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나나개인주의

교환학생 시리즈

by 싱가

빠나나개인주의 | 가장 큰 도전 | 정말 놀랐던 점 | 클래식 | 추구미 | 혼자서도 잘해요 | 운동 |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를 썼습니다


빠나나개인주의

라는 말을 들어 보았는가. 못 들어본 게 당연하다 내가 지은 말이기 때문 ..

자취생들에게 가장 맛도 있고 먹기도 편한 과일은 바나나랑 오렌지 종류일 것이다. 우선 손질이 그렇게 어렵지 않고 칼을 쓸 필요가 없으며 보관도 그만큼 쉽다. 그래서인지 5명이서 살고 있는 우리 아파트의 사람들도 빠나나를 자주 먹곤 한다.

그런데 여기서 뭔가 웃긴 점은.. 각자의 빠나나는 각자의 것 이라는 암묵적인 룰이 있기 때문에 아파트에 들어서면 수많은 빠나나들이 나를 반기곤 한다. 각자의 것을 놓는 영역도 나름대로 정해져 있다! 여기는 나의 빠나나.. 저기는 너의 빠나나.. 이 빠나나가 네 것이냐

아니오 제 영역의 빠나나가 아닙니다..


나는 주로 코스트코에서 바나나를 사 오는데 푸릇푸릇하다 못해 시린 초록색의 바나나를 팔기 때문에 후숙을 고려해 전략적으로 구입해야 한다.. 텀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 후숙이 안 된 바나나를 서걱서걱 씹어 먹거나 후숙되다못해 썩어가고 있는 바나나를 서둘러 처리해야 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어제 이 계산에 실패해서 벌써 내 빠나나들이 빠르게 익어가고 있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삼시세끼 빠나나를 먹어야 할 수도 있겠다..


가장 큰 도전

은 이번 쿼터에 연기 수업을 들은 것이다. 초반에는 수업에 가기가 너무너무 싫었고 당장이라도 드랍하고 싶었다. 매일 얼굴을 구기면서 표정을 드러내야 하고, 다양한 높낮이와 빠르기를 조정하면서 온 몸을 움직이게 하고, ‘follow your hand’ 라는 활동으로 손바닥을 따라가며 나의 감정을 표현해야 하고, 노래를 부르고 극을 구성하고 등등.. 한국에서 내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수업, 나의 정서와는 너무 다른 수업을 따라가는 것은 “고통”

그러나 이번 교환학생에서 이 수업은 듣겠다는 불굴의 의지로 드랍만은 하지 않았고 지금은 정말 연기를 잘 하게 되었느냐? 라고 묻는다면

딱히 우등생은 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이 수업은 나한테 어렵고 연기할 때가 되면 울부짖으며 교실을 날아다니는 학우들 사이에서 감탄하는 학생 역을 주로 맡는다. 그러나 우등생은 되지 않아도 나름대로 이 수업을 듣고 다른 사람들을 보고 배우면서 초반보다는 훨씬 나아졌다! 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참고로 지난 주에는 노래 하나를 정해서 본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독백을 해야 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다른 학우들은 유명 뮤지컬과 마이클 잭슨 등 다양한 주제를 바탕으로 발표했고 나는..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로 독백했다



정말 놀랐던 점

은 위에 말한 활동에서 겨울왕국의 do you wanna build a snowman을 열창하던 한 학우와의 대화였다. 둘이 팀을 이루어서 대사를 바탕으로 상황을 구성하고 발표하는 시간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우리 팀은 일찍 끝내서 스몰톡을 할 기회가 있었다. 이 학우는.. 수업 초반부터 정말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자신을 표현하는 데에도 딱히 거리낌이 없어 보여서 개인적으로 참 부러웠던 친구였는데

내가 이 수업을 처음에는 정말 드랍하고 싶었고 나한테는 너무나도 힘든 수업이다, 라고 말하니 ‘나도 그렇다. 매일 아침 일어나서 이 수업 올 걸 생각하면 너무 힘들었다. 교실에 들어가기 전까지 나한테는 아직 드랍 기간이 남아 있다는 생각으로 왔다.’ 라는 충격적인 발언을 선사했다. 내가 진심으로 놀라면서 너는 이 수업을 진짜로 좋아하는 줄 알았다, 너 완전 잘하잖아! 라고 말했더니 ’고마워 근데 여기서 잘 하고 적극적인 애들 다 속으로는 힘들다고 생각하고 있을걸? 나는 너도 되게 잘 한다고 생각했어’ 는 대답을 선사해 주었다. 물론 어느 정도의 nice함이 가미된 발언에는 틀림없지만..

나는 여기 애들은 이런 활동에 전혀 거리낌이 없을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그러나 이들도 나름의 뻘쭘함과 어째보면 쪽팔림?을 안고 이 수업을 수강하고 있었던 것 .. 사람이 크게 다르지는 않구나 다들 그렇게 살고 있구나.. 를 느꼈다.

