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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혜근 Sep 30. 2015

토터스 : 정보생성자 (23)

TOTERS : Who making information

투두둑뚝.

 토터스 시각 블랙팀장. 블랑 드 느와흐(Blanc De Noir). 그는 자신의 부러진 팔을 다시 끼워 맞췄다. 본드의 목을 조였을 때, 본드가 그의 팔을 꺾어 그 곳을 빠져나왔었기 때문이었다. 부러진 팔을 붙이는 장면을 본 제임스 본드는 기가 찼다.


“부러진 팔을 스스로 붙이다니. 그것 참.”


"꽤하는 군. 정체가 뭔가 자네."


 본드는 자신의 목덜미를 만졌다. 수많은 죽을 고비를 넘겨오면서 터득한 기술이 아니었다면 자신은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감상에 젖은 것도 잠시, 그는 현실을 직시했다. 그는 최고의 스파이답게 자신이 처한 상황을 타개하기위해 끊임없이 생각했다.


'어떻게 내 뒤에서 나왔지. 내 뒤는 분명 아무도 없는 막다른 곳이었는데...'


 그가 얼마 생각할 틈도 없이 블랙팀장 블랑은 움직였다. 그는 벽에 손을 집어넣었다. 놀랍게도 그는 벽을 통과하고 있었다. 그 말은 곧 본드의 뒤를 칠 수 있다는 말과 같았다. 뒤에서 등장했던 그에 대한 궁금증은 풀렸다.


"그대는 우리 시각의 손에서 벗어날 수 없다. 포기하라."


 본드는 그의 말을 듣고도 아무 말이 없었다. 괜시리 흔들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세상에 벽을 통과하는 인간이나 물로 된 인간 따위는 없다. 내 말이 옳아. 상식적으로 생각하자. 저건 환상이다. 실제가 아니다.'


 본드는 최대한 집중하여 앞을 바라봤다. 불랙 팀장의 몸은 이제, 마지막 팔 부분까지 벽에 들어가고 있었다. 시야에서 사라지면 어디서 나올지는 모를 일이었다. 본드는 못한 장전을 했다. 장전하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주변을 살폈다. 블랙팀장이 어디서 나올지 조금이라도 빨리 알아채기 위함도 있었고, 이 19층에 대한 비밀을 풀기 위함도 있었다.


 그러나, 이곳에 대한 비밀을 얻기도 전에 그는 또다시 공격을 당했다.


번쩍.

 본드의 오른쪽 벽에서 블랙팀장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그의 주먹이 벽에서 나왔다. 그의 손가락에 있는 장신구에 빛이 반사되어 번쩍였다. 단순한 주먹이었기에, 본드는 재빨리 방어 자세를 취했고, 허리를 오른쪽으로 굽혀 충격을 완화시키고자 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뭐... 뭐야 이게."


 블랙팀장의 주먹을 막은 본드는 자신의 힘이 빠지고 있음을 느꼈다. 그는 통증이 느껴지는 오른 허리를 바라봤다. 놀랍게도 그곳엔 칼이 박혀있었다. 그는 다시 생각해보았다. 자신은 분명히 주먹을 보았고, 칼이라고는 전혀 보지 못했었다. 분명히 주먹이었다. 하지만, 어찌되었건 그는 심한 공격을 받았고, 출혈이 심했다. 현기증이 일어나고 있었다. 칼을 뽑아 지혈을 해야 했다. 하지만, 무턱대고 뽑을 수도 없었다. 지금 상황에 칼을 뽑았다가는 틀림없이 상처가 벌어질 것이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그의 다리는 힘이 빠졌다. 무릎을 꿇었다.


'이게 무슨 망신이냐. 이 먼 곳 뉴질랜드까지 와서.'


 그때, 벽에서 블랙팀장의 얼굴이 튀어나왔다. 본드가 공격을 받았음을 확인한 그는, 벽 안에 있던 몸 전부를 드러냈다.


"내가 뭐라고 했나. 어리석은 놈."


 블랙은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은, 상대를 무시하는 태도로 그에게 다가갔다. 본드가 더 이상 공격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출혈에 힘이 빠진 본드는 고개를 숙였다. 머리를 숙이고 있던 본드는 그림자를 봤다. 블랑 팀장이 그의 머리를 가격했다. 그는 머리를 벽에 부딪히고, 바닥에 나뒹굴었다.


