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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랑이 Sep 09. 2020

브런치와의 재회

  정말 오랜만에 펜을, 아니 키보드를 잡았다.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브런치에 들어와 보았다. 새롭게 바뀐 없는 UI가 익숙하기는커녕 오히려 낯설게 느껴졌다. 그만큼 오랜 시간 이곳을 떠나 있었다. 물론 모르게 그 사이 다녀간 적은 있었다. 첫눈에 반한 양반가 소녀를 훔쳐보려 담벼락 밖에서 까치발을 들고 기웃거리는 소년처럼, 가까이 다가갈 용기는 없으면서 늘 주변을 맴돌곤 했다.






  사실 수차례 다시 글을 쓰고자 마음먹곤 했었다. 처음에는 하루에도 몇 번, 그 후에는 일주일에 몇 번, 결국 한 달에 고작 몇 번 하는 생각으로 바뀌더니 어느덧 글에 대한 생각조차 하지 않게 되었다. 한동안 삶에 일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중요했던, 좋아했던, 즐거웠던 일. 그것이 마치 한 여름밤의 꿈처럼 쉬이 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핸드폰에 설치된 브런치 앱에서는 늘 알람이 울렸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새로운 글이 올라왔고, 오랜 시간 연재가 없음에도 꾸준히 소중한 구독자분들이 늘어갔다. 그때 알았다. 꿈이라고 생각한건 그저 나 혼자였고, 모든 건 결코 꿈이 아닌 즐거운 현실로 언제나 손을 내밀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었다. 그것이 꿈이 아닌 현실이라고, 그저 나만 받아들이면 되는 일이었다.




  


  물론 아예 글쓰기를 놓아버린 것은 아니었다. 몇 년간 쓰고 있던 경찰 에세이를 꾸준히 다듬고 써왔지만 선뜻 브런치에 공개하지는 않았다. 두려움까지는 아니었지만, 분명 표현하기 힘든 망설임이 있었다. 전에는 글을 쓰고 브런치에 공개하는 그 시간이 가장 설레는 순간이었다. 몸이 피곤한 날도, 브런치에 글을 쓰고 스스로 이를 다시 읽어보는 그 순간이 좋았다. 자기 글을 혼자 쓰고 읽어볼 거면 누군가는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과 컴퓨터 워딩 프로그램에 쓰는 게 무슨 차이냐고 충분히 반문할 여지가 있다. 글쎄? 아마 어떤 이유를 붙여도 쉽게 이해가 되지는 않을지도. 하지만 여기 이 공간에 있는 브런치 작가분들은 내 말에 공감할것이다. 뭐, 굳이 차이라면 내가 쓴 글을 다시 볼 때 깜박이는 커서를 안 봐도 된다는 점? 사실 개인 컴퓨터에 저장해두는 글이 아닌, 브런치에 공개적인 글을 쓰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글'로써 소통이 가능한 가장 순수한 공간이기 때문이 아닐까?




  


  내가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한 것, 바로 이 브런치를 통해 알게 된 인연과의 소통 덕분이었다. 그 사람은, 아니 그분은 내게 더없이 소중한 존재다.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어느 순간부터, 그리고 줄곧, 심지어 글을 쓰지 않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말이다. 그분은 언젠가 내게 나의 '팬'이라고 하셨지만, 그 호칭이 내게는 심히 과분하다. 그리고 그분은 더 이상 나의 독자가 아닌, 엄연한 브런치 작가로서 지금은 오히려 내가 그분의 팬이 되어있다. 하지만 그분이 내게 주신 애정이나 관심만큼, 나는 그분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 그래서 늘 죄송스럽고 감사하다. 사실 그분에 대한 이야기로 한 번쯤 글을 쓸 생각을 하고 있기에, 그분에 대한 이야기는 이 정도로 각설할까 한다. 핵심은, 내가 이렇게 다시 글을 쓰고 있는 건, 모두 그분 덕분이다. 다시 글을 쓸 수 있는 원동력 중 하나가 아닌, 그분이 곧 다시 글을 쓸 수 있게 해 준 원동력이자 이유 그 자체다.




  


  그렇게 다시 글을 쓴다. 물론 꾸준히 다듬고 있는 경찰 에세이도 이어갈 예정이다. 다만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 그만큼 스스로 용기가 필요한, 쉽지 않은 작업이다. 그래도 뭔가 좋은 글, 더 나은 글, 완성된 글을 쓰겠다는 부담감을 떨쳐버리고 그냥 일단 쓰고 싶은 대로 다시 글을 써보려고 한다. 좋아해야 자주 할 수 있고, 자주해야 좋아지며, 좋아하고 자주해야 잘할 수 있다.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 여전히 그곳이 변함이 없다는 것, 그리고 언제든지 새롭게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 이 모든 것들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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