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 관리와 자기 PR]
“팀장님, 받고 싶으신 상이 있습니까?”
때는 2018년, 문재인정부가 민간 출신 홍보 기술인(?)으로 부처마다 디지털소통팀을 꾸리기 시작했을 즈음이다. 당시 문체부에 들어온 광고회사 출신 ‘메시지 사무관’이 첫 회식에서 나에게 물었다. 팀원들이 하나둘 떨어져 나가고 사무관과 나, 단둘이 남은 마지막 3차 자리였다.
“사무관님, 딴 거 필요 없고 정책소통평가 우수부처만 되면 됩니다.”
내 대답이 실제 그랬다. 그도 그럴 것이, 디지털소통팀이 생기기 전까지 문체부 디지털소통, 즉 온라인홍보는 ‘짠 내 나는’ 상황 그 자체였다. 홍보를 담당하는 대변인실의 예산은 장관급 부처 중 최하위권이었고, 온라인홍보 담당 인력은 나를 포함해 고작 세 명이었던 상황. 눈물을 흘리며 야근을 밥 먹듯 해야 부처 온라인 채널들이 겨우 유지되는 수준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린 외부 시상식 수상을 챙기기는커녕 연말마다 돌아오는 ‘중앙행정기관 정책소통평가’에만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그게 우리를 평가하는 절대적인 잣대였기 때문이다. 담당자 셋이 모이는 회의에서조차 “평가에 도움이 안 된다”라는 한 마디에 내가 낸 아이디어조차 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런 판국에 외부 수상이라니.
보고하고, 알리고, 공유하고! 홍보 성과는 반드시 내부에 확산하자.
공직사회는 소통과 홍보에 대해 너무 모른다. 무관심하다고 이야기하는 게 더 맞겠다. 소통의 성과를 제대로 알아보고 평가해주는 안목을 지닌 이는 당연히 극소수다. 온라인 채널에서 조회 수가 잘 나온 정책홍보 콘텐츠를 상사나 대변인실 다른 과 직원들과 공유해도 절대 보지 않는다. 그래놓고 우리 홍보 전문부서가 “무슨 일을 하는지, 같은 사무실에서 일해도 모르겠다”고 푸념한다. 우리의 노력과 성과를 1년에 딱 하루, 중앙행정기관 정책소통평가 등급으로만 판단할 뿐이었다.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소통 전문가라면 부단히 거둔 성과를 내부 PR 해야 한다. 상사에게 홍보 성과를 계속 보고하고, 회의 때마다 홍보 실적을 또 보고해야만 한다. 끊임없이 떠들어대고 위로 보고를 올려야 한다.
문재인정부 때 딱 3년, 소통기획 전문가(디지털소통팀장)가 참여하고 발언할 수 있는 차관 주재 실(국)장 회의가 각 부처에 생긴 적 있었다. 국무총리 지시로는 ‘주간 정책홍보 TF 회의’라는 명칭이었고, 문체부에서는 ‘현안홍보전략회의’라 불렀다. 내가 공직 생활 중 정책홍보를 주제로 발언하고 보고할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간부 회의였다. 윤석열정부 들어 다시 이 회의가 사라졌고 장관 주재 실국장 회의에서조차 정책소통 실적과 계획을 보고할 기회가 없어졌을 때, 정부 홍보는 망조에 들어섰다. 이후 민간 출신 홍보 기술자들은 어엿한 동료가 아닌 ‘하청업자’ 취급을 받게 됐다. 그것도 소통 전문가의 말을 듣지 않는 홍보 부서장들에 의해 철저히.
‘객관적 평가는 훌륭한 증명서’ - 공신력 있는 시상식 수상을 노려보자.
중앙행정기관 정책소통 평가를 1년 내내 고민하며 소통 업무를 진행했던 이유는 성과를 인정받는 유일한 평가였기 때문이다. 우리의 홍보 성과를 제3자의 인정으로 증명해내는 셈이다. 하지만 이 평가는 매년 한 번 이루어지고, 무엇을 어떻게 잘해서 우수부처가 됐는지 평가 기준이 모호하다.
그래서 바깥으로 시야를 넓혔다. 2018년 문체부에 디지털소통팀이 생기고 팀원들과 의기투합해 민간의 국내외 시상식 출품에 도전했다. 창의적 캠페인 기획을 잘하는 부서로 정체성을 만들어가면서 말이다. 처음으로 출품했던 대한민국광고대상에서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며 가능성을 발견한 후, 다양한 시상식에 우리의 캠페인을 선보이며 팀의 홍보 성과를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평가받고자 했다. 이후 부산국제마케팅광고제, 클리오스포츠어워즈처럼 굵직한 시상식은 물론 크고 작은 시상식에서 연달아 수상하며 실력을 증명해냈다.
이러한 방법은 개인에게도 비슷하게 적용된다. 나는 문체부 대학생 기자나 동료들이 자기소개서 작성 팁을 구해오면 ‘3인칭 시점의 기사체로 쓰라’고 조언한다. ‘저는…’으로 시작해 지원동기, 성장 과정, 학창 생활, 장단점 등을 천편일률적으로 쓰는 빤한 자소서는 심사위원도 읽기 싫어지니까. 기사체로 쓰면 자기소개를 객관적으로 전달하는 느낌을 주고 헤드라인, 부제목, 리드 문장 등등의 형식이 가독성도 높인다. 읽고 싶은 이야기가 잘 읽히고 자기 PR의 근거도 풍부해지는 법이다.
상 잘 받는 팀
디지털소통팀을 만들고 6년 뒤 나는 10년 임기를 마치고 문체부를 떠났다. 첫 팀장으로 발령받아 팀을 운영하면서 5년간 국내외 민간 시상식 31곳에서 모두 41개의 상을 받았다. 그중 3년은 앞서도 얘기했듯 매주 장관 주재 실국장 회의에서 수상 실적도 보고가 됐으니 부처 내부에서 자기 PR도 확실히 되었고. 팀의 명성도 부내는 물론, 타 부처까지 퍼져나갔다. 나도 팀원들도 ‘정부 최고의 창의적 캠페인 기획팀’이라는 자부심을 얻었다. 시상식마다 수상하러 무대에 올라서는 팀원들은 그 짜릿함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팀원들과 저녁을 하던 어느 날. 옆 테이블에 부처 간부님과 과장들이 회식을 하고 있길래 인사드리고 소주 한잔 받아 마셨을 때다. 나를 잘 모르겠거니 생각하고 옆에 앉은 과장님한테 내 소개를 하려는데 그분이 먼저 알은체했다.
“알죠! 상 잘 받는 팀의 팀장님.”
계속되는 수상 성과들은 팀과 나의 존재와 실력을 널리 알리며 각인시키고 있었다. 어쩌면 역으로 우리의 일, 제작한 콘텐츠에 관심을 두게 하는 계기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아무도 모르는 홍보 성과, 즉 알려지지 않은 소통 실적도 ‘실패한 홍보’ 아닐까. 잘한 홍보는 자신 있게 떠들어주자. 제3자의 입으로, 수상 실적으로 소통하자.
문체부 디지털소통팀 신설 4개월만에…대한민국광고대상 대상 -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