'이젠 주먹까지 보이지 않는군.'


 블랙 팀장은 그는 여전히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빈정거리면서.


“처형인은 어디 있나. 빨리 말하는 게 좋을 걸.”


'말도 안돼. 분명히 주먹이었다고. 벽에서 손이 나와 주먹을 내게 들이대는 것을 분명히 봤단 말이다. 칼이라니... 말도 안돼.'


 그는 좀 전의 상황을 떠올렸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주먹을 보았었다.


‘난 제임스 본드(James Bond)다. 이런 곳에서 죽으면 체면이 말이 아니다.’


 그는 아너스 데이(Honor' Day) 영국 MI6의 최고 용병이었다. 이런 곳에서 죽을 수는 없었다. 명예를 중시하는 자신에게 그런 일은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었다. 타국에서 맡겨진 임무를 성공시키지 못한 채, 죽는 것은 그에게, 그의 나라에게 치욕이었다. 그는 그의 이름과 나라에 먹칠을 할 수는 없었다. 그러지 않기 위해선 현 상황을 타개해야 했다. 그는 생각을 해내려 애썼다. 그런 그의 노력이 헛되지는 않았는지, 불현듯 그의 머리를 스쳐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잠깐.'


뭔가 짚이는 것이 있었다. 그는 다시 좀 전의 상황을 떠올렸다.


번쩍.

 주먹이 오기 전에 번쩍이는 것을 보았었다. 분명이 빛에 반사되는 것을 보았던 것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블랙팀장의 손에 있는 장신구에서 나는 빛 인줄 알았다. 하지만, 조금 이상했다. 장신구에서 나는 빛 치고는 눈이 부실정도로 반사되는 양이 많았던 것이었다. 그는 그 것이 그의 주먹이 아닐 것이라는 의심을 했다. 그리고, 그는 다음 장면을 떠올렸다. 블랙팀장이 칼을 맞은 본드에게 다가오는 장면을 떠올렸다.


'내가 뭐라고 했나. 어리석은 놈.'


퍽.

 그는 본드의 머리를 가격했다. 잠깐. 그 전이었다. 그 전에 분명히 팔을 주머니 속에 집어넣고 다가오던 어느새 주머니에서 손을 빼서, 주먹으로 그를 가격했다. 그리고는 다시 손을 집어넣었다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속도로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있었다. 그랬다. 그는 계속 손을 집어넣고 있었다. 게다가 본드는 그때, 머리를 숙이고 있던 차에 바닥의 ‘그것’ 을 보았다.


'그림자!'


 그랬다. 그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야 하는 공간에서 주먹의 그림자를 보았던 것이었다. 빛으로 인한 그림자를 말이다. 그는 간신히 고개를 들어 천장을 쳐다봤다. 짚이는 것이 있었다. 


'천장의 등은 모두 깨져있군. '빛'이 없어. 이곳 20층엔.'


 역시 그의 생각대로였다. 천장의 모든 등이 깨져있었다. 20층엔 빛이 희박한 상태였다.  이 상태는 필시 누군가가 일부러 만든 상황이었다. 누가 이런 상황을 만들었을까. 답은 이미 나왔다. 그는 드디어 시각 팀장들의 능력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 그는 미소를 지었다. 희망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한편, 처형인은 여전히 거대 주먹과 싸우고 있었다.


‘제기랄. 이놈의 주먹은 내가 있는 곳을 어떻게 아는 거야?’


 그는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그나마 나아진 것이라면, 어느 정도 피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수차례 주먹에 맞다보니, 처형인의 온 몸은 이미 멍이 들어 있었다. 들고 있던 쇠파이프는 몇 번 휘둘러보지도 못하고 휘어져버렸다.


콰과과광.

 또다시 그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공격은 처형인이 숨어있던 곳과 간발의 차로 빗겨나갔다. 처형인은 그의 공격을 보며 생각했다. 


‘공격이 들어오는 것을 한 번 피하면 15초의 간격이 생긴다. 그 사이 안쪽으로 파고들어야 겠어. 이 방법 외에 다른 방법은 없을 듯 하다.’


그는 안으로 파고들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는 근처 가까운 곳에 숨었다. 


“나와라 처형인! 숨어있지 말고 나오라니까!”


