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퓰러 Aug 09. 2023

숙소가 정해준 여행 - 통영

올해 나는 네이버 도서 인플루언서에서 여행 인플루언서로 전환했다.

그래서 여름휴가는 여행 인플루언서로서 특별하게 보내고 싶었다. 인플루언서의 특권을 활용해 '레뷰 체험단'을 포함한 각종 체험단을 통해 '숙박' 카테고리에 있는 호텔 체험단 신청을 했다. 이렇게 해서 체험단에 선정이 되면 리뷰를 블로그에 포스팅해 주는 대가로 무료로 숙박을 하고 호텔 체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숙박 장소를 거점으로 하여 주변을 천천히 둘러볼 수도 있기에 어떻게 보면 숙박운에 온전히 맡기는 재밌는 콘셉트의 여행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체험단을 통한 숙박 신청에는 나름의 원칙이 있었다.

잠만 자도록 구성한 것처럼 보이는 숙소는 신청하지 않기 : 방에 창이 없어 보이거나, 모텔 느낌이 나는 곳들은 우선적으로 제외했다.

교통이 불편한 곳도 신청하지 않기 : 차가 없고 또 회사를 다니고 있어 공간과 시간 활용에 한정적이니, 펜션 등 뚜벅이 여행자에게 교통이 불편하고 산속에 차를 타고 가야만 갈 수 있는 숙소도 제외했다.

평일 숙박만 가능한 곳도 신청하지 않기 : 보통 체험단 숙소는 토요일은 아예 체험이 어렵고, 월화수목만 체험이 가능한 곳이 많다. 조금이나마 휴가를 덜 써도 되는, 반차만 쓰는 것이 적정한 금요일이나 일요일 숙박을 목표로 체험을 신청했다.  

그럼에도 교통이 불편해도 휴가를 며칠 내어서라도 묵을 만큼 좋아 보이는 숙소는 체험단 신청을 했다. 


호텔 협찬을 신청할 때는 저예산으로 여행을 갈 수 있을 거라는 기대에 신이 났다. 그러나 평소의 내 블로그 일일 평균 방문자 수는 1000명 내외였고 여행 인플루언서로서의 지수도 그렇게 높지 않다 보니, 호텔 체험단 당첨 기회는 기대보다는 그렇게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훅~ 

숙박 체험의 기회가 찾아왔다.

통영에서!


통영은 처음 가보는 여행지다.

어떻게 가야 하나 검색을 해보니 서울에서 가는 교통편이 이래저래 참 불편했다. 이래서 일반 블로거보다는 막강하지만 여행 인플루언서로는 미약한 내가 통영 호텔 체험단 당첨이 되었나 싶기도 했다. 여러 시뮬레이션을 돌리다 일요일에 경부고속터미널에서 첫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서울경부고속버스터미널에서 통영종합버스터미널로

고속버스를 타고 가는데만 4시간이 넘게 걸렸다. 집에서 목적지까지 편도 6시간도 넘게 걸린 것 같다. 협찬으로 받은 호텔비보다 교통비가 더 많이 나오는 여행이기도 했다. 


통영종합버스터미널

통영종합버스터미널에 도착해서는 이동 동선 효율화를 위해 호텔로 바로 가지 않고 백팩을 등에 지고 이동하기로 했다. 


터미널 근처 휴양지 느낌의 근사한 카페로 갈 것인가, 아니면 통영테이블카로 직행할 것인가를 고민하다 통영케이블카로 직행했다. 카페는 터미널에서 가까웠지만 교통이 불편해 걸어서만 30분 정도 소요되는 것 같았고, 터미널 앞에는 통영케이블카로 갈 수 있는 버스가 많을 것 같아 무거운 짐을 메고 있는 내가 조금은 편할 거라 생각했다. 


통영 시내버스 체계는 조금 불편했다. 버스가 오는 시간을 예측할 수 없었고, 버스 편 검색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번호 체계로 목적지를 구분해 놓았기 때문에 곧 도착할 버스 번호를 보고 대충 노선을 파악해 탈 수 있기는 했다. 


통영케이블카

백팩 안에는 여벌의 옷 외에 회사 노트북도 들어있었고, 각종 기록을 할 수첩도 있었다. 그리고 셀카를 찍기 위한 셀카봉도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 다시 약간의 비탈길을 걸어올라 간 통영케이블카 매표소. 매표소에도 그 주변에도 짐을 맡길 곳은 없었다. 결국 이 모든 짐을 이고 통영케이블카에 몸을 실었다. 내려서도 전망대 근처에서 짐을 맡길 곳을 찾았지만, 마땅한 곳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미륵산 정상까지 엄청나게 땀을 흘리면서 백팩을 메고 다녀왔다. 미륵산에 올라 탁 트인 바다 대신 희뿌연 안개만 감상했지만, 다음날인 월요일은 케이블카 운행을 안 한다고 하니 오늘 이렇게 케이블카를 타보는 것만도 행운이라 생각했다.


숙소 체크인 

다시 버스정류장으로 걸어 내려와 협찬을 해준 숙소로 갔다.

숙소는 모텔을 개조해 이름을 바꾼 호텔로, 화려한 고급 호텔은 아니었지만 시설이 잘 갖춰져 있었다.

시내 중심에 있었고 바로 앞에 강구항도 있어 뷰도 좋았다.


