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마케팅 잘했으니까 승진!”

[소통 성과 평가]

by 오세용

9년 전이었을 거다. 문화체육관광부 한 사업부서에서 평창동계올림픽 관련 공모전 홍보 영상을 문체부 유튜브에 게시해달래서 실무자가 그냥 올려줬단다. 씨스타 효린과 개그맨 정성호가 나오는 B급 코믹 영상이었다. 그런데 어떤 기자가 인터넷판 기사에 베이징올림픽 폐막식에 상영된 2020도쿄올림픽 홍보 영상과 함께 이 영상을 올리면서 비교해놓았다. 영상의 용도도 다르고 품질이 서로 상대가 안 되는 영상을 나란히 올린 것. 누리꾼들은 당연히 그 기사를 통해 문체부 유튜브의 그 영상으로 몰려와 문체부 영상이 너무 부끄럽다며 비난 댓글을 남겼다.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문체부 유튜브의 정량 평가가 4개월간 전 부처 1위를 차지한 때다. 넉 달 치 욕설 댓글과 조회로 예산 투입 없이 받은 성과(?)였다.


정부 SNS에서 돈 들여 쌍방향 소통을 구걸하진 맙시다!

이 평가 항목 때문에 모든 부처는 국민 혈세를 써가며 이벤트 경품으로 댓글을 사고 정부 광고비로 구독자와 조회 수를 사고 있다. 심지어 최근 대통령에게 유튜브, 인스타그램에 갖다 바치는 정부 광고 예산을 TV, 신문 쪽으로 나가는 데서 더 가져오겠다고 보고했단다. 도대체 정부 소셜미디어는 왜 하고 SNS 콘텐츠의 목적은 무엇일까. 12화에서도 계속 강조했듯 국민 혈세로 운영되는 정부 소셜미디어의 존재 이유는 ▲국민(타깃)에게 유용한 정보를 발굴해, ▲국민에게 알기 쉽게 전달하고, ▲국민이 잘 활용해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함이 아닐까.


어느 조직이나 피해갈 수 없는 게 성과 평가다. 기업은 자체 평가체계를 마련해두고 정기적으로 평가를 할 테고, 공공기관은 경영(혁신)평가를 받는다. 중앙부처의 경우에는 소통 업무와 관련해 매년 ‘중앙행정기관 정책소통평가’를 받는다.


나는 청와대 근무 시절부터 성과 평가 업무에 관심이 많았다. 그게 화근이었을까. 2005년 문화관광부 입사와 함께 부처 홍보 평가를 담당하게 됐다. 다들 꺼려서 말 그대로 ‘떠맡은’ 꼴이었는데, 문체부 생활 15년 내내 큰 부담이었다. 팀원들과 1년 내내 열심히 대비했지만, 평가는 늘 버거웠고 불만을 남겼다.


평가지표가 먼저 바로 서야 한다.

난 평가 결과보다, 매년 바뀌는 평가지표에 대한 불만이 컸다. 물론 평가지표를 정하는 처지에서는 전문가 검토도 거치고 대통령실의 지침도 받으면서 전년보다 더 나은 평가를 해보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정권을 막론하고 매년 최종 확정되는 평가지표는 암담했다. 현장의 상황을 제대로 아는 이가 없어서다.


정책소통평가에는 정말 의미 없거나 평가할 필요 없는 지표가 행정편의주의만큼 빼곡히 들어가 있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오로지 우수, 보통, 미흡의 등급 나누기가 목적이었기에 나타난 안타까운 현실이다. 2020년 이계현 당시 문체부 디지털소통관 님이 새로 넣은 ‘캠페인’ 평가 항목 정도가 정부의 정책소통 수준을 높였을까. 대체로 범정부의 정책소통은 좀처럼 성장하는 단계로 나아가지 못했던 것 같다.


기업에서는 어떤 직원을 승진시키나?

회사 실적에 크게 이바지한 직원이 우선되어야 하겠으나, 현실은 역시나 아부와 아첨에 능한 사람이 1순위? 내가 만났던 PR 기업 대표님들은 합리적인 성과 평가체계를 운용하며 직원 승진을 챙기셨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들이 더 많으리라 짐작한다.


공직사회는 어떤지 아시는지?

대개 승진시킬 사람을 주무국이나 주무과에서 보내서 기관장 관심 사항이나 주요 정책사업을 맡긴다. 야근 등 고생 많이 하도록 미리 발령을 내두는 것 같았다. 그리고 큰일 마무리되면 고생 끝, 승진하는 모양새. 기관마다 다르겠지만 주무관(6~9급)들은 승진에 3~5년, 사무관 이상(3~5급)은 10년 안팎이 걸리는 듯하다.


정년이 보장된 공무원 세계에서도 승진 경쟁은 무척이나 치열하다. 오죽하면 내가 홍보 사업 입찰에 참여하는 민간 기업들에 “제안 발표 때 ‘계약 따면 일 잘해서 담당 공무원을 승진하게 만들겠다’라는 말을 꼭 하라”고 했을까. (공무원 승진은 대개 서열순이지만, 현장의 국민 목소리를 반영한 사업을 기획하고 실행한 ‘적극 행정’ 창출 여부를 인사 고과에 반영하는 기관이 아직도 있어서다.)


홍보마케팅은 기관의 정책 수용성, 브랜드 자산, 명성과 이미지를 높인다

나는 ‘홍보마케팅 잘한 공무원을 승진시켜야 한다’고 오랫동안 강조해왔다. 이유는 명확하다. 국민 혈세로 일하고 국민을 위해 일에 전념하라고 정년을 보장받은 사람들이 공무원 아닌가. 정책을 통해 국민에게 돌아갈 혜택을 더 쉽게, 더 널리 전달함으로써 정책 서비스가 제대로 빛을 발하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유의미하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잠시나마 “사람에 충성하지 않고 조직에 충성한다”는 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적이 있다. 발언한 이의 앞뒤 전후 맥락은 일단 접어두고, ‘조직에 충성한다’라는 것이 어떤 일인지 생각해보자. 나는 홍보마케팅이야말로 몸담은 조직을 위하는 일이라고 말하고 싶다. 국민이, 고객이 조직을 ‘인지’하게 하고 호의적 ‘태도’를 지니게 하며 참여적 ‘행동’을 하게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홍보마케팅은 기관의 정책 수용성을, 브랜드 자산을, 명성과 이미지를 높인다. 진정 조직에 크게 이바지하는, 충성하는 일이다.


특히 정부나 공공기관은 누차 강조하듯 ‘국민의 혈세로 돌아가는, 국민을 위한 조직’이다. 다시 말해 국민에 충성해야 하는 조직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동안의 공직사회는 기관장이나 상사 개인의 관심사를 위한 노력이 충성심으로 포장되어 승진의 열쇠가 되는 예가 많았다. ‘본말이 전도된 채 굴러왔다’라는 의미다.


국민은 알지도 못하는 일을 열심히 했다고 그 성과를 평가해주는 건 정상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국민을 위한 서비스를 잘 알리고 이를 위해 국민의 목소리를 먼저 경청하는 공직자가 제대로 평가받고 승진해야 한다. 그게 정상 아니겠는가.


문체부 1층 로비에 국제 시상식 트로피, 2층 디지털소통팀 앞에 국내 트로피, 기자실에 상장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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