“와라. 공격해와!”


“숨어만 있으면 이길 수 있나?”


‘나와라. 한번만 더 공격해와라.’


그는 속으로 그가 한 번 더 공격하길 바랬다.


“어딨는가! 처형인!”


 콰과과과.

 거대 주먹이 또다시 공격해 들어왔다. 처형인은 그의 얼굴을 스치는 정도의 피해만 입은 채 피했고, 재빨리 주먹이 온 곳으로 파고 들어갔다. 그는 주먹이 뚫은 몇 개의 벽을 지나, 방을 지나, 그것이 나온 곳으로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거의 다 왔다고 생각할 때 즈음이었다.


촤아아아.


‘물?’


 처형인을 맞이하고 있는 것은 당황한 시각팀장의 표정이 아닌, 물이었다. 마치 소방 호스에서 갓 뿜어져 나오는 물처럼 대단한 압력의 물이 그에게 쏟아졌다. 처형인은 그 물을 맞고 날아갔다. 그가 온 방향으로 그대로 말이다.


“큰일날뻔 했군. 옴바토슈.”


 엄청난 압력의 물을 뿜어낸 장본인 이자, 제임스 본드가 보고 놀란 물 인간 블루 팀장 아리안 흐란트(Ahrian Rhrante.)가 바로 그였다. 그리고 거대 주먹의 소유자이자, 옐로우 팀장인 옴바토슈 리힘()은 그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푸하아. 콜록. 콜록.”


 처형인은 벽에 기대 숨을 헐떡였다. 쉴 시간이 필요했다. 갑작스런 물의 출현에 폐 속에 숨실 공기도 없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숨쉬기도 벅찬 그에게 다가온 것은 휴식이 아니라, 거대 주먹이었다.


콰과과과.

 처형인은 벽을 뚫는 파괴력을 정면으로 맞았다. 보통 사람이면 기절할 정도의 충격이었다. 처형인을 길이의 한계까지 밀어붙인 거대주먹은 재장전을 하기위해 그가 왔던 곳으로 되돌아갔다. 그 자리에는 부상을 입은 처형인이 힘없이 앉아있었다. 


“처...처형인!”


 벽을 뚫고 처형인이 도착한 곳은, 마침 본드가 피를 흘리며 있는 그 복도였다. 본드가 처형인을 불러 그를 깨우자, 처형인은 그가 쓰러져있는 곳을 쳐다봤다.


“이...이봐 처형인.”


 처형인은 본드의 허리에 박혀있는 칼을 발견했다. 처형인은 그가 부상당했음을 알아챘다.


“보다시피 난 움직일 수가 없는 상황이네. 이 상황을 타개해야해! 일어나! 너는 아직 할 수 있다고!”


 본드는 자신이 알고 있는 시각의 비밀을 알려줘야 했다. 그래야 이 절망적인 상황을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난 시각의 비밀을 깨달았어. 내가 그 비밀을 알려줄게. 이리와. 어서.”


 맞는 말이었다. 그는 시각의 비밀을 풀었다는 본드의 말을 믿고 , 간신히 몸을 움직여 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에게 귀를 기울이려 몸을 숙였다. 그러나,


“너무 사람을 쉽게 믿는 것은 아닌가?”


 본드가 웃었다. 처형인은 속았던 것이었다. 그는 그제서야 속았음을 알아챘다. 처형인은 뒷걸음질 쳤으나, 이미 늦은 상태였다.


푸욱.

그 사람은 자신의 허리에 박혀있던 칼을 뽑아내 처형인을 찔렀다.


“크아아악.”


 처형인은 이미 체력이 바닥난 상태였다. 그 와중에 피할 힘이 남아있을 리 없었다. 처형인은 그의 공격을 제대로 피하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칼이 심장에 박히지는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사람의 몸에 칼이 박힌다는 것은 중상이었다.


“허억. 허억.”


 처형인은 뒤로 쓰러졌다. 온 몸은 멍들어있어 제대로 움직이지도 않았고, 복부에는 칼이 박혀있었다. 그는 맨 정신을 유지하기 힘들었다.


“흥. 별 것도 아니군. 파워 팀장이라는 것도.”


