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질을 허공에 하지 말고 땅에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지죠.
내 삶의 목적은 재미와 자유, 편안을 찾는 것에 있다.
인생에서 재미를 느끼는 부분은 반드시 더 디깅(digging) 해서 지혜의 깊이를 만들어야 한다.
가만히 앉아있을 때 기회가 올 수도 있다.
근데 그게 오십 년 뒤가 될 수도 있다.
난 내가 살아생전, 그리고 되도록 관절이 건강할 때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쌓아보고 싶다.
그런 기회는 땀 흘려서 삽질을 해야 생긴다.
물론 허공이 아닌, 땅에.
목차 [허공에 하는 삽질 말고, 땅에 하는 실전삽질]
1. 회사에서 하는 삽질들
2. 개인의 삶에서 하는 삽질들
3. 타인에게 하는 삽질들
회사에서 하는 삽질들
누군가가 말했다. 왜 내 현실이 이렇지? 왜 우리 회사는 이모양이지? 나에게 왜 기회가 안 주어지지? 라면서 현실을 탓했다. 물음표만 있는 삶이다.
그렇게 퇴근 후 지인과 술잔을 기울이며 오늘의 하루를 탓하고 주변을 탓하고 ‘다 이렇게 사는 거다...’라고 생각하면서 정말 그렇게만 살게 된다.
거기에 스스로 못까지 박는다. “난 이렇게 사는 게 나쁘지 않아. 발전은 없지만 그냥 편안해.”라고.
나는 삽질을 잘한다. 괜히 누가 안 시킨 일인데도 재미있을 거 같으면 아이디어를 던지고, 중국공장에 문자나 글로 전달해도 될 일도 영상전화를 걸어서 30분 넘게 미팅을 한다.
그렇게 하면 벌어지는 재미있는 일들이 생긴다. 지긋지긋한 회사가 조금은 재미있는 공간이 되는 것이다. 평생직장은 옛말, 철저하게 준비해서 이직이나 사업할 준비를 해야 한다지만 일단 눈앞에 있는 현생부터 제대로 살아내는 것 자체가 진짜 준비다. 밖에서 내돈내산 해서 100% 박치기할 일도, 회사자금으로 시도해 보고 도전해 보고 연구해 볼 수 있다. 그렇게 올해는 2건의 자사상품을 출시했고(물론 다른 분들도 같이 했지만 나의 욕심이 한껏 들어간), 내가 작업한 3D모델링을 활용해서 지원사업으로 자금을 확보하신 대표님의 제품을 생산까지 완료했다. 주말에는 앞으로 내가 하고 싶은 아이템들을 구체화시키면서 대표님들이나 비슷한 결의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러 방방 뛰어다녔다. 이런저런 삽질들로 얻어낸 지식들은 돈주고도 못 사는 경험이 되어주었다.
개인의 삶에서 하는 삽질들
주변 지인 중에 한 명이 너는 어떻게 그렇게 꾸준히 운동을 하냐고 묻는다. 본인은 이런저런 상황이 있어서 결국 운동을 못한다고 한다.
내가 하는 아주 간한단 방법은 생활에 운동을 녹이는 방법이다. 출근을 계단으로 하고, 점심 먹고 계단 타면 벌써 운동시간 20분 세이브된 거다. (고층건물이라서 오히려 좋다) 누군가는 왜 굳이 그런 짓을..? 힘들게 왜 그래?라고 할 수 있지만, 이 삽질들이 날 건강하게 붙들어 둘 수 있는 체력을 만들어낸다. 10분 운동을 우습게 보는 사람은 절대 1시간 그 이상의 운동조차 해보지 않은 사람이다. 1시간은 10분이 모여서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자잘한 쪼개기 운동이 더 이상 그냥 허공에 대고 하는 삽질이 아니라, 땅을 유지보수하기 위해 실전에서 하는 삽질이 된다.
