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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매거진/9월]마음을 가라앉혀 주는 허브티의 매력

날씨가 언제 이렇게 추워졌을까요? 버석거리는 면 이불을 목 끝까지 덮고도 차가운 한기가 느껴져 그만 눈이 떠지고 말았습니다. 무서운 기세로 이글거리던 여름이 어느새 지나가 버리고, 가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부랴부랴 얇은 여름용 이불 대신에 겨울용 솜이불을 깔고, 옷장에서는 비닐에 쌓여있던 두툼한 외투를 꺼내봅니다. 언제나 계절의 움직임보다 한 반자씩 늦는 제가 추운 계절을 나기 위해 준비하는 것이 또 하나 있으니 바로 ‘허브차’입니다.      



우리에게 향료로 친숙한 허브는 서양에서는 오랜 시간 약용식물로 취급되어 왔습니다. 허브를 따듯한 물에 담그면 허브 안에 함유된 수용성 유효 성분이 마치 수채화 물감처럼 스르륵 우러나오죠. 이 과정에서 퍼지는 허브의 향이 먼저 자율신경계를 자극하여 마음을 안정시켜 줍니다. 그리고 허브의 각종 이로운 성분이 긴장 속에 뻣뻣하게 굳어 있던 신체를 편안하게 이완시켜 줍니다. 허브티는 종류에 따라 효능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컨디션을 고려하여 허브를 선택한다면 좀 더 효과적인 힐링 타임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허브티 다섯 가지를 자세히 살펴볼까요. 가장 먼저 남아프리카 원주민들이 즐겨 마시던 티로 ‘붉은 덤불’을 의미하는 ‘루이보스 티’ 입니다. 루이보스티는 카페인이 없는 티로 임산부나 아이들이 먹기에도 부담이 없습니다. 미네랄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노화의 주된 원인인 활성산소 제거에도 효과적이죠. 또한 알레르기 증상 완화 효과가 있어 아토피 피부 질환 개선에도 도움을 줍니다. 하지만 찬 성질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평소 몸이 찬 편이라면 적정량을 섭취해야 합니다.     


불면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면 ‘캐모마일 티’와 친해지는 것이 어떨까요. 신경 안정 효과가 뛰어난 캐모마일은 수백 년 전부터 유럽에서 불면증, 신경통, 우울증 등의 치료제로 쓰여 왔습니다. 자기 전에 ‘캐모마일 티’ 한 잔을 마시면 숙면을 취하는데 도움을 주지요.      


캐모마일과 비슷하여 신경 진정 효과가 뛰어난 티가 또 하나 있습니다. 바로 보랏빛의 ‘라벤더 티’입니다. 라벤더 티 역시 우리에게 친숙한 대표적인 허브티 중 하나이죠? 라벤더 티는 근육을 이완시키는 효과가 뛰어나 마시는 순간 곧바로 몸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라벤더 잎을 넣은 베개, 수면 안대, 방향제 등이 불면증 환자에게 인기 품목인 것만 봐도 그 효능을 짐작할 수 있죠.     


입 안 가득 시원한 박하향을 선사해주는 ‘페퍼민트 티’는 ‘박하차’라는 애칭을 갖고 있습니다. 상쾌함의 주성분인 멘톨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갈증을 해소해주고 입 안을 개운하게 만들어서 매니아층이 존재하는 허브티이기도 합니다. 페퍼민트는 향균 및 통증 완화 효능이 탁월하기 때문에 평소에 감기를 달고 산다면 페퍼민트 티를 자주 마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마지막 순서는 꽃차이면서 동시에 허브차로 분류되는 ‘자스민 티’입니다. 자스민 티는 몸을 따듯하게 만들어 주면서 소화 기능을 촉진합니다. 중국요리 식당에 가면 물 대신에 자스민 티를 내주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요. 기름진 중국요리를 속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진한 음식 맛을 씻어내 입 안을 개운하게 만들어 주는 효과까지 있습니다.     


