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칼럼니스트 이주현 푸드레터] 똑똑한 봄나물 활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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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직원공제회에 전문가 칼럼 시리즈로
매달 <이주현의 푸드레터>를 연재합니다.

3월 연재물 주제는 "봄나물"입니다.
즐겁게 읽어주세요 :)

- 푸드 칼럼니스트 이주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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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돌나물.jpg 비타민이 풍부하고 성인병 예방 효과가 있는 돌나물 (C)이주현


< 이주현의 푸드레터 vol.1 >

"춘곤증부터 다이어트까지 책임지는 똑똑한 봄나물 활용서"



춥디추운 겨울을 지나 봄나물이 드디어 제 시간을 맞았다. 매서운 칼바람을 견디며 자란 봄나물은 평온한 온실에서 자란 여느 채소와는 비교할 수 없는 강인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따듯한 봄이 되면 우리 신체는 활동량이 증가하면서 여러 영양소를 필요로 한다. 여기서 이전의 생활습관을 그대로 유지하면 필요한 영양소의 요구량과 공급량에 차이가 생기면서 신체의 균형이 깨지고 만다. 무기력증, 졸음, 피로, 식욕저하 등을 동반하는 춘곤증도 바로 이런 원리에서 기인한다.


이 때 다른 제철음식보다 비타민, 미네랄 햠유량이 압도적으로 높은 봄나물은 아주 현명한 해결책이 된다. ‘제철 식품은 보약보다 좋다’은 말이 있는데 어쩌면 우리 조상들은 이러한 자연의 원리를 알고 예로부터 봄철 봄나물을 풍부하게 섭취하는 지혜를 가졌는지도 모르겠다.


봄나물의 싱그러운 맛과 독특한 향은 그 어떤 식재료보다도 가장 먼저 무뎌진 미각과 후각을 자극한다. 이 계절과 함께 찾아온 반가운 손님 하나만 똑똑하게 맞이해도 우리의 밥상은 한층 더 풍요로워진다.



2. 미나리 스팸 주먹밥.jpg 아삭한 미나리와 스팸, 된장, 참기름을 넣어 아이들도 좋아하는 주먹밥 (C)이주현



1. 알아두면 쓸모 있는 봄나물 영양상식



1) 영양소 2배로 섭취하는 똑똑한 봄나물 조리법

아무리 영양소가 풍부한 봄나물이더라도 어떻게 조리하느냐에 따라 그 효과를 2배로 볼 수도 있고 아니면 절반밖에 못 볼 수도 있다. 각 나물별 특성을 고려하여 조리법을 선택한다면 더욱 건강하고 맛있게 요리할 수 있다.


쌉싸름한 맛이 매력적인 냉이는 비타민A가 베타카로틴 형태로 아주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이 베타카로틴 성분은 지용성이어서 가열해 먹으면 소화흡수율이 높아지는 특징이 있다. 다만 지나치게 오래 삶으면 색과 식감이 저하되는 것뿐만 아니라 비타민C가 손실되기 때문에 살짝 데치는 방법을 추천한다.


특유의 시원한 맛과 아삭한 식감의 미나리 역시 베타카로틴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역시 기름과 친한 지용성 성분이므로 나물을 무칠 때 참기름을 넣으면 영양소 흡수율이 올라간다. 나물무침에 넣는 고소한 참기름은 맛 측면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화룡점정 같은 존재이지만, 영양적인 측면에서도 그 몫을 톡톡히 한다.

잎과 알뿌리의 싱그러운 맛이 일품인 달래의 영양소는 열에 쉽게 파괴되는 성질을 지녔다. 되도록 생으로 먹는 것이 좋으며, 조리시 식초를 첨가하면 비타민C의 파괴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


부드러운 돌나물은 주로 갖은 양념에 무쳐 생으로 먹는 경우가 많다. 다만 무치고 나서 3시간정도가 지나면 숨이 죽고 특유의 향이 사라진다. 돌나물로 담그는 물김치도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섬유질이 질겨져 맛이 저하되는 건 사실이다. 때문에 돌나물의 신선한 맛과 향을 즐기려면 먹기 바로 직전에 조리하는 것이 가장 좋다.


