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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퓰러 Aug 16. 2022

나의 소울푸드를 찾아서 - 탕짜면

내가 좋아하는 음식

무슨 음식 좋아해요?


곤란한 질문 중 하나다. 나는 초딩 입맛을 지닌 어른이다. 초등학생이 좋아하는 것은 다 좋아한다. 달고 가끔은 짜고 맛있는 것! 그렇다고 떡볶이라고 하자면, 나는 떡볶이 만을 좋아하지 않는다. 떡볶이 소스에 묻힌 모든 것을 좋아한다. 따라서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떡볶이라고 할 수는 없다.


신입사원 시절 회사 상무님이 삼계탕을 사주신 적이 있다. 그렇게 비싼, 밖에서 먹는 삼계탕을 먹어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 상무님과 단둘이 삼계탕을 먹는 것도 부담이었다. 그러나 상무님이 사주신 부담스러운 삼계탕을 먹고 부담스러운 시간을 보낸 뒤 신기한 체험을 했다. 갑자기 소진되었던 체력이 회복된 듯 힘이 불끈 솟아올랐다. 오후 한동안, 번쩍 떠진 눈으로 열심히 일했다. 이래서 사람들이 복날에는 삼계탕을 먹는가 보다 싶었다. 그렇다고 그 이후 삼계탕이 나의 즐겨먹는 음식이 되지는 않았다. 나는 굳이 내 돈을 내고 삼계탕을 사 먹지 않았다. 내돈내산 삼계탕은 딱 한 번. 코로나에 걸리고 나서였다. 코로나에 걸렸을 때 가장 생각나는 음식이 삼계탕이었다. 미각과 후각을 모두 잃었지만 삼계탕을 먹으면 빨리 회복될 것 같은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그래서 나는 격리 해제가 되자마자 부모님과 함께 삼계탕을 먹으러 갔다. 다시 힘이 나는 것 같았다. 삼계탕은 역시 보양식인가 보다. 삼계탕이 보양식인 것을 인정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아니다.  




좋아하는 음식의 정의를 다음과 같이 내려봤다.

1. 내가 내 돈을 주고 사 먹고 싶은 음식. 비싸다면 돈을 많이 모아서 먹을 때를 기다리게 하는 음식.

2. 내게 위안을 주는 음식. 내가 우울할 때, 혼자 먹어도 힘이 되어주는 음식. 소울푸드라고도 한다.

3. 자꾸자꾸 먹어도 질리지 않는 음식.  


이렇게 정의를 내린 것은 얼마 전 나의 소울푸드가 탕짜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탕짜면. 탕수육과 짜장면을 함께 담아놓은 음식. 둘 중 하나만 있으면 안 된다. 무조건 둘이 있어야 한다.


매년 우리 회사는 시험을 본다. 나는 시험을 볼 때마다 자괴감에 빠진다. 업무 시간에 공부할 시간을 주던가. 업무는 업무대로 하고, 시험공부는 시험공부대로 해야 하는 상황이 매번 짜증 난다. 모든 학생들이 그러하듯 공부를 하려고 책상에만 앉으면 '나는 누구인가'부터 시작해서 '미래에는 뭐해 먹고살지' 등 온갖 잡생각이 다 든다.


6월의 연휴에 나는 회사 시험에서 탈락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다. 스터디 카페라는 곳도 가봤다. 날씨는 더워질 대로 더워졌고, 화는 화대로 났다. 집에 돌아와 나도 모르게 짜장면 탕수육 세트를 주문하고 있었다. 탕짜면 한 그릇은 배달 안 해주니까... 그리고 그걸 혼자 다 먹었다. 맛은 없었지만 만족했다.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의 소울푸드는 탕짜면인가?



다음날, 회사 구내식당 메뉴에 또 짜장면과 탕수육이 보였다. 전날 저녁에 먹었지만, 나는 또 점심으로 짜장면과 탕수육을 선택했다. 연달아 탕수육과 짜장면을 먹느라 몸에 진하게 흡수된 느끼함은 꽤 오랜 시간 지속되었지만 생각을 확실히 굳혔다. 나의 소울푸드는 탕수육과 짜장면. 줄여서 탕짜면이라고.


혼자 있을 때 먹는 짜장면과 탕수육은 실패한 적이 없다. 먹고 나면 늘 만족스러웠다. 가끔 퇴근길에서도, 누군가가 점심 뭐가 먹고 싶냐고 물을 때도 상태가 우울하다면 나는 자주 짜장면과 탕수육을 떠올린다.


생각해보자. 탕짜면.

1. 내가 내 돈을 주고 사 먹고 싶은 음식이다.

2. 맞는 것 같다. 탕수육과 짜장면. 힘들 때 생각나고 먹으면 위안이 되는 음식이다.

3. 자꾸자꾸 먹어도 느끼함은 몸에 밸지언정 질리지 않는 음식이다. 맛없게 먹은 기억이 있어도 또 찾게 된다.


그렇다. 찾았다!

탕짜면은 나의 소울푸드이면서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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