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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혜근 Sep 30. 2015

토터스 : 정보생성자 (21)

TOTERS : Who making information

“아...머리야.”


 기절한 뒤 깨어나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일어나면 기절하기 바로 전 상황이 떠오른다. 머리가 아파 이마를 쥐어 잡고 있는 여자. 바로 안나 트루워커였다. 눈을 떠보니 자신은 호텔 침대에 누워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천장이었다.


‘어떻게 걱정말라는 거예요? 당신이 가서 죽기라도 한다면 나는 어떡하라고요. 이 낯선 뉴질랜드 땅에서! 나는 이제 자료 쪽으로 갈수도 없는 사람이 되었다고요. 이젠 토터스 파워의 소속이나 다름없어요! 날 데리고 가요. 가려면 날 데리고 가라고요!!!’


‘약속할 게 안나. 글러브를 꼭 다시 데려올게. 약속할게. 내일 오후 9시에 오페라 극장에서 만나. 오페라 시작 전에 반드시 갈게. 약속해.’


 그녀는 자신이 기절했었다는 것을 기억했다. 


“그랬지. 처형인 씨가 나를...”


 목덜미가 아파왔다. 기절할 때 맞은 곳이었다.


“나도 여자라고. 어떻게 이럴 수 있는 거야.”


 여자라도 서슴치 않게 기절시키는 처형인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 떠올리기 싫은 기억을 지우기 위해 그녀는 다른 뭔가를 하려 스위트 룸의 거실 쪽으로 갔다. 그리고는 텔레비전을 켰다. 뉴스가 방송되고 있었다.


“현재 시간 오후 7시입니다. 기상 예보에 없던 많은 비구름이 몰려온 가운데, 5시에 입국하기로 되어있었던, 암스테르담 미 대통령이 현재시작 7시 30분. 예정보다 2시간 30분 늦게 이 곳 000공항에 도착하였습니다. 그리고 영부인도 같은 비행기로 도착하였는데요, 이들 일행은 잠시 후 10시에 열리는 오페라를 관람하기 위해 ㅁㅁㅁ극장에 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지금 기상 상태가 좋지 않는 데요. 초속...”


 그때 갑자기 비 바람이 몰아쳤다. 그 바람에 생중계하던 기자가 잠시 움추렸다. 당황한 방송국은 화면을 급히 스튜디오로 돌렸다.


“현지 공항의 기상 상태가 악화되어 더 이상의 중계는 힘들 것 같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다음 소식으로 넘어가겠습니다. 멕시코 지역의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테러가 발생하였다고 합니다. 사상자 수에 대한 자세한 집계는 되고 있지 않지만, 지하에 숨겨져 있던 지하 괴기 시설이 등장하였다고 하는데요. 이에 관해 멕시코지역 정부는 자세한 언급을 피하고 있습니다.”


“지하 괴기 시설이라니. 풉.”


 안나는 그 시설이 무엇을 가리키는 지 잘 알고 있었다. 그곳은 다름 아닌 토터스 파워국 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웃음소리도 잠시, 그녀는 또다시 좋지 않은 기억을 떠올리고 말았다. 파워 요원들의 시체가 떠올랐다. 그녀는 속이 울렁거림을 느꼈다. 그리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또다시 개워냈다. 한동안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많은 양이었다.


“이제. 그만. 그만. 이 정도면 됐어. 난 이제 겁먹지 않는 다고.”


 그녀는 좌변기에 얼굴을 대고 말했다. 다시는 떠올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때 침대 위에 있는 핸드폰이 울렸다. 


띠리리리.

 안나는 몸을 간신히 일으켜 침대로 다가갔다. 핸드폰을 열었다.


“네. 안나 트루워커입니다.”


 그녀는 좀 전까지 울렁이던 속 때문에, 표정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런데 전화를 받고, 상대방이 누구인지 알게 되자, 표정이 밝아졌다. 기다리던 전화인 듯 했다.


“예. 알아요. 걱정마세요.”


 그녀는 백에서 종이를 꺼냈다. 흰 그것은 평범한 종이였다.


“당연하죠. 아직까지 잘 가지고 있어요.”


 그녀가 종이를 비스듬하게 기울기자 사진이 나타났다. 그것은 다름아닌 닥터 글러브의 얼굴이었다.


“지금이 그때인가요.”


그리고 종이에는 또다른 사진이 등장했다. 처형인의 얼굴이었다.


“걱정마세요. 사적인 감정은 개입시키지 않으니까요. 목적은 달성했어요. 자료는 이미 제 손에 들어왔죠. 지금 백에 가지고 있어요.”