다들 그렇게 살고 있으니 너의 힘듦은 아무것도 아니야! 가 아니라 다들 그렇게 살고 있으니 네가 느끼는 감정이 네가 틀려서가 아니야 라고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함



클래식

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나에게 클래식이란 단순한 세련됨과 동치를 이루는 것이 아니다. 자신만의 뚜렷한 주관을 바탕으로 시간이 지나도 그 굳은 심지를 지킬 수 있는 것이다. 클래식은 시간이 지나도 영원하다는 말이 있듯이 한순간 빠르게 불타오르고 꺼지는 유행이 아니라 본인만의 어떤 ‘추구미’를 바탕으로 .. 본인만의 분위기를 가꿀 수 있는 사람이 멋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함. 그래서 보헤미안/올드머니 어쩌구 스타일 가리지 않고 자신의 미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것 같네요!


그런 의미에서 10년 전에 여행을 갔을 때 정리해 놓은 사진과 함께 10년 전의 내가 달아놓은 문구를 봤을 때 너무 고통스러워서 끝까지 못 봤다. 정녕 저게 재치있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10년 전 내 미감은 지금과는 참 많이 달랐구나 를 느끼면서

10년 후의 내가 지금의 나를 봤을 때 이 정도로 고통스럽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좀 더 클래식한 사람이 되어 있기를 plz



추구미

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여기서는 인종이 다양하니까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이 하나의 획일화된 미의 기준을 가질 수가 없다. 이 사람은 이 특징을 가지고 있고, 저 사람은 저 특징을 가지고 있다. 강의실에 들어서면 어떤 사람은 y2k 스타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세팅을 하고, 요가복으로 건강미를 뽐내는 사람도 있고, 애니메이션에 나올 법한 옷차림을 한 사람도 있고 정말정말로 다양하다.

반강제로 이런 환경에 노출되면서 나의 추구미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는데, 추구미를 정해 놓는 건 생각보다 괜찮은 일 같다. 어쨌든 본인이 지향하는 미감이 있으면 대부분의 경우 본인을 더 가꾸게 되는 것 같기 때문 .. 그런데 추구미가 본인과 어울리는지도 중요한 문제 같기는 하다. 만약에 맞지 않는다면 ??

아쉬운 거지..

저는 개인적으로 ~ 한 추구미를 가지고 있는데요, 여러분은 어떤 추구미를 가지고 계신가요



혼자서도 잘해요

를 몸소 실천하고 있다.. 한국에 있을 때도 혼자서 돌아다니는 거 좋아하기는 했는데, 여기 와서는 고삐 풀린 망아지마냥 혼자만의 시간을 마음껏 누리고 있는 중

특히 먹는 속도가 느려서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먹을 때 먹는 페이스를 맞추는 게 힘든 편인데 40분 동안 혼자 앉아서 여유롭게 유튜브 보면서 꼭꼭 씹을 수 있어서 혼밥이 아주 적성에 맞습니다 ~..

물론 하우스메이트들이랑도 얘기하고 장난치고 수업 가기 싫다고 서로 푸념을 늘어 놓는 등 사회적 인간으로서의 시간도 있으나 어쨌든 절대적으로 많은 시간 동안에는 혼자 무언가를 하곤 한다. 혼자 있는 좋아하는 시간 중 하나는 혼자 코스트코에 가는 때인데, 위에 나와 있는 게 내가 코스트코에서 제일 좋아하는 아이템들일 것이다.. 오른쪽에 BabyWipes라고 되어 있는 물티슈 빼고

바나나는 갈 때마다 사 오고, 계란도 사 오고, 코스트코 믹스넛이 진짜 맛있다 꼭 드셔보시길.. 그리고 로티세리 치킨은 $5 정도밖에 안 하는데 닭 한마리가 통째로 구워져 나온다. 사 와서는 다리랑 날개 같이 맛있는 부분 먼저 먹고 소분해서 샐러드 만들어 먹으면 4-5번은 충분히 먹어서 저거 먹을 때마다 너무 행복함! 단점이라면



운동

을 이렇게 열심히 하게 될 줄은 몰랐다.. 한국에 있을 때는 시간도 없고 의욕도 없었는데.. 아파트에서 걸어서 30초 거리에 작은 아파트 헬스장이 있어서 매일매일 가고 있다. 평소에는 600kcal 뛰고 폭식했다 싶으면 900kcal 뛰고 힘들다 싶으면 300kcal 뜁니다 ㄷㄷ

나는 무게 치는 법은 몰라서 그냥 유산소랑 스트레칭만 열심히 하고 있지만 어쨌든 이렇게 운동을 하고 나면 몸이 확실히 개운해진다. 그리고 자기효능감을 느끼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함! 비교적 여유로운 상황이라면 무조건 운동을 하고 요즘 바쁘다 싶어도 짧게나마 운동을 하는 것을 강추! 드립니다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의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 건강하게 먹고 운동하고 자고 있음

오늘 오후에 과제 존재 자체를 모르다가 뒤늦게 부랴부랴 챗지피티한테 모든 걸 일임해서 과제 늦.제(늦게제출) 한 건 안비밀입니다.

하지만 어쨌든 건강하게 자랐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