마지막으로 인삼에도 들어있는 사포닌 성분을 함유한 두릅은 지나치게 오래 가열하면 사포닌 성분이 파괴된다. 귀한 영양소를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 살짝 데쳐서 먹는 방식을 추천한다.



3. 돌나물 샐러드.jpg 오리엔탈 드레싱을 곁들인 닭 가슴살 & 돌나물 샐러드 (C)이주현


2) 잘못 먹으면 독이 될 수 있다?!

봄나물 섭취 시 주의할 점

보통 봄나물은 갖은 양념에 무쳐서 요리하곤 한다. 이 때 주의할 점은 염분 섭취량이 지나치게 많아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생으로 먹을 수 있는 봄나물은 무침 대신에 샐러드 형태로 먹는 것도 염분 섭취를 줄이는 좋은 방법이다. 올리브오일이나 참기름으로 만든 소스를 뿌려 먹으면 지용성 비타민의 흡수율도 올라가고, 영양소도 파괴되지 않아 1석2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다만, 봄나물에는 생으로 먹어도 안전한 종류와 독성이나 식중독 위험이 있어 반드시 조리해 먹어야 하는 종류로 나뉜다. 생으로 먹을 수 있는 종류는 돌나물, 달래, 참나물, 취나물, 씀바귀, 더덕 등이 있다. 이들은 무엇보다 식중독균이나 잔류농약을 제거가 중요하다. 따라서 물에 담갔다가 흐르는 물에 최소 3회 이상 꼼꼼하게 세척 후 조리를 시작한다.


안전한 섭취를 위하여 반드시 데쳐 먹어야 하는 봄나물로는 두릅, 냉이, 고사리, 원추리순, 다래순 등이 있다. 특히 우리에게 친숙한 쑥은 삶아서 조리해야 식중독을 피할 수 있다. 또한 독성이 있는 원추리는 어린 순만 섭취하며 끓는 물에 충분히 데친 후 차가운 물에 2시간 이상 담가야 한다.




2. 봄나물 어디까지 즐겨봤니?


얼마 전부터 식문화 분야에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화두가 있다. 바로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트랜드이다. ’건강하다(Heaithy)‘ 와 ’기쁨(Pleasure)'이 결합된 단어로 즐겁고 지속가능한 건강관리를 뜻한다. 고통스러운 인내와 맛없는 식단부터 떠올리던 이전의 엄격한 관리와 달리 헬시 플레저는 건강하면서도 맛있는 식단으로 즐겁게 관리하는 방식을 추구한다.


이런 헬시 플레저 트렌드의 흐름에 당당히 합류할 수 있는 주인공으로 봄나물을 내세우고 싶다. 강렬한 향과 맛으로 미각을 자극하면서 제철의 기운을 담아 영양까지 풍부하니, 봄이 오면 이처럼 즐겁고 건강한 식재료가 또 어디 있을까. 일상 속의 평범한 음식부터 화려한 산해진미 요리까지 봄나물이 끼어들면 그 개성 넘치는 존재감을 당해낼 자가 없다. 봄기운 한 스푼을 넉넉하게 추가한 봄나물 요리로 맛있는 영양식을 즐겨보자.



4. 취나물 닭가슴살 덮밥.jpg 다이어트 메뉴로 그만인 취나물 된장무침 닭 가슴살 덮밥 (C)이주현

1) 봄나물과 함께 더 맛있어진 다이어트 요리

헬시 플레저 트랜드가 다이어트만큼 직접적으로 적용되는 분야가 또 있을까. 칼로리가 적은 음식은 대체로 맛과 향에서 모름지기 2%가 부족한 법인데, 우리의 입맛은 자극적인 기호에 길들여져 있으니 늘 불만족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기에 봄나물은 아주 기특한 해결책이 된다.