 그녀는 백에서 또 다른 뭔가를 꺼냈다. 빨간 색의 액체였다. 안나는 빨간 액체를 짜내 처형인의 얼굴이 있는 종이에 묻혔다. 그리고는 종이를 비벼 빨간 액체를 번지게 했다. 그녀는, 두꺼운 책을 꺼내 그 종이를 책에 끼워 넣었다. 책의 겉표지에는 태엽이 있었고, 안나는 그것을 시계방향으로 돌렸다. 그러자, 태엽이 돌아가면서 책이 빛을 내기 시작했다. 잠시 발산되던 빛은 책표지의 태엽이 멈추자 점점 어두워졌다. 안나는 빛이 꺼지는 것을 보고, 전화에 대고 말했다.


“원하시는 것을 보내드렸어요. 부디 마음에 드셨길 바래요. 그럼 이만.”


안나는 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책과 종이를 백에 집어넣었다.


“어서 오페라 극장으로 출발해야 겠군. 처형인 씨와 글러브 씨가 기다리겠어.”


그녀는 스위트 룸을 나왔다. 그리고 로비로 가기위해 엘리베이터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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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아비시니아 고원. 토터스 자료 국.


 정신없는 토터스 파워 쪽과는 달리, 토터스 자료국은 고요했다. 파워 쪽에 무슨 일이 있던 간에 그들은 그들만의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무관심은 그들간의 자존심과 관계되어있기도 했다. 자료국은 3개의 거대한 건물로 이루어져있었다. 그리고 그것들의 이름은 제 1건물, 제 2건물, 제 3건물로 불려지고 있었다. 그중 제1건물은 단 두 개의 시설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도서관과 특수한 목적의 거대한 홀이 그 두 개의 시설이었다. 도서관의 이름은 론(Loan) 도사관, 그리고 홀의 이름은 ‘트랜스포터(Transporter) ’였다. 

 ‘트랜스포터’ 는 토터스 자료국에서 2번째로 철저한 보안 속에 유지되고 있었다. 그곳으로 들어가는 길이 한 가지 통로뿐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시설인지를 반증하고 있었다. 그 통로는 국장실과 연결되어 있는 직속 엘리베이터였다. 지금 움직이고 있는 바로 이 엘리베이터였다. 그리고 그것에 타고 있는 거구의 여자가 있었다.

 토터스 자료국장 필립 블랙타이거. 

 그녀는 트랜스포터를 향해 가고 있었다. 프로젝트 로빈 훗이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한참을 내려가던 엘리베이터는 138층에서 그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리고 문이 열렸다. 문이 열리며 환한 불빛이 필립의 눈을 찔렀다. 잠시후 적응이 된 필립의 시야에 트랜스포터가 그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일반 ‘홀’ 과는 차원이 다른 크기였다. 그 안에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각자 할당된 모니터를 쳐다보며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정면에는 보통 건물의 2층에 해당하는 크기의 ‘책’ 이 벽에 펼쳐져있었다. 그 ‘책’ 의 이름이 바로 ‘트랜스포터’ 였다. 트랜스 포터를 받치고 있는 기계들의 크기가 보통이 아닌 것으로 보아 그것은 꽤 무게가 나가는 것에 틀림없었다. 그리고 그 위에 써있는 문구가 있었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


이것이 바로 토터스 자료의 이상이었다.


“목표가 전송에 들어갔습니다.”


 엘리펀트(Elephant) 팀장 우드 송(Wood Song)이 외쳤다. 얼마 후 트랜스포터의 페이지가 넘어가기 시작했다. 엘리펀트 팀은 로빈 훗 프로젝트에서 트랜스포터의 상황변화를 24시간 주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20개의 작은 책으로 트랜스포터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있는 도중, 그것이 작동하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파워를 높여! 더 높여!!!”


“전송체의 체온이 낮아집니다. 서둘러야합니다!”


“펄스 가동시켜! 전송되었을 때 심장이 멈추게 되면 되살려야해!”


 엘리게이터(Alligator) 팀장 존 마티아스(John Mathias). 그는 전송된 생명체가 트랜스포터를 통과했을 때, 생길 수 있는 모든 사태를 대비하는 역할이었다. 그의 팀은 각종 의료전문가로 구성되어 있었다.


“전송까지 앞으로 30초 전입니다.”


엘리펀트 팀원이 외쳤다. 전송체의 등장이 임박 온다는 신호였다.


“할당파워가 낮아집니다! 높여야합니다!”


“스톤팀장 뭐해! 빨리 파워를 더 높여!”


“하고 있다고! 지금 전력을 다하고 있으니까 말시키지 마!”


 스톤은 압력기의 스위치를 있는힘껏 위로 올렸다. 파워가 떨어지지 않도록 말이다.


“앞으로 10초 입니다!”


“국장님! 시간이 되었습니다.”


우드송 팀장이 국장을 쳐다봤다. 지시를 내려달라는 말이었다.


“팔과 다리를 맡으신 분들 준비되셨죠!”


 몽키 팀. 그들은 전송체의 움직임을 봉쇄하는 역할이었다.


“예.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리를 맡으신 분들 준비하세요!”


“다 됐습니다!”


