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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퓰러 Feb 02. 2023

과연 대한항공을 미워할 수 있을까

비행기를 타고 멀리 익숙하지 않은 곳으로 떠난다는 것.

하늘을 날며 창 밖의 구름을 바라본다는 것.

목적지가 어디든 그 모습을 상상만 해도 설렌다.  


익숙하지 않은 어딘가를 대한항공 여객기를 타고 가야 한다면, 대한항공 기장이 운전하는 비행기 안에서 대한항공 승무원이 나눠주는 기내식을 먹으며 창 밖의 구름을 바라봐야 한다면, 그것이 강제사항이라면, 울상을 지으며 거부할 사람이 있을까.  


그동안 오너 일가의 갑질행태들이 알려지며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음에도 대한항공은 여전히 어디론가 떠날 때 함께 하고 싶은 브랜드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왜일까?


마음이 편하다.

말이 통하고 문화가 통하니, 우리에게 익숙하다.

승무원도, 기내식도, 안내방송도, 세련된 코리안 컬처를 담고 있다.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잘 데려다줄 것 같고, 안전하게 집에까지 잘 데려올 것 같다.


서비스가 좋다.

땅콩 회항도 견뎌내는데 고객의 고객의 갑질을 못 이겨낼 이유는 없지 않겠는가.

오너 일가는 세계를 돌아다니고 좋은 것을 보고 경험하며 최상의 서비스를 들여오기 위해 얼마나 많이 노력했겠는가.

캐리어가 부서져서 신고했더니 며칠 후 새로운 캐리어가 집으로 배송됐다.  

브라질에서 환승하다 가방이 중간에 분실되어도 언젠가는 내게 올 것이라는 확신을 준다.

홈페이지도, 앱도 편리하다.


세련됨과 고급스러움이 있다.   

처음 타본 대한항공이라면, 로고가 박힌 냅킨이라도 소장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던가.

장거리 여행에서 지급되는 안대와 수면양말도, 회수해야 하는 이어폰과 담요도 집에 가져도 될까 고민 한번 해보지 않았던가.

승무원의 미소와 유니폼을 자꾸 바라보게 되거나 동경을 한 적이 있지 않던가.

기내식으로 제공되는 비빔밥은 사진 찍어 인스타에 올리고 싶지 않던가.

마일리지몰을 가보면 마일리지를 모으고 싶어 진다. 희소성 있고 가치 있어 보이는 굿즈들이 많다.


여행의 시작, 그리고 끝.

그 설렘과 마무리 속에 우리는 어쩌면 늘 대한항공과 함께 하고 싶어 하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라고? 적어도 나는 그런 것 같다.


대한항공 비행기를 봐도, 광고를 봐도, 굿즈를 봐도 적어도 기분이 불쾌해지지는 않으니 대한항공은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브랜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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