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네기 플레이파크 내「소라마메 하우스」

영유아와 보호자를 위한 놀이의 경계 공간

by 팝업플레이 서울

상상해봅니다.

유아들이

답답한 실내 키즈카페나 문화센터를 전전하며
매번 강한 자극과 프로그램 속에서
도파민이 터지는 순간만을 반복해서 경험하지 않아도 되는 일상을.


보호자들이
비싼 이용료를 내고, 예약 시간에 쫓기며,
“잘 놀아주고 있는 걸까” “이렇게 해도 되는 걸까”
혼자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그곳에서는

입장권도, 예약도, 이용 시간 제한도 없습니다.
누군가에게 아이를 ‘맡기는’ 곳도 아닙니다.

대신 공원 한켠의 작은 나무 집에서
보호자와 유아가 함께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열려 있습니다.


유아는

흙을 만지고, 물을 밟고, 나무를 오르다 미끄러지고,
같은 또래를 곁눈질하다가 자연스럽게 옆에 앉습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프로그램이 없어도
놀이가 시작됩니다.


보호자는 그 곁에서

무언가를 ‘잘 해내야 하는 역할’에서 잠시 벗어납니다.
정답을 알려주는 강의 대신,
먼저 부모가 된 사람의 한마디를 듣고,
“나만 이런 게 아니었구나” 하는 위안을 얻습니다.


아이를 어떻게 놀게 해야 할지 몰라서가 아니라,
아이와 어떻게 함께 있어도 되는지
천천히 체득해갑니다.


누군가는 말합니다.
“여기 오면 아이도 숨을 쉬는 것 같고,
저도 숨을 쉬게 됩니다.”


이곳은 보육 시설이 아닙니다.

아이를 맡기는 곳도,
교육 성과를 측정하는 곳도 아닙니다.


그러나
수유할 수 있고,
기저귀를 갈 수 있고,
낮잠을 잘 수 있고,
아이와 함께 머무를 수 있습니다.

놀이와 돌봄, 일상과 자연의 경계가 흐려진 공간입니다.


공공이 할 수 있는 가장 작고 효과적인 개입

이 공간은
대규모 건물을 짓지 않아도 됩니다.
기존의 공원, 이미 있는 공공 자산 위에
작은 거점 하나만 더하면 됩니다.


운영은 행정이 통제하지 않고,
현장을 아는 단체와 지역이 맡습니다.
공공은 책임지고,
놀이는 현장에서 살아 움직이게 합니다.


그 결과는

육아 고립 예방

유아기의 과잉 자극 환경 완화

보호자 커뮤니티 형성

공원의 일상적 활성화

로, 어떤 대형 시설보다 비용 대비 효과가 높습니다.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곳은

또 하나의 시설이 아니라,
보호자와 아이가 안심하고 머물 수 있는 곳입니다.


유아가 자연을 처음 만나는 장소,
보호자가 보호자가 되는 연습을 하는 장소,
그리고 지역이 아이를 함께 품는 아주 작은 시작점.


이제 유아를 도파민으로 달래는 공간이 아니라,
삶의 속도로 놀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그 시작은 공원 안의 작은 나무 집 하나로 충분합니다.

소라마메1.jpg 일본 하네기 플레이파크 내- 소라마메 하우스, 사진. 팝업플레이 서울 오은비



하네기 플레이파크, 그리고 소라마메 하우스를 바라보며

2024년부터 2025년에 걸쳐 일본의 플레이파크를 연구하며, 한국에서 모험놀이터(adventure playground) 혹은 일본식 플레이파크(Playpark)와 같은 형태의 공간을 시작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시작된 모험놀이터는, 일본에 건너가 1970~90년대 급격한 경제 성장과 저출생, 공동체 해체와 같은 사회적 문제 속에서 ‘어른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사람들에 의해 뿌리내렸다. 어린이를 통제의 대상이 아닌, 스스로 삶을 만들어가는 존재로 바라보려는 시도였고, 놀이를 통해 사회를 회복하려는 움직임이었다.


지금 우리는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고, 개인의 삶에는 여유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한국 사회는 한국전쟁과 민주화 운동이라는 거대한 역사 위에서 성장해 왔고, 그 위에 이제서야 ‘어린이의 권리’, ‘놀 권리’라는 단어가 조금씩 인식되기 시작한 상황이다. 그런 맥락에서 바라보면, 일본이 45년에서 유럽은 90년 먼저 밟아본 이 역사는 우리에게 낯선 과거가 아니라, 오히려 이제 막 시작해야 할 새로운 출발선처럼 느껴졌다.


내가 해오고 있는 일은 아직 한국 사회에서는 자연스럽지 않다. 공공 공간에서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제3의 공간’—집도 아니고, 학교도 아니며, 소비 공간도 아닌 장소—의 가능성을 일본의 플레이파크에서 보며 분명한 희망은 느꼈지만,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에 대해서는 쉽게 답할 수 없었다. 그래서 2025년은 연구와 관찰, 그리고 작은 실험들을 적용하고 정제해 나가는 시간이었다.


