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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혜근 Sep 30. 2015

토터스 : 정보생성자 (9)

TOTERS : Who making information

“4명의 팀장. 알란 쿼터메인, 닥터 글러브, 처형인, 레이슈터. 이중에 레이슈터는 우리와 함께 있고, 나머지 3명은...”


 토터스 자료국 부국장 레스텔로 네프코. 그는 파워국에 대한 모든 자료가 들어있는 차트를 보고 있었다. 물론 팀장을 중심으로 한 정보였다. 이렇게 정보를 가지고 있을 수 있는 것은, 이 세상 모든 정보의 80%를 저장하고 있다는 론(Loan) 도서관 덕분이었다. 물론 그 정보의 대부분은 예전부터 토터스 파워가 모아온 정보이긴 했지만 말이다.


“히야. 경치가 대단한데.”


 그가 있는 곳은 헬기 안. 그들은 3평방미터정도 되는 크기의 상자를 운반하고 있었다. 철제로 단단히 밀봉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대단히 중요한 물건임에 틀림없었다. 겉에는 이렇게 씌여있었다. 


‘토터스 파워 국장’


 그랬다. 그들은 상자에 인질을 넣은 채 어디론가 이송 중이었다. 물론 그것은 그들만이 아는 곳일 것이었다. 상자안에서는 움직임이 없었다. 이미 죽였을 수도 있었다.


“어디보자. 그럼 누구부터 잡아볼까.”


“쓸데없는 말 말아. 이미 계획은 세워졌잖아. 그대로 시행하는 거다.”


 어둠속에 몸을 숨기고 있는 이의 이름은 타그니토 D. 암스트롱. 워터리그에서의 위치는 네덜란드 지부 CEO라는 공식적인 위치 외엔 알려져 있지 않았다. 토터스 - 파워 조차도 그에 대한 정보를 캐내는데 실패했으니, 그에 대해 아는 것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몇 몇은 그의 비밀에 대해 알고 있었다.


“국장님도 참 대단하시지. 어떻게 파워국장을 상대로 혼자 있겠다고 하신거야?”


“대신 내가 있었지 않은가.”


“이 사람은 보통 사람이 아니야. 생각안나? 생포할 때 말야. 20명이 날아갔잖아. 몇 명 죽기도 했고. 저 덩치 보라고. 저 특수 상자가 아니었으면 어쩔뻔했어. 잘라서 운반할 것도 아니고. 게다가 저 레이슈터라는 사람은 어떻고. 그의 플래쉬에 눈이 먼 사람이 족히 30명은 될껄? 이제 그들은 장님이라고. 세상에서 빛을 무기로 사용하는 사람은 저 사람 뿐일거다.”


“그래도 결국엔 잡았지 않았는가. 그만 빈정거리고 다음 계획이나 하자고.”


결과를 중시하는 워터리그 다운 대답.


“알았어. 알았어. 그런데 우리 어디로 가는 거냐.”


“어디긴. 남극이지. 토터스 파워의 시선을 돌려야해. 시간을 벌어야하니까.”


“남극? 반 캐시(Van Cash) 있는데 말인가?”


“그래.”


 이 대답을 끝으로 그들은 말을 하지 않았다. 제트기류의 영향으로 심한 멀미가 왔기 때문이었다. 헬기를 자주 타지 않는 그들로선 하는 수 없이 억지로 잠을 청해야 했다. 그것만이 멀미를 없애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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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음의 대륙. 남극. 


 365일 시도때도 없이 눈보라가 몰아치고, 영하 20도 이상으로 기온이 올라가지 않는 미지의 대륙. 박테리아조차 살아가기 어려운 그곳에 워터리그가 세운 거대기지가 있었다. 10년 전, 세운 이 기지는 50명 이상이 상주할 수 있는 내부 공간에, 20m 이상의 강풍도 견딜 수 있는 견고한 외벽을 자랑했다. 남극에 있는 그들의 목적은 남극의 얼음을 녹여내어 가장 순도가 높은 물을 만드는 것이었다. 때문에 기지 안에는 태양열을 모을 수 있는 장치가 되어있었다. 그곳 운영자의 이름은 반 캐시(Van Cash). 워터리그 덴마크지부 CEO이었다.


“아. 춥다. 추워.”