'체력도 자기 관리다'라는 말은 어쩔 수 없는 진리다. 본인이 직원이라고 생각하면 하루이틀 병가 내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런데 스스로가 대표라고 생각하면 아픈 것도 조심스럽게 된다. 집에도 덤벨이 있으면 좋다. 앉아있다가 주기적으로 스쿼트나 팔운동에 쓰면 최고다. 요가매트와 폼롤러는 하루를 마무리하는 내 단짝들이다. 이렇게 유난 떨고 삽질해야 엉덩이가 죽어나가지 않는다. 이런 원리를 이용해서 5분 책 읽기(눈떠서 바로, 자기 전에)를 매일 해주면 진짜 마음이 충만해진다. 아침에 하는 이불정리는 꼭 해야 하는 루틴이다. 1분도 안 걸린다. 이렇게 작은 시간들을 활용해서 최대한 압축된 삶을 살자. 이 작은 삽질들로 나만의 건물을 세울 터를 닦는 중이라고 생각하면 즐겁게 해낼 수 있다.
타인에게 하는 삽질들
난 친구의 숫자가 많아야 할 필요성을 그리 많이 느끼지 못한다. 이유는 주변에 영향을 꽤 많이 받는 성격이라 닮고 싶은 사람들이 아니면 옆에 두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 사람은 전염된다'라는 말을 진심으로 신봉한다.) 카톡친구 900명이 있어도 정말 진심으로 누군가 필요할 때 전화할 사람이 없다면 그게 친구가 많은 사람은 아닐 거라 생각한다.
최근에 결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보다 깨달은 게 있다.
이전에 나와 맞지 않는 타인들에게 했던 삽질도 사실은 다 쓸모가 있었구나라는 것이다.
한때는 그들에게 받았던(혹은 내가 줬던) 상처, 안 좋은 기억들이 다 섞여서 정말 인간 자체가 싫었다. 사람의 숨소리도 싫었고, 눈빛도 싫었다. 말을 섞기는 더더 싫었는데 그 시간을 지나서 최고의 고립단계까지 가보니 안타깝게도 삶이 나 혼자만 살아가기에는 조금 재미가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무리 멋진 곳에 가서 맛있는 걸먹고, 좋은 걸 누려도 누군가와 공유하고, 감정을 교류하지 않으면 삭막한 삶이 되어버린다. 혼자시간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게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버리는 순간은 더 이상 자유가 아니다.
함께 또 혼자서 같이 걸어갈 수 있는 삶을 살아가는 게 진짜 자유로운 삶이라는 것.
그걸 과거에 했던 많은 삽질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참으로 고마운 삽질들이었다.
어떠한 삶도 정답은 없다.
본인이 원하기 때문에 그렇게 사는 것이며, 원하지 않는다면 그렇게 살지 않을 힘이 스스로에게 있다.
누군가에게 잘 보일 필요도 없고, 피해의식을 느낄 필요도 없다.
편안하면 편안한 대로 유지하면 되고, 불편하면 몸을 움직여서 변화를 꾀하면 그뿐이다.
누구도 본인의 삶에 답을 알려주지 않는다.
그건 아마 신도 대답하기 어려운 영역일 것이다.
삽질을 해보면 본인의 취향을 발견한다. 해외여행이 얼마가 적정한지는 모르겠지만 '비쌀 거야.' '난 아직 언어가 부족해..'라는 생각이 발목을 잡으면 정보를 찾아보면 된다. 몇 년 전 왕복 15만 원 비행기 티켓으로 다녀왔던 대만에서 숙소비는 5만 원도 안 되는 곳으로 찾고, 뚜벅이 여행으로 먹방을 찍었던 때. (매일 지인들이랑 술파티, 도파민파티 하지 말고 차곡차곡 모아서 한 번쯤은 혼자 여행해 보기를 추천한다. 사실 굳이 해외 일 필요도 없다. 일상을 보내는 곳과는 다른 낯선 곳이면 좋다.)
여기저기 삽질하다 얻어걸린 곳인데 인생 젤라또를 발견했다. (여기는 찐이다)
인생도 이런 맛집을 찾는 느낌이랑 비슷한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