 본드의 모습이 변했다. 그랬다. 그는 본드가 아니었다. 토터스 시각 블랙팀장 블랑 드 누와흐(Blanc De Noir). 그는 자신의 능력으로 모습을 바꾸어 본드인 척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제...제임스는 어디있나.”


“아... 그 정장 입은 그 친구 말인가?”


 블랙팀장 블랑은 공중에 손으로 원을 한번 그렸다. 그러자, 그가 그린 원에 다른 곳이 보였다. 옆방의 모습이었다. 본드는 옆방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채로 기절해있었다.


“잡혀...버린 건가.”


“그래. 맞다. 이 자식아.”


 블랙팀장은 처형인의 말에 대답했다. 그리고는 전화를 걸어 다른 2명의 시각 팀장을 불렀다. 


“상황 종료다. 처형인을 잡았어.”


 처형인과 본드는 그들의 판 함정에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무기력하게 걸려버렸다. 블랙 블루 옐로우 팀장은 벽에 기대고 있는 처형인의 앞에 모였다. 그리고 자일스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 예. 알겠습니다. 곧 뒤따라 가겠습니다.”


“뭐래?”


“주원장 중국패왕을 만나러 오페라 극장에 간다는 군.”


“따라오래?”


“그래. 지금 가야할 것 같다.”


“이 자식은 어떻게 하고?”


“죽여야지.”


“이미 죽지 않았나?”


옐로우 팀장은 발로 처형인을 걷어찼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크아아악.”


그의 발길질에 박혀있던 칼이 움직이며 상처가 벌어졌다. 처형인은 고통에 소리 질렀다.


“아직 살아있구만.”


“그럼. 죽여야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옐로우 팀장은 그의 주먹을 거대하게 만들어 처형인을 공격하려했다. 그때였다.


“하하...”


처형인이 허탈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웃어?”


 블루 팀장은 그의 웃음에 기분이 상한 모양이었다. 감정적으로 대응하려는 그때, 블랙팀장이 그를 말렸다. 그리고 물어볼 것이 있다는 표정으로 처형인에게 다가갔다.


“왜 웃는 거지?”


“어이가 없어서다. 내가 니깟 놈들에게 당하다니.”


“니깟 놈들이라니! 이게 어디서!”


이번엔 옐로우 팀장 옴바토슈가 참지 못하겠다는 듯이 달려들 태세였다.


“죽기 전에 하나만 묻자. 네놈들의 능력은 무슨 원리냐.”


 처형인은 죽기 전 그들의 능력이 궁금했다. 주먹을 거대하게 만들고, 벽을 뚫고 다니며, 물로 된 인간이 도대체 어떻게 한 것인가 궁금했던 것이었다. 한번 코웃음 친 블랙팀장은 그에게 자신들의 능력을 설명했다. 죽을 사람에 대한 동정이었다.


“넌 어차피 죽을 사람이니 알려주지. 우리는 허영심을 겉으로 포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허영심이란, 다름 아닌 남에게 드러나 싶어하는 욕망이라고 정의할 수 있지. 우리 시각의 팀장들은 허영심에 빠진 사람들이다. 보통 허영심에 빠진 사람들이라고 하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이 사실이지. 허영심이란 본래의 자신이 아닌 거짓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니까 말이다. 우리들은 가족도, 친구도, 사랑하는 사람도 없다. 괴로운 사람들이지. 우리는 항상 남들에게 거짓된 모습만들 보였기에, 그들은 우리를 믿지 못했어. 우리는 단지 그들에게 잘 보이고 싶었을 뿐인데 말이다. 거짓이 드러났을 때, 그들은 우리를 개보듯 쳐다봤지. 없는 사람들에 대한 업신여김이었어. 우리는 절망에 빠졌었다. 


그는 말을 이어갔다.


“그런 절망에 빠진 그런 우리들을 구해준 것이 바로 자일스 국장이다. 그는 그의 엄청난 능력으로 우리를 나락에서 구해줬어. 우리 보고 특별한 능력이 있는 사람들 이라면서 말이지. 우리는 그 밑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그의 말이 진실이었을까. 우리는 점차 능력을 키워나갈 수 있었지. 우리는 허영심이 누구보다 뛰어나, 그 욕망이 겉으로 표출되어, 다르게 보이는 것이다. 보통 정신력으로는 알아차릴 수가 없지. 그래서 네 놈들이 우리의 본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자일스... 시각국장은 어떻게. 그 정도의 능력을 얻은 것이지? 그도 무슨 방법이 있었을 것 아닌가.”