 그곳에서의 사람의 피부는 5분에 한번 꼴로 마사지를 해주어야 썩지 않았다. 잠시라도 가만히 있으면 굳어버리기 때문에 얼어 죽었다는 표현은 이곳 사람들에겐 게으르다는 치욕적인 말이었다. 


“야. 교대 몇 분 남았냐.”


“한 시간은 남았어. 정확히 말하면 56분 남았지.”


 회사로 들어가는 문을 지키는 경비원들은 어서 빨리 교대시간이 왔으면 하고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는 사람이 견디기 힘들었다.


“그런데. 저기 저것 뭐지?”


“뭐가?”


“저기 말야. 저기에 사람이 있는 것 같은데?”


 말하는 사이에도 손이 시려워 잠시도 가만히 있질 못했다. 옆의 경비원은 이미 마비가 오는듯 상대적으로 움직임이 적었다.


“에이 설마. 이렇게 눈보라가 심한데 사람이 있으려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들은 그냥 넘길 수 없었다. 그들의 하는 일이 바로 그런 것을 확인해 보는 일이었다. 경비원들은 그것에게로 다가갔다.


“거기 누구 있습니까?”


“…….”


그것은 말이 없었다. 


“누구요? 사람 맞나요?”


 그때, 가까이 다가간 한 경비원은 그의 목에 뭔가가 박히는 느낌을 받았다. 목에 손을 데본 그는 깜짝 놀랐다. 따뜻한 액체가 손에 만져졌다. 그것은 빨간색 액체였다. 그의 피였다.


“피? 내 목에 뭐가 박혔...”


 그는 더 이상 말을 잊지 못했다. 성대에 피가 꽉 차서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는 뒤를 돌아 동료 경비원을 쳐다봤다. 그리고는, 피를 뿜어내며 쓰러졌다. 멀리서 그 광경을 본 다른 경비원은 공포에 떨며 뒷걸음질 쳤다. 그의 머릿속엔 어서 도망가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푹.

 그러나 그의 걸음도 잠시. 그도 뭔가를 맞고 쓰러졌다. 동료와 같은 부위를 맞고 피를 뿜어내면서 말이다. 쓰러진 그에게 한 사람이 다가왔다. 토끼의 가면을 쓰고 있는 그 사람은 죽은 경비원의 목에 박힌 비수를 뽑았다. 경비원은 죽기 전 똑똑히 봤다. 그의 왼팔에 새겨진, 눈에 아주 익숙한 그 문양을. 그 문양은 바로, 아너스 데이(Honor's Day)의 사황제 중 하나인 중국 패왕의 문양이었다.  


“묘(卯) 6.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다음 지점인 갑(甲)-7로 이동하겠습니다.”


 그들은 12명의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모두 각자 자신의 할 임무가 있었다. 12명이 한꺼번에 움직이는 그들. 그들의 이름은 십이지의. 암살로 유명한 조직이었다. 그런 그들은 중국 암부기관의 명을 받고 남극으로 온 것이었다. 워터리그의 거대기지를 파괴하기위해 말이다.

 한편, 회사 안의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쉬는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하루에 일하는 5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은 모두 쉬는 시간이었다. 엄청난 추위로 인해 일하는데 쓸 수 있는 열량이 한정된 터라, 그들은 하루에 정해진 5시간만을 일하도록 되어있었다. 지금은 모든 일과가 끝난 저녁시간이었다.


“스테이크야? 설마 또 남극 펭귄 고기는 아니겠지?”


“뭘 바래요. 배가 못 들어온 지 벌써 3달째라고요. 통조림 빼면 남극 펭귄 뿐이죠 뭐.”


“바다표범 있잖아. 고래도 있고. 왜 못 잡는거야?”


“바다가 얼었는데 무슨 수로 그걸 깨요. 게다가 바다까지 나가기만 해도 대단한 걸요. 너무 멀어요. 지금 밖은 영하 45도예요. 정신 좀 차리세요. 지국장님.”


 그랬다. 이 철부지가 바로 지국장 반 캐시였다. 과장의 설명에 캐시는 할 말을 잃었다. 꿀먹은 벙어리가 돼서는 말없이 스테이크를 잘랐다. 그는 맛없는 식사를 제외하면 이곳은 그리 나쁜 곳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게다가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50여명의 직원들보다 나은 식사를 하자니, 그건 자신의 양심에 어긋났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차에 저녁식사를 방해하는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에엥. 에에에엥.