그 과정에서 하네기 플레이파크 안에 위치한 영유아를 위한 공간, ‘소라마메 하우스’가 특히 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대규모 모험놀이터가 아니라, 영유아와 보호자를 위한 작고 일상적인 공간이다. 실내의 플레이하우스와 공원의 자연이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고, 보호자는 아이를 맡기지 않고 함께 머무른다. 놀이를 제공하기보다는, 놀이가 스스로 발생할 수 있는 여백을 남겨두는 구조다.


어쩌면 이 공간은 한국의 공공 공원 안에서 영유아와 보호자를 위한 야외 플레이하우스, 그리고 자연과 일상의 경계 공간을 작게나마 연구하고 실행해볼 수 있는 하나의 프로토타입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일정한 운영 주체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 정도의 규모라면 ‘팝업플레이 서울’ 또한 충분히 시도해볼 수 있는 영역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이 글에서는 하네기 플레이파크 내 소라마메 하우스의 공간 구성과 특징, 그리고 운영 방식에 대해 공유하고자 한다. 일본이 먼저 지나온 이 길을 그대로 답습하기보다는, 한국의 사회적 맥락과 현재의 조건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재해석하고 실험할 수 있을지에 대한 하나의 출발점으로서 말이다.



하네기 플레이파크 내 「소라마메 하우스」

― 영유아와 보호자를 위한 놀이의 경계 공간

소라마메 하우스는 도쿄 세타가야구 하네기 플레이파크 안에 위치한, 영유아(주로 0~3세)와 보호자를 위한 공간이다. 흔히 떠올리는 키즈카페나 실내 놀이시설과는 전혀 다른 성격을 지니며, 보육시설이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곳도 아니다. 이 공간의 핵심은 ‘영유아가 있는 일상’과 ‘공원의 자연’, 그리고 ‘사람 사이의 관계’를 느슨하게 연결하는 것에 있다.

소라마메5.jpg 일본 하네기 플레이파크 내- 소라마메 하우스, 사진. 팝업플레이 서울 오은비


소라마메 하우스란?

위치 및 운영 주체

-도쿄 세타가야구(世田谷区), 하네기(羽根木) 공원 내에 위치해 있다. (세타가야시청)

-운영은 NPO 법인 플레이파크 세타가야(プレーパークせたがや)가 담당한다. (세타가야시청)

-“おでかけひろば”(모이는 광장) 형태로, 정기적으로開室(운영)하는 공간이 있다. (NPO法人 プレーパークせたがや | プレーパークで遊ぼう)

목적과 정체성

-“아기 때부터 야외 놀이를 즐기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에서 만들어진 작은 나무 집이다. (NPO法人 プレーパークせたがや | プレーパークで遊ぼう)

-보육원(professional childcare)이라기보다는 놀이 + 보호자가 모이는 커뮤니티 거점의 성격이 강하다.
-상주 스태프(자녀 양육 지원자) 2명이 매일(운영하는 날에) 상주하며, 보호자와 아이가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준다.


시설과 활동
-목조건물이어서 ‘작은 나무 집’ 느낌이 강함. (子供とおでかけ情報サイト いこーよ)

-내부에는 수유 공간, 기저귀 교환대, 갈아입는 공간이 있고, 필요하면 언제든지 점심이나 간식을 먹을 수 있음

-외부에는 나무 데크(deck)가 있어서 부모와 아이가 나와서 식사하거나, 낮잠을 자거나, 하이하이하는 아기들이 놀기 쉬운 구조로 되어 있음

-주된 운영 시간은 월・수・목・금・토요일, 오전 10시 ~ 오후 3시

-이벤트도 다양하게 열리는데, 흙놀이, 물놀이, 목공, 나무 타기 등 ‘모험 놀이터 느낌(playpark)’ 과 보호자 참여 활동이 섞인다.


정체성 및 철학적 의미
-플레이파크의 철학을 반영: “자신의 책임 하에 자유롭게 놀기(Self‑responsibility, 자유롭고 창의적인 놀이)”를 지향하는 장소.

-보호자 커뮤니티 + 지역 커뮤니티 + 놀이 공간의 결합: 아이뿐 아니라 보호자, 지역 어른들이 만날 수 있는 장이 되고 있음. -‘작은 거점(small hub)’으로서, 세타가야 구민의 참여로 만들어지고 유지되어 온 공간이라는 평가가 있습니다. (高岡じゅん子)


접근성 / 편의성
-주소: 세타가야구 대타(代田) 4-38‑52, 하네기 공원 내. (Yahoo!マップ)

-교통: 오다큐선 梅ヶ丘역(우메가오카 역)에서 도보 약 3분, 게이오 이노가시라선 東松原역에서 도보 약 7분. (세타가야시청)

-시설은 유모차나 아기를 동반한 부모도 편하게 이용 가능하며, 간단한 휴식이나 부모들 간 대화 공간으로 적합.