동피랑 벽화마을 

잠시 숙소를 구경하며 사진도 찍고 포스팅 준비도 한 뒤 동피랑 벽화마을을 찾았다. 동피랑은 숙소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배낭을 호텔 방에 두고 나와 몸이 가벼웠다. 동피랑은 동쪽 벼랑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원래는 철거 위기에 놓인 마을이었는데 벽화에 그림을 그리며 보존 가능성을 증명한 다음부터는 철거되지 않고 옛 모습을 거의 그대도 보존하며 통영의 명소로 자리하고 있다. 


동피랑 벽화마을을 감상하고 근처에 있는 맛집 체험단에 가서 장어도 먹고 고기도 먹었다.


통영은 외국인 노동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

이순신 장군이 맹위를 떨치던 곳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보고 있자니 기분이 조금 이상해졌다.


숙소로 오는 길의 석양은 근사했다.


밤의 명소, 디피랑 

숙소에 가서 쉬다가 밤 8시부터 개장을 하는 디피랑을 갔다.

디피랑은 동피랑과 서피랑에서 사라진 벽화들이 밤에 살아 숨 쉰다는 콘셉트로 공원에 조성한 불빛 테마파크다. 내가 통영에서 가장 좋았던 것이 디피랑이었다. 밤의 인적 없는 공원, 사라진 벽화들을 근사한 모습으로 재생해 하나의 생동감 있는 관광자원으로 재탄생시켰다는 점이 좋았다. 스토리도 좋았고, 형식적으로 만들지 않고 작정하고 제대로 만든 것이 느껴져서 그 점도 좋았다.


아침에 일어나 호텔에서 제공하는 조식(냉장고 안의 식빵과 날계란)을 요리해 먹고 업무를 했다.

이것이 워케이션일까?  

체크아웃을 한 뒤에는 바로 옆 카페에 들러 업무를 이어갔다.


오후는 반차를 내고 통영 여행의 마무리를 하고자 했다. 


통영중앙시장 꿀빵 

다시 배낭을 메고 이동하는 것이 고역인 와중에도 통영중앙시장에 가서 가족들과 먹을 꿀빵까지 한 팩 샀다. 시식용 꿀빵을 열심히 먹으면서 꿀빵을 한 팩만 살 수밖에 없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달랬다.


통영에서 먹어봐야 할 것으로 내가 추천하고자 하는 것은!

통영꿀빵 : 먹어도 먹어도 맛있는 통영꿀빵! 시식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꿀빵 안에 들어간 것도 팥, 밤, 고구마 등 다양하다. 기념품으로 사 오는 것도 추천!  

맥주 : 통영의 특징을 살린 맥주가 6종 있다. 이왕 통영에 왔으니, 통영 맥주 한잔~

충무김밥 : 통영중앙시장에서 먹었는데, 이것이 충무김밥이구나 싶었다. 종이 위에 올려주는 것이 특이했다. 그리고 외국인 며느리가 내온 것에 대한 약간의 질감이 느껴졌지만, 그래도 맛있었다.

멍게김밥 : 집에 돌아와서 알았다. 멍게김밥도 먹었어야 했다는 것을... 다시 통영에 가게 된다면 꼭 먹어보겠다. 멍게김밥!




서피랑 마을 

배낭을 이고, 꿀빵 봉다리가 생겨 짐이 더 많아진 나는 서피랑으로 걸어갔다. 서피랑은 동피랑 재건이 성공한 후 새롭게 조성한 벽화마을이라고 한다. 그래서 인공적인 느낌이 있었지만, 깨끗하고 탁 트인 뷰가 시원했다.

하지만 서피랑 공원 정상에 올라가며 땀을 많이 흘렸다. 충렬사까지 보고 서울로 올라가야 하나, 아니면 이제 서울로 올라가야 할까를 잠시 고민하다 서울행을 택했다. 배낭을 메고 있고, 꿀빵을 손에 들고 있고, 뚜벅이 여행자라는 점 때문에 빠르게 결정할 수 있었다.   


역시나 통영의 시내버스는 종잡을 수 없다. 언제 어디로 가는 버스가 올지 알 수 없지만, 목적지만 확실하다면 그나마 빠르게, 효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다.  


오후 반차는 통영에서 집으로 돌아오는데 썼다.

반차 4시간으로는 시간이 한참 모자랄 정도로 통영은 참 먼 곳이었다.  


1박 하고 1일은 여행으로 쓴 1박 1일 통영여행.

워케이션 반차여행까지 모두 해봤다. 

하지만 조금 미련했다. 특히 가방을 메고 미륵산까지 다녀온 것은. 





2023. 7. 9 - 10. 

숙소가 정해준 1박 1일 통영여행 총경비는 135,300원.


경부고속버스터미널 > 통영종합버스터미널 : 36700원

케이블카 타는 곳으로 이동 버스비 : 1500원

케이블카 + 디피랑 통합권 (네이버에서 구매) : 20900원

미륵산 케이블카에서 마신 맥주 : 5500원

시내 이동 버스비 : 1500원

편의점에서 마신 통영맥주(4900원), 마우스 배터리 구매(5100원) : 10000원

체크아웃 후 카페 : 3000원

충무김밥 점심 : 6000원

통영멍게하우스 통영꿀빵 : 12000원

시내에서 버스터미널 이동 버스비 : 1500원

통영종합버스터미널 > 경부고속버스터미널 : 36700원  


숙소와 저녁식사는 협찬을 받았다. 총 10만 원 상당.






매거진의 이전글 폭우 속 공덕으로! 추억의 반차여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