 북쪽. 남쪽. 서쪽. 동쪽. 모든 방향에서 동시에 사이렌이 울렸다. 사방에서 사이렌이 울렸다는 소리는 곧 모든 방향에서 적이 칩입했다는 말을 반증하고 있었다.


“누구야. 설마 적이 칩입한 건가? 밖에 경비들은 뭐하고 회사 안에 사이렌이 직접 울려? 혹시 저 사이렌 또 고장난거 아냐?”


“아니예요. 얼마 전에 손 봤다고요. 고장은 아니예요. 틀림없이 누가 들어온 것이 분명해요. 맛없는 식사 그만하시고 어서 가죠.”


 그의 말이 옳았다. 판단은 나중에 해도 늦지 않았다. 즉시, 지국장 반 캐시를 비롯한 식당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무기고로 달려갔다. 신속히 달려가는 모습으로 보아 과거에도 몇 번 이런 일이 있었던 것 같았다.


“토터스(Toters) 일까요?”


달려가는 중에 과장이 물었다.


“토터스는 지금 내부 분열이 일어났을 거야. 우리 쪽까지는 신경 못 쓸거라고.”


“토터스가 갈라졌어요?”


“확실하진 않은데. 정보에 의하면 그래. 토터스 자료국장이 파워국장을 납치했다나. 아마 그럴거야.”


“놀랍군요. 아무튼 그럼 아너스 데이가 왔다는 말인데. 아너스 데이라면 누가 왔을까요.”


아너스 데이는 7개의 왕좌로 구성되어있는 만큼. 그 경우의 수도 많았다. 


“글세. 정문을 지나야 올 수 있는 이 지역의 특성상. 경비원들이 아무런 신호도 보내지 못하고 죽었다면. 암살조직이겠지. 그렇다면, 암살을 목적으로 하는 기관은 3개니까... 중국 암살조직이거나. 영국의 살인면허 스파이, 아니면 사우디의 용병일수도 있겠지.”


그들은 지하로 내려가고 있었다. 


“영국은 이미 전에 와서 호되게 당했으니. 아마 중국이겠지?”


“사우디일지도 모르죠. 우리를 극히 싫어하잖아요.”


“그들은 건들지 않으면 가만히 있어. 나서는 타입은 아니라고.”


“그럼 중국 암살조직이 맞겠네요.”


“뭘로 할래?”


 대화도중 무기고에 도착한 그들은 숨을 고를 틈도 없이 무기를 집어 들어야했다. 그만큼 상황은 긴박했으니까 잠시라도 지체할 틈이 업었다.


“당연히 이걸로 해야죠.”


 과장은 무기고에 비치된 라이플 중, 적외선 센서가 달린 기관총을 집었다. 그것이 민첩한 동양인에 가장 대처하기 쉬운 방법이었다. 다른 직원들도 각자 들고 싶은 무기를 잡았지만, 적외선 센서는 잊지 않았다.


“우리는 워터리그야. 물이 지닌 가치를 아는 사람들이지”


캐시가 말했다. 총구가 3개 달린 오토샷건을 장전하면서.


“우리의 돈 줄은 우리가 지킨다. 어느 누구도 그걸 대신할 수는 없다. 그 사실을 잊지 말자. 나가서 싸우자!”

그의 외침과 함께 모든 직원들이 총을 들고 달려갔다. 사이렌이 울리는 곳으로. 


“축(丑)15. 적들을 발견했습니다. 명령을.”


“인(寅)3. 적들을 포착했습니다. 명령을.”


“진(辰)8. 적들을 발견했습니다. 명령을.”


암살조직 십이지의는 명령을 기다렸다. 그들을 지휘하고 있는 자에게.


“좋아. 그럼 시작한다.”


 워터리그와 아너스 데이. 그들이 싸우는 이유는 단순히 물과 관련된 투쟁이 아니었다. 특히 아너스 데이는 자신들이 명예 때문에 죽고, 명예 때문에 사는 사람들이었기에, 절대 먼저 싸움을 걸지는 않았다. 그런 그들이 왜 남극에 위치한 워터리그 기지에 쳐들어 왔을까. 무엇이 이들을 그토록 서로 원망하게 만들었을까. 무엇이 이들을 서로 싸우게 만들었을까. 워터리그가 먼저였을까. 아너스 데이가 먼저였을까. 각자의 정의만을 지표로 삼은 채 그들은 그렇게 격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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