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력 결핍에 대한스스로의 역할, 부모의 역할
이야기에 앞서 현재 우리 부모님은 이혼을 하셨다.
비록 지금은 두 분이 각자의 삶을 살고 계시지만 어린 시절 그분들이 주실 수 있는 최선의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최고가 아닌 최선의 사랑이다. 단점을 생각하면 끝도 없다.)
오늘 할 이야기는 내가 어른이 되어 사회인이 되기까지 도움이 되었던 긍정적인 부모님의 역할, 스스로의 역할에 대해서 기록해 보려 한다.
혹시라도 자녀가 ADHD가 의심되거나 본인이 진단을 받았을 경우 하나라도 도움이 되시길 바라며. 본인만의 꿀팁이 있다면 공유해 주시길.
목차
1. 주의력이라는 총을 쏘면 맞는 대상은 120개
2. 분산되는 집중력을 오히려 즐겨
3. 부모님의 영향
4. 이제는 내가 나의 보호자가 되어
1. 주의력이라는 총을 쏘면 맞는 대상이 120개
집중!이라고 외치는 순간 집중해야 하는 것보다 재미있는 게 얼마나 많은지. 집중해야 할 대상은 왜 그렇게 지루해지는지.
진행했던 검사 중에 CAT‘해피마인드 종합주의력 검사’에서 평균에 비해 낮은 [저하]를 받은 항목이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하나가 유독 낮았다. 선생님은 “이렇게 문제하나를 통째로 다 틀렸던 사람이 지금까지 없었다. 이건 아예 제대로 이해하지 않은 상태에서 급하게 시작한 것 같다”며 진심으로 당황하셨던 선생님 표정이 아직도 아른거린다.
그 검사가 진짜. 미치도록 지루해서 검사실에서 답답해 죽을 뻔했다. 한 시간 전후되는 시간 동안 작은방에서 혼자 앉아서 컴퓨터를 보면서 화살표를 누른다. 고문기계가 있다면 이런 걸까 싶었다.
상담을 받을 때도 선생님과의 대화에 집중하지 못하고 벽에 걸린 신기한 그림의 액자에 정신이 집중되어서 대화내용의 반쯤은 생각도 안 난다.
이 시기에는 내 흥미를 끌지 않는 내용에 신경을 쓸 수가 없는 상태였었다.
2. 분산되는 집중력을 오히려 즐겨
집중력이 분산이 되어버리면, 정말 끽해봐야 몇십 분밖에 집중이 안된다. 그럴 때는 엉덩이도 아프고 몸도 찌뿌둥하고 괜히 움찔거리게 되는데 이때 나는 몇 가지 방법을 사용한다. 회사에서는 오전/ 오후를 나눠서 1시간 30분 정도마다 스트레칭을 5분 정도 해준다. 솔직히 업무 하면서 8시간 동안 풀로 집중하는 직장인이 이 세상 어디에 있는가. (그는 유니콘이다) 집중력이 딸리면 간식을 먹거나, 다른 사적인 것에 신경을 빼앗기게 되는데 그럴 때 나는 스트레칭으로 마음의 평정심을 다잡는다. 집에서 글을 쓸 때나 작업을 할 때도 주변에 덤벨을 이용해서 스쿼트를 해준다. 특히나 작업할 때는 시간 내에 끝내야 하는 결과물인데 정신 잡는다고 매번 산책을 나갈 수도 없는 노릇이니, 빠르게 피를 돌게 하고 뇌에 산소를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은 제자리 운동이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호흡하는 것도 좋다. 그렇게 시간을 끊어서 사용하며 잠시 집중력에 환기를 시켜주고 나면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작업할 수 있다. 주의력이 분산될 때는 잠시 운동타임이라고 생각하자. 집중도 조금씩 하다 보면 감당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 집중 후에는 적절한 휴식도 잊지 말기를.
3. 부모님의 영향
난 태생이 불안도가 조금 높은 편이었고 예민했다. 그래서 나 스스로에게 조차 자신감이 없었고 의심을 했는데 그럴 때마다 엄마는 이렇게 말해주셨다.
너는 그냥 잘할 거 같아. 느낌이 그래.
이런 밑도 끝도 없는 말이 어린 나는 꽤나 좋았다. 신뢰를 받고 있는 느낌이 들었고 말에 마법 같은 힘이 있는 것 같았다. 20대 초반 갑자기 서울로 가서 일을 해보겠다고 했을 때도 엄마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해보라고 말했다. 그래서 엄마는 내가 불안하지 않아?라고 물었지만, 너는 네가 잘할 텐데 뭐가 걱정이야.라는 간단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리고 난 정말 케리어 하나에 짐을 싸 들고 서울생활을 시작했다. 많은 길을 거쳐온 지금도 자존감이 떨어지거나 불안할 때는 이 근거 없는 믿음을 떠올린다.
아빠는 본인의 삶에 주인공은 스스로가 되어야 한다는 걸 끊임없이 알려주셨다. 꿈이 없는 삶은 껍데기 같은 거라고 하시면서 꾸준한 인내력으로 나를 키워주셨다.
고등학생 때는 특히나 중2병이 늦게 들어서 내 방에 온 벽을 다 그림칠을 해놓고 살았다. 처음에는 조금 당황하셨지만 ”그래 이 방은 네 거니까 마음대로 칠해봐라 “하시면서 내버려 두셨다. 그리고 항상 뒤에는 아빠가 있다고 말해주셨다.
4. 이제는 내가 나의 보호자가 되어
부모님에 대한 좋은 점을 나열하면 끝이 없고, 나쁜 점을 말해도 끝이 없다. 그중에 선택하는 건 내 몫이다. 나쁜 것에 집착하게 되면 이 세상 제일 불쌍한 이 가 바로 내가 된다. “다 땅에 묻고 새 출발!” 이런 느낌은 절대 아니다. 나쁜 점에서 배울 것은 배우고, 교훈으로 삼으면 내게 득으로 돌아오게 된다. 누군가의 잘못을 따지고 탓하는 건 내 몫이 아니다. 진짜로 벌을 받아야 하면 법이, 세상이, 우주가 하게 내버려 두는 것이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값어치 없는 증오는 내 마음 안에 절대 들이지 않겠다는 의지다.
사실 부모님의 이혼을 받아들이는 게 굉장히 힘들었다. 몇 년간의 기억은 통으로 삭제가 되었었고, 살이 15kg 이상 빠진다거나, 급 심한 우울감에 빠져서 허우적대기도 했다. 그래도 내가 빠져나올 수 있던 건 단 하나.
[뭐든 영원한 건 없다]라는 생각이었다.
아무리 사랑해도 누군가 사고로, 죽음으로 서로 떨어지게 될 수도 있다. 지금 두 분은 멀쩡히 잘 살아계시는 것에 감사하면서도 그분들의 인연이 딱 거기까지였던거라고 받아들였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이제는 내가 나의 보호자가 되어줘야겠다 “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요즘에는 종종 심리 관련된 책이나, 영상을 보면서 내가 나의 보호자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방법이 뭘지 고민한다. 내면과 외면의 건강을 동시에 챙기는 게 쉽지는 않다. 하지만 나를 위한 투자라는 생각에 조금씩 지치지 않게 꾸준히 하는 중이다.
누군가의 자식역할이 아닌, 내 자식의 보호자가 아닌, 내가 진짜 나와 단 둘이 보내는 시간.
그런 시간이 인생에 얼마나 될까.
내가 누리고 있는 것에 감사하고 현재를 사는 것. 카르페 디엠. 오늘을 즐기고, 오늘을 붙잡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