이렇게 몸에 유익한 성분들로 가득한 허브티에도 과연 부작용이란 것이 있을까요? 일반적으로 크게 알려진 것은 없지만 무엇이든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라벤더와 캐모마일의 경우 긴장 이완 효과가 있지만, 수험생이나 운전자의 경우 지나치게 많이 마실 경우에 졸음을 유발할 수도 있지요. 허브티 한 잔으로 팽팽한 긴장을 풀어주는 여유로움은 좋지만 무엇이든 현명한 완급조절이 필요하겠습니다.     



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두 세 종류의 허브를 자신의 기호에 맞게 배합하는 ‘블렌딩 티’가 인기입니다. 한 가지 허브만 우려냈을 때보다 더 풍성하고 깊은 향과 맛을 볼 수 있는 것이 블랜딩 티의 매력입니다. 또한 각각의 허브가 지닌 효능이 시너지효과를 일으키는 것도 블랜딩 티의 장점 중 하나이지요. 다만 서로 상충하는 효능의 허브를 배합하면 오히려 전체 효능이 떨어지는 간섭효과가 나타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무궁무진한 허브의 스펙트럼 속에서 적절한 허브를 조합하기 어렵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는 건 어떨까요? SPC의 프리미엄 티 브랜드 ‘teatra:'는 전문 연구원들이 세계 주요 산지에서 직접 찾아낸 원료를 최적의 비율로 블렌딩하여 티백을 만들고 있습니다. 바쁜 일상에서도 작은 티백 하나로 세계 곳곳의 주요 허브 생산지를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지요. 쳇바퀴 굴러가듯 바쁜 일상에 나만을 위한 맞춤 티 한잔으로 잠시나마 색다른 감각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요.     



정신없이 돌아가는 삶 속에서 에너지가 고갈되었다는 빨간 불이 깜빡일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땐 짧게라도 ’허브티 시간‘을 가지면, 몸과 마음이 다시 초록불로 재충전되곤 합니다. 허브티를 마시는 시간은 종종 명상에 비유되기도 하죠. 그 순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가장 먼저 포트에 물을 넉넉하게 붓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그러면 물이 뜨겁게 팔팔 끓을 때까지 얼마간의 시간이 주어지지요. 첫 번째로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줄지어 대기하고 있는 컵 선반대로 향합니다. 흙으로 빚은 울퉁불퉁한 도자기 컵, 마치 스포츠카를 연상케 하는 미끈한 라인의 머그컵, 속이 그대로 비쳐지는 맑고 투명한 유리컵까지. 그 날 나의 입술이 닿고 싶은 컵을 즐거운 마음으로 골라봅니다. 


다음은 가장 중요한 허브티 고르는 순서입니다. 오늘 나의 스트레스 지수와 기분은 어땠는지, 건강 컨디션은 나쁘지 않았는지 등등 스스로의 주치의가 되어 나 자신에게 세심하게 물어봅니다. 이렇게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짧고도 긴 심사숙고를 거친 후에 고른 허브티 한 잔은 그야말로 힐링 테라피가 됩니다. 차가운 공기 속에 모락모락 퍼져 나가는 따듯한 허브향은 고단한 마음을 순식간에 어루만져 주지요.      


깊어가는 가을, 찬바람에 아무리 옷깃을 여며도 손끝이 차가워지고 마음 사이사이에 스산한 기운이 돈다면 나만을 위한 순간들로 가득 찬 허브티를 우릴 시간입니다.     








* 본 글은 SPC매거진에 정기 연재중인 9월 칼럼으로, 전문은 아래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www.spcmagazine.com/%EB%A7%88%EC%9D%8C%EC%9D%84-%EA%B0%80%EB%9D%BC%EC%95%89%ED%98%80-%EC%A3%BC%EB%8A%94-%ED%97%88%EB%B8%8C%ED%8B%B0%EC%9D%98-%EB%A7%A4%EB%A0%A5_22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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