“아니다.”


“뭐라고?”


“그는 우리와는 다른 특별한 사람이다.”


“그는 자신의 피와 대화를 하는 사람이다. 그는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은 자로서 아버지의 능력을 고스란히 물려받았지. 그의 피는 곧 아버지이다. 그의 아버지 오터거스 E. 레트펜더의 공간왜곡능력을 ‘피의 도움' 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피...피 라.”


 처형인은 뭔가 짚이는 것이 있는 듯했다. 그렇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런데 그의 귀에 이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가. 그런 것엔 관심 없다. 그건 그렇고. 방금 누가 내 이름을 불렀지?”


“무슨 헛소리냐. 우리가 왜 네 이름을 불러.”


“아닌데... 분명히 누가 나를 불렀다.”


“죽을 때가 다가오니 환청이 들리는가 보군.”


 그들은 잔인하게도 처형인의 상처를 덧나게 하기위해 발로 상처를 밟았다. 그러자 상처가 벌어지며 출혈이 더욱 심해졌다.


“크아아악.”


“그렇지. 그렇게 더 소리치라고.”


 그들은 자신들이 겪었던 고통을 남도 느끼게 해주고 싶어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있었던 사회에서 패배자였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고통스러워하는 처형인의 귀에 또다시 무슨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들린다. 나를 부르는 소리가 분명히 들렸다.’


 처형인의 시야가 점점 흐려지기 시작했다. 출혈이 심해 더 이상 뇌에 공급되는 피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누...누구냐. 내 안에 누가 나에게 말하는 거냐.’


그는 결국, 정신을 잃었다. 그의 심장이 멈추었다. 


“죽었군.”


옐로우 팀장은 정맥을 짚어봤다.


“맞아. 더 이상 피도 나오지 않는다.”


“죽은 것이 확실해.”


시각의 세 팀장들은 그가 죽었음을 확인했다. 그들은 처형인을 뒤로하고 돌아섰다.


“자일스에게 가자. 완료했다고 말이야.”


“네르마띠는 치료 중이고?”


“그렇다고 하는 군.”


“이봐, 이 녀석은 어떡하지? 기절해 있는 이 녀석말이야”


본드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이런 곳에 오는데 무슨 정장을... 바보같이.”


 시각의 세 팀장들은 몸에 묻은 먼지를 털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 처리를 한 뒤에는 뒤도 돌아보지 않는 것이 그들이 생각하는 마무리였다. 그런데, 그런데, 가려던 그 때, 블루 팀장 아리안 흐란트는 이상한 기운을 느꼈다. 등 뒤의 오싹한 기운을 말이다. 무엇인가가 그의 어깨를 잡아당기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는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입을 다물 수 없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이...이봐. 이것 좀 봐.”


그는 더 이상 말을 잊지 못했다.


“뭐야. 안 죽었던 거냐?”


 처형인이 서있었다. 정맥을 짚어 분명히 죽은 것을 확인했던 옐로우 팀장은 놀라서 뒤로 물러났다.


“이...이런 말도 안되는 경우가 있나.”


놀랍기는 블랙팀장도 마찬가지였다.


“뭐...뭐냐 우린 방법 따위를 말해준 적이 없는데. 어떻게 저 놈은 우리처럼 변해있지?”


게다가 처형인의 모습은 좀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시각 팀장들은 처형인이 자신들과 같은 능력을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서...설마 이 자식도 자일스 국장과 같은 ‘피’ 아냐?”


“그럴 리가 없어. 오토거스는 자식이 한명 뿐이었다고. 이런 일이 있을 수는 없어.”


“그...그럼. 우리처럼 터득한 거야?”


“웃기지마. 단 몇 분 만에 그런 일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


 다른 모습의 처형인. 그는 초립 모자를 쓰고, 너른바지를 입었으며, 집신을 신었고, 긴고름의 삼회장 저고리에 호리병을 든 남자로 변해있었다. 그리고 기분이 매우 좋아보였다.


“고맙다. 난 여기서 네 놈들을 만나서 무척 기쁘다. 하하하”


 처형인이 웃었다. 건물 전체가 울리도록 우렁차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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