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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퓰러 Aug 23. 2022

직장인의 소박한 일탈 - 반차여행

여행 시작!

맛있는 것을 먹는 것에 대한 즐거움, 새로운 경험에 대한 만족, 주변의 소소한 것들에 대한 의미부여. 이런 것들의 진가를 알게 된 것은 사실 얼마 되지 않는다.


일상에서의 기쁨은 금전적 여유와, 시간을 거스르는 마음의 여유가 모두 충족될 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학생일 때는 금전적 여유도 마음의 여유도 없었고, 직장을 다닐 때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그리고 태생적으로, 집안 내력상, 멋진 것을 감각적으로 센싱 할 수 있는 능력과 오감에 만족하며 기쁨을 누리는 것엔 무딘 편이기도 했다.  


기회가 생겨 여행을 떠나면 오래 있다 오는 것이 좋았다.

비행기표 값이 아깝기도 하고, 또 언제 다시 올지 모르니까.

하지만 여행지에서는 한 곳에만 오래 머무르지는 않았다.

효율을 위해 최대한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하고 느끼려고 했다.

특히 유럽에서 경험한 모든 것은 무지했던 나의 감각을 일깨워주는 듯했다.

여행지에서의 내 발은 항상 쉼 없이 움직였다.


저가항공이 생기고 나니 같은 곳을 여러 번 다니는 것도 가능해졌다.

혼자 여행하는 것도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나이가 들수록 친구들은 결혼해서 가정을 꾸렸고 들쭉날쭉한 프로젝트성 업무로 친구들과 휴가 일정 맞추기도 어려웠다.

가까운 일본은 특히 혼자, 여러 번 여행하기 좋은 곳이었다.

가까운 곳을 여러 번 가게 되니 현지만의 분위기와 특성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즐기게 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해외 어딘가로 멀리 떠난다는 것은 내게 귀찮고도 어려운 일이 되어 버렸다. 국내보다는 국외의 어딘가에 있는 것을 선호했지만 해외에서 병이 걸려 고생할 생각을 하면 끔찍했다. 게다가 나는 집순이였다. 집에서 짜증 나는 업무를 해야 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불편할 것도 없었다.


코로나 이후에 해외여행을 굳이 안 가게 되었다는 점과 집에서 빈둥대는 대신 책을 많이 읽게 되었다는 점이 달라졌다. 무언가를 읽기 시작하고 새롭게 마케팅 업무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과 트렌드에 주목하게 됐다.


수시로 찾아오는 잔잔바리 업무로 인해 장기 휴가는 어려운 것이 됐다. 해외로 휴가를 떠나지 않는 한 더욱 그런 것 같다. 그렇다고 휴가를 안 쓰자니 눈치는 보이고, 그렇다고 아무 계획 없이 하루를 통째로 휴가를 쓰기에는 내 휴가가 아깝다. 쉴 목적으로 휴가를 내면 업무적인 연락은 계속 오고 일은 첩첩산중 쌓인다. 쉬고는 싶고, 그렇다고 휴가를 내면 마음이 불편하고, 제대로 쉴 수도 없고. 그러다 보니 반차여행을 추구하게 됐다. 


반차여행은 잠깐 일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기분전환을 할 수 있으면서, 반차여행 중 회사 업무가 떨어져도 마음의 부담이 크지 않다. 또 마음만 먹으면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과 트렌디한 경험도 할 수 있다. 그러니 반차지만, 반나절의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여행이다.    


반차여행은 자유롭다. 효율을 위해 최대한 많은 것을 경험하고 느낄 수 있도록 쉴 새 없이 걸어 다녀도 좋다. 한 곳을 여러 번 방문하면서 깊게 살피고 여유를 즐겨도 좋다. 혼자 떠나도 되고, 시간이 되는 다른 사람과 함께 해도 된다. 반나절 동안 만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러 가도 좋다.  


겨울부터 반차여행을 시작했다. 삼청동, 연희동, 런던동, 한남동, 여의도, 망원동. 짧게는 두 시간 길게는 여섯 시간, 원래의 활동 반경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새로운 라이프를 경험했다. 그러면서 공간을 알게 되고 다른 방식의 사람들을 알게 되고, 요즘의 유행도 알게 되었다. 옛 추억에도 사로잡히게 됐다.


나의 반차여행기.

지금부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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