소라마메8.jpg 일본 하네기 플레이파크 내- 소라마메 하우스, 사진. 팝업플레이 서울 오은비

소라마메 하우스의 특징

1. 공간의 성격: 시설이 아닌 ‘머물 수 있는 장소’

소라마메 하우스는 목적 중심 시설이 아니다.
이곳에는 정해진 놀이 프로그램도, 성취해야 할 활동 목표도 없다.

이용 시간이나 회차 개념도 느슨하다. 보호자는 아이를 맡기지 않고 함께 머문다.

아이가 놀고, 멈추고, 바라보고, 다시 움직이는 모든 과정이 허용된다.


공간은 크게 세 가지 성격이 겹쳐 있다.


-실내 플레이하우스
비와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실내 공간으로, 바닥에 앉거나 기어 다니는 영유아의 몸에 맞게 낮고 단순하게 구성되어 있다.


-공원과 이어지는 반야외 공간
문을 열면 바로 흙, 나무, 바람, 소리가 연결된다. 실내와 야외는 명확히 분리되지 않고, 오가며 머물 수 있다.


-머무는 사람을 위한 여백
보호자가 잠시 앉아 쉬거나, 다른 보호자와 가볍게 말을 섞을 수 있는 여유가 공간 안에 포함되어 있다.


이 구조는 ‘놀아주는 공간’이 아니라, 놀이가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2. 영유아에게 중요한 점: 자극이 아닌 ‘반복과 관계’

소라마메 하우스의 놀이 환경은 의도적으로 자극이 적다. 화려한 색감이나 빠른 전환, 소리를 내는 장난감은 최소화되어 있다. 대신 영유아가 스스로 선택하고 반복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된다.

같은 동작을 여러 번 해볼 수 있는 구조

또래를 ‘관찰하다가’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는 거리

흙, 나무, 물, 바람처럼 예측할 수 없지만 위협적이지 않은 자연 요소

이곳에서 영유아는 ‘즐거움을 소비’하지 않는다.


몸을 사용해 탐색하고, 다른 사람의 존재를 인식하며, 자신만의 리듬으로 공간을 경험한다. 이는 빠르게 흥분시키는 도파민 중심의 놀이와는 전혀 다른 결이다.


3. 보호자를 위한 공간: 가르치지 않아도 되는 자리

소라마메 하우스가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보호자를 대상으로 무언가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곳에서 보호자는 아이를 잘 놀게 해야 할 의무도, 올바르게 교육해야 할 역할도 맡지 않는다.

처음 보호자가 된 사람도

육아 정보에 지친 사람도

그저 오늘 하루를 보내고 싶은 사람도

누구나 ‘와도 되는’ 공간이다.


자연스럽게 보호자들 사이에 대화가 생기고, 질문이 오가며, 서로의 존재만으로도 위안을 받는 장면이 자주 발생한다. 이는 의도된 프로그램이 아니라, 공간이 만들어내는 관계의 결과다.


4. 운영 방식: 느슨하지만 지속 가능하게

소라마메 하우스의 운영은 대규모 시설 운영과는 다르다. 몇 가지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상주 인력은 ‘감독자’가 아닌 ‘함께 있는 어른’
안전을 관리하되, 개입은 최소화한다.

-이용은 무료 또는 매우 낮은 문턱

경제적 부담이 접근성을 결정하지 않는다.

-예약과 정원 관리가 엄격하지 않음

일상의 흐름 속에서 들를 수 있도록 한다.

-하네기 플레이파크와의 공존

영유아 공간이지만, 고립되지 않고 더 큰 놀이 환경 안에 위치한다.


운영의 핵심은 효율이 아니라 지속성이다.
오랫동안 같은 자리에서 같은 태도로 공간을 열어두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한 운영 원칙이다.


5. 한국 맥락에서의 의미: 작은 프로토타입으로서의 가능성

소라마메 하우스는 대규모 모험놀이터를 곧바로 도입하기 어려운 한국 사회에서, 공공 공원 안에서 시도해볼 수 있는 매우 현실적인 출발점으로 보인다.

보육시설이 아니며

교육 프로그램도 아니고

소비 공간도 아닌

영유아와 보호자를 위한 ‘경계의 공간’.


이 정도의 규모와 운영 방식이라면, 지역 단위의 실험이나 시민 주도의 운영, 혹은 팝업플레이 서울과 같은 조직에서도 충분히 연구하고 실행해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소라마메 하우스는 완성된 답이 아니다.
그러나 일본이 먼저 지나온 시간 속에서, 우리가 지금 여기에서 시작해볼 수 있는 하나의 힌트이자 참고점이 되어준다.



소라마메4.jpg 일본 하네기 플레이파크 내- 소라마메 하우스, 사진. 팝업플레이 서울 오은비
소라마메6.jpg 일본 하네기 플레이파크 내- 소라마메 하우스, 사진. 팝업플레이 서울 오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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