“철 우리를 맡으신 분들 준비되셨나요!”


생명체를 가두기 위핸 철 우리를 준비한 울프(Wolf) 팀.


“예!”


“그럼 갑니다! 각오 단단히들 하세요!!!”


”전송 5초전. 4. 3. 2. 1. 전송완료 되었습니다!!!“


“스크린 온!!!”


 우드송의 말과 함께 전송체가 나타나고 있었다. 정면에 걸려있는 거대한 책에서 빛이 발산되었다.


“어서오세요.”


 라는 말과 함께 그녀는 트랜스포터에서 전송되는 생명체가 무엇인지 보기 위해 선글라스를 썼다.


“전송체가 등장합니다. 모두 주목해주세요.”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트랜스포터에서 무엇인가가 나왔다. 손이었다. 털이 많은 그 손은 추운 지방에서 살기에 알맞도록 되어 있었다. 손을 지나 팔까지 나왔다. 팔에도 역시 털이 많았다. 흰 백색의 그것은 눈처럼 새하얀 색이었다.


“설인이군요.”


 그랬다. 트랜스포터가 전송한 생명체는 설인이었다. 히말라야에서 전설로만 전해진다는 그 존재였다. 자료국장 필립은 자신의 추축이 맞았다면서 기뻐했다.


“맙소사. 정말로 존재했다니...”


“그 것 봐요. 있다고 했죠.”


 필립은 지구상의 미스테리에 대한 긍정적인 사고 관을 가지고 있었다.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라고 해서 일어나지 않는 법은 없다는 사고방식이었다. 때문에 드라큐라, 늑대인간, 귀신 등도 모두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론(Loan) 도서관에는 그런 현상들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들이 있었다.


“스톤 바이어 팀장. 시작하세요.”


 스톤 바이어가 이끄는 몽키 팀은 불을 지펴 20개의 검은 책을 불태웠다. 책을 태우자, 그것에서 검은 연기가 나왔다. 검은 연기는 점점 형태를 갖추더니, 놀랍게도 사람의 손 모양으로 변해갔다. 손 모양의 검은 연기는 설인에게로 다가가 그의 팔과 다리를 잡아, 움직임을 봉쇄했다. 그러나 아직 설인은 힘이 남아있었다. 그는 검은 연기를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쳤다. 그 바람에 트랜스포터의 페이지가 조금 찢어졌다.


“레이 슈터. 당신 차례입니다.”


 레이슈터 서계호. 토터스 파워 Autumn 팀장. 그가 이곳에 있었다. 파워 국장 에드워드 J. 화이트베어와 함께 납치된 것으로 알려진 그가 여기에 있었던 것이었다. 그것도 자료국장을 도와주고 있었다. 레이 슈터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사진기로 설인을 찍었다.


펑.펑.

 사진기의 플래쉬가 터졌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살기위해 몸부림치던 설인은 움직임을 멈추었다. 정신을 잃은 듯 그 자리에 축 늘어졌다. 


“울프(Wolf) 팀! 몸체를 우리에 가둬버리세요.”


 울프팀은 책에서 철을 뽑았다. 그리고 그것으로 우리를 만들어 설인을 가둬버렸다. 


“끝났군요. 후. 다들 수고하셨어요.”


 필립이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그리고 200g의 초콜렛을 한꺼번에 입에 집어넣었다. 그녀는 프로젝트가 끝나게 되면 늘 버릇처럼 초콜렛을 먹었다.


“프로젝트 로빈 훗. 종료되었습니다.”


 엘리펀트 팀장이 프로젝트의 끝을 고하자, 비로소 모든 요원들은 지친 듯 바닥에 주저앉았다. 다만, 레이슈터는 사진기를 보고 있었다. 앞으로 나올 사진이 중요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지이이잉.

 레이슈터의 사진기에서 사진 한 장이 나왔다. 사진의 열을 식히기 위해 계호는 그것을 몇 번 흔들었다. 사진의 열이 식자, 점차 사진이 선명해졌다. 사진에는 흰 무엇인가가 발버둥 치고 있었다. 2차원의 평면인 그곳에서 무엇인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설인이었다. 설인의 영혼이 그곳에 갇혀버린 것이었다. 그랬다. 레이슈터가 사용하는 사진기는 아주 특별한 사진기였다. 그것은 영혼을 잡아 사진 안에 가둬버리는 고스트 캐처(Ghost Catcher)였다.

 그는 설인의 영혼이 갇혀있는 사진을 사진 가방에 집어넣었다. 몇 십장의 사진이 그 안에 있었다. 그 중에 아주 낯익은 얼굴도 있었다. 토터스 파워 요원들이 그토록 찾는 인물. 그를 구출하기 위해 처형인이 고생하고 있는 존재.


“답답하군.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하지.”


 토터스 파워 국장 에드워드 J. 화이트베어. 그의 영혼이 사진 속에 갇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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