다이어트에 가장 최적화된 봄나물로 냉이, 달래, 봄동, 미나리를 추천하고 싶다. 특히 냉이는 나물 중에서도 단백질 함유량이 가장 높다. 이 외에도 비타민과 칼슘이 풍부한 봄나물을 ‘한국의 허브’라고 생각하고 다이어트 음식 옆에 툭툭 놓아보자. 퍽퍽한 닭 가슴살, 소고기, 두부 등 단백질 음식을 먹을 때도 봄나물을 샐러드처럼 먹거나 무쳐서 함께 먹으면 조미료 못지 않은 독특한 향과 맛으로 무미건조한 식단에 생기를 불어넣어준다.


조금 화려하게 요리하고 싶다면 고기 또는 해산물을 봄나물과 볶아서 라이스페이퍼에 싸보자. 복주머니 모양으로 동그랗게 싼 뒤에 데친 미나리 줄기로 매듭을 지으면 손님맞이용 요리로도 손색없는 비주얼 다이어트 메뉴가 완성된다.




5. 미나리 삼겹살 김밥.jpg 요리법은 간단하지만 풍성한 맛을 내주는 미나리 삼겹살 김밥 (C)이주현



2) 자취 요리에도 봄기운 한 스푼 똑!

봄나물의 요리 열전의 두 번째 주자는 ‘자취 요리’이다. 최근 SNS에 ‘자취 요리’라는 키워드로 다양한 요리들이 올라오고 있다. 맛도 모양도 제각각이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최대한 만들기 쉽고 간단한 요리법’이라는 것이다. 한 마디로 ‘가성비 끝판왕의 요리’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자취생에게 봄나물이라 하면 엄두가 안 나는 사치스러운 식재료로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절대 그렇지 않다. 본래 나물이라는 것은 생채소나 살짝 데친 채소에 양념만 넣고 조물조물 무친 아주 심플한 조리법으로 완성된다. 집에 된장, 간장 등의 기본 양념장도 여건이 안 된다면 요리수 하나만 구비해도 충분하다. 요즘엔 다진 마늘도 큐브 형태로 판매하고 있으니 취향에 맞는 봄나물 한 소쿠리만 사오면 벌써 반은 끝낸 셈이다. 양념, 다진 마늘만 넣고 조물조물 손맛으로 마무리하면 레토르트 식품이나 배달음식으로 채워졌던 식사 시간에 건강한 생기가 더해진다. 이 싱그러운 맛에 무뎌진 미각이 한 번 눈 뜨기 시작하면 다시 예전의 식생활로 돌아가기 어렵다. 큰 수고로움 없이 헬시 플레저를 만끽하는 셈이니 봄나물만큼 가성비 좋은 식재료가 또 없다.



6.봄동 꼬막 국수.jpg 봄동과 골뱅이를 넣고 매콤하게 비벼낸 영양식 두부면 비빔국수 (C)이주현

뻔한 음식에도 봄나물이 쏙 들어가면 입맛이 쑥 올라간다. 간단하게 끼니를 때우고 싶을 때는 역시 국수만한 것이 없다. 먼저 잃어버린 입맛까지 되찾아주는 매콤새콤한 비빔국수에 돌나물을 한 줌 넣어보자. 여기에 간단하게 골뱅이나, 여건이 된다면 제철 해산물인 꼬막이나 주꾸미까지 추가하면 춘곤증도 물리칠 만큼 오감을 자극하는 싱그러운 봄나물 비빔국수를 즐길 수 있다.


간장으로 양념한 짭잘한 비빔국수에는 살짝 데친 달래를 잘게 썰어 넣으면 알싸한 향에 잃어버린 입맛까지 돋워준다. 이 정도면 라면보다 쉬운 봄나물 요리라는데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혹시나 면요리라 탄수화물 섭취량이 걱정된다면 두부면이나 곤약면으로 대체해보자. 다이어트 요리도 봄나물이 합세하면 계절의 기운을 넉넉히 담은 멋진 요리가 된다.






