색하지 않고 편안해서 좋았 

다는 의견이 많았어요. 보통 제 나이 또래의 딸들이 신청하기 때문에 어머님들은 이런 촬영

방식이 불편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거리를 금방 좁히고 받아들이시는 것 같아요. 

신청 후에 모녀가 같이 소품이나 의상을 준비해서 적극적으로 참여하시기도 하고요. 한 신 

청자분이 개인 SNS에 어머님의 반응을 올려주셨는데, 아빠를 닮은 줄 알았던 따님이 웃는 

모습이 자신과 똑같다는 걸 알고 명절 때 온 친척들에게 자랑하셨다고 하더라고요. 누군가 

면밀히 보고 담았을 때야 발견할 수 있는 얼굴이 있는데, 두 사람을 그렇게 동시에 담았을 

때 보이는 것들이 또 있구나 싶어서 기억에 남았어요.

엄마와 딸의 관계는

스티커를 떼고 남은 접착제 자국 같다고 생각해요. 아예 없었던 것처럼 만들기도 어렵고, 새 

로 붙이고 나면 그 전 자국이 남아있어서 오랫동안 신경 쓰이는 그런 자국. 신청자분이 그 

런 얘길 했어요. 가끔 이 끈끈함이 징그럽고 지독하다고, 서로 덜 사랑했으면 한다고. 이상하 

게 엄마와 딸은 그렇더라고요. 특히 딸은 엄마를 원망하면서 또 사랑할 수밖에 없는 마음 

이요. 미움이든 원망이든 버리라는 말이 아니고, 저는 그런 걸 가지면서도 ‘그럼에도 불구 

하고’ 그다음 단계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엄마를 위해서가 아니라 딸인 본인을 위 

해서요. 여전히 저도 엄마가 밉고 괴로울 때가 훨씬 많고, 그러면서도 안쓰럽고, 또 많이 사 

랑해요. 

이 프로젝트가 더 단단하고 건강해지는 다음 단계를 위한 중간다리 정도로 도움이 되었으 

면 해요. 어떠한 이유로 신청을 했든 간에, 타인이 사적인 영역에 들어와서 가장 사적인 부 

분을 담는다는 건 저도 신청자도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최대한 거리를 좁히고 편한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사전에 신청자와 많은 얘기를 나누고 좋은 시 

간대와 장소를 정하고, 촬영 당일에 만나서도 충분한 대화와 적절한 쉬는 시간을 가지면서 

진행하려고 했어요. 그러다 보니 좀 조심스러워지는 부분도 있더라고요. 민감한 부분이지만 

꼭 담아야 할 것들이 있는데, 아무래도 짧은 시간 안에 그 모든 것을 담기에는 어려운 것도 

있어서 적당한 거리조절을 했던 것 같아요. 사실 더 가까이서 담고 싶은 저의 욕심을 어떻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 에 대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누군가의 자식이자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 더 욕심내고 기대에 어긋나게 삽시다.

writer 강희주 90년대에 태어나 ‘두루두루 바라다’는 이름에 걸맞게 이것저것 하고 있다. 

                    초상과 풍경, 하나와 여럿의 범위를 오간다.   @nevertheless_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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