3) 봄나물과 파스타의 이상적인 공식

최신 트렌드의 선두주자인 유명 레스토랑과 호텔에서는 돌아오는 계절마다 시즌 요리를 선보이느라 바쁘다. 이번 봄 역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한 화려한 봄나물 열전이 한창이다. 특히 한국의 전통 식재료인 봄나물과 양식을 조합한 퓨전요리 영역에 풍덩 뛰어든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코리아 허브’인 봄나물도 나물무침 외에 얼마든지 다른 조리법으로 요리할 수 있다. 지극히 한국 고유의 정체성을 띤 나물이지만, 봄나물 각각의 특성에 따른 양식 조리법을 매칭하면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맛을 낼 수 있다.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양식 메뉴 중 하나인 파스타와 봄나물의 의외의 조합에 대해 살펴보자.


7. 미나리 오일 파스타.jpg 시원한 미나리가 요리 전체의 맛을 올려주는 해산물 오일 파스타 (C)이주현

담백한 맛을 내면서 재료 본연의 맛을 잘 살려주는 오일 파스타는 봄나물과 찰떡궁합의 조합을 자랑한다. 매콤한 페퍼론치노와 마늘을 넣은 오일 파스타의 마지막 단계에 미나리를 살짝 넣어보자. 싱그러움을 머금은 알싸한 미나리와 후끈함을 내뿜는 페퍼론치노의 결이 다른 매운 맛이 파스타 한 그릇에 경쾌하게 어우러진다.


매운 페퍼론치노 대신에 간장을 넣어 한국식으로 양념한 오일 파스타 역시 냉이를 넣으면 봄기운이 물씬 난다. 두 가지 오일 파스타 모두 꼬막이나 쭈꾸미등 제철 해산물을 듬뿍 넣어주면 더 풍성한 맛과 든든한 포만감을 낼 수 있다.


다음은 봄나물과 의외의 조합을 자랑하는 크림 파스타이다. 얼핏 생각하면 향토성 짙은 봄나물과 뽀얀 크림 파스타의 연결성을 찾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부드럽고 고소한 크림소스가 개성 넘치는 봄나물의 향과 맛을 부드럽게 감싸준다. 개인적으로 참나물과 크림소스의 조합을 추천한다. 버섯, 양파 등을 넣으면 맛이 더욱 풍성해지고 트러플 오일을 살짝 떨어뜨리면 고급스러운 풍미가 한층 깊어진다. 여기에 크래미나 닭고기를 넣으면 편식하는 아이들도 신나게 먹을 수 있는 봄나물 파스타가 완성된다. 기호에 따라 파마산 치즈를 솔솔 뿌려주면 진한 감칠맛이 더해지는데, 봄나물 본연의 맛과 향은 여전히 그대로니 참으로 신기한 조합이다.


마지막으로는 한국 전통 양념인 ‘된장’과 서양의 식재료 ‘버터’와의 조합이다. 이 조합 역시 쉽사리 맛을 상상하기 힘들 수 있지만 의외의 깊은 풍미를 자랑하니 봄이 지나가기 전에 한 번쯤은 꼭 시도해보자. 버터와 된장에 잡내를 잡아주는 맛술을 기본으로 소스를 구성한다. 여기에 베이컨과 봄나물 달래를 넣으면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바삭하고 고소한 맛의 파스타가 완성된다. 고소한 ‘버터’와 구수한 된장의 ‘풍미’가 두 나라 사이 그 어디쯤에서 우리의 입맛을 잡아당긴다.



3. 우리 마음에도 봄이 오나 봄!

봄나물이 이렇게 식탁 위 전방에서 위풍당당하게 활약할 수 있는 것은 혹독한 계절을 이겨낸 강인한 생명력 덕분일 것이다. 그 차가운 흙 속에서 인내한 시간만큼 제 시기를 맞은 봄나물은 눈이 부시게 빛이 난다. 혹시 지금 마음속에서 한 겨울을 지나고 있는 중이라면 고난을 견뎌낸 봄나물의 기운을 듬뿍 받아 진정한 봄을 맞이하길 바란다. / 이주현 푸드 칼럼니스트




▼ 본 칼럼은 한국교직원공제회 포스트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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