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탕후루'에 열광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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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직원공제회 전문가 칼럼 시리즈로
매달 <이주현의 푸드레터>를 연재합니다.

이번달 주제는 "탕후루 열풍"입니다.
즐겁게 읽어주세요 :)

- 푸드 칼럼니스트 이주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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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현의 푸드 레터 11월호>

극강의 단맛, 대한민국이 '탕후루'에 열광하는 이유는?


흑당, 마라탕에 이어 탕후루까지...
한국을 휩쓰는 중화권 음식 열풍



1020세대를 중심으로 거세게 부는 탕후루 열풍이 심상치 않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상권 지역이면 5분마다 눈에 띄는 탕후루 가게, 학생들의 손에 핸드폰과 함께 들려 있는 탕후루. 길거리에 수북하게 쌓여있는 탕후루 나무 꼬챙이까지. 그야말로 탕후루가 길거리를 점령했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수요에 가맹사업 문의도 폭주 중이다. 외식업계는 ‘탕후루 빙수’ ‘탕후루 마카롱’ ‘탕후루 하이볼’등을 개발하며 각종 변주에 열을 올린다. 탕후루 신조어도 생겨났다. ‘식후탕(식사 후 탕후루)’이나 ‘마라탕후루(마라탕 식사 후 탕후루)’는 10대들 사이에선 이제 일상적으로 쓰이는 용어이다. 알록달록한 색감의 사진과 함께 탕후루 해시태그를 단 인증샷이 SNS에는 수 십만 개가 넘어섰다. 이제 탕후루는 단순히 음식을 넘어서 10대들의 놀이 문화가 된 것이 아닐까.


그러다 보니 뒤따르는 말도 많아졌다. 가장 이슈가 되는 과다한 당분 섭취 문제부터 탕후루를 먹고 난 뒤 아무 데나 버려지는 꼬치와 종이컵, 중화권 음식 소비와 관련하여 반중정서까지. 뜨거운 감자가 된 탕후루에 대해 여러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흥미로운 것은 탕후루를 향한 열기는 식을 기미가 안 보인다는 것이다. 이 작고 반짝이는 디저트에 숨겨진 힘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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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약으로 먹던 탕후루”
지금과는 다른 최초의 형태



탕후루는 산사나무 열매나 작은 과일을 꼬치에 꿴 뒤 설탕과 물엿을 입혀 만드는 중국의 전통 과자이다. 탕을 뜻하는 ‘당(糖)’과 호리병박을 뜻하는 ‘호로(葫蘆)’가 합쳐진 용어이다. 탕후루 모양이 호리병을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도 있고, 표주박 모양의 그릇에 설탕물을 끓여 과일을 찍어 먹었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탕후루의 역사를 기록한 정확한 문헌은 없다. 하지만 탕후루의 기원에는 두 가지 이야기가 존재한다. 첫 번째는 요나라를 세운 거란족이 썩기 쉬운 과일을 오래 보존하기 위한 방법으로 녹인 엿을 과일에 발라 말리거나 얼려 먹었는데, 이것이 훗날 탕후루로 발전했다는 설이다. 또 다른 설은 황귀비와 관련이 있다. 12세기 말 남송 황제 광종의 애첩인 황귀비가 원인 모를 병에 걸렸다. 진료를 본 의사가 산사나무 열매를 먹게 하였는데, 시고 쓴 산사나무 열매를 쉽게 먹기 위하여 끓인 설탕물을 발랐다고 한다. 이것을 먹은 황귀비는 병이 나았고, 훗날 민간에 전해지며 탕후루로 발전했다고 한다. 지금은 건강을 위협하는 간식으로 문제 되고 있지만, 최초의 형태는 병을 낫게 하는 약이었다니 참으로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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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를 사로잡은
탕후루 열풍의 원동력



1. SNS를 타고 온 거센 탕후루 열풍

탕후루는 SNS를 통해 급속하게 인기를 얻은 아이템 중 하나이다. 유튜브의 ASMR(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백색소음)영상과 숏폼(짧은 동영상)에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최적의 소재였다. 바삭한 설탕층이 깨지면서 내는 소리가 시청자들의 귀를 사로잡았고, 선명한 과일색에 반짝이는 설탕층으로 코팅한 외관은 시선을 강탈했다. SNS특성상 특히 시각적인 부분이 중요한데, 탕후루의 알록달록하고 반짝이는 비주얼은 ‘인스타그래머블(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한 아이템으로 충분했다. 여기에 극강의 달콤한 맛까지 더해지니 10대들의 반응은 뜨거울 수밖에 없지 않을까. 이에 먹방 유투버들이 우후죽순으로 탕후루를 영상 아이템으로 사용하기 시작했고, 직접 탕후루를 만드는 영상들이 공유되면서 탕후루를 둘러싼 다양한 콘텐츠가 생산됐다. 이러한 흐름은 음식을 놀이로 즐기는 MZ세대의 성향과 완벽하게 맞아떨어져 폭발적인 인기를 만들어냈다.


2. 거부할 수 없는 자극적인 맛과 식감

몇 해 전부터 한국에서 중화권 음식이 마니아층을 형성하여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특유의 달콤한 맛을 냈던 흑당 버블티부터 묘한 향신료와 매운맛이 매력적인 마라탕까지. 중화권 음식을 찾는 소비자의 공통된 의견은 ‘자극적인 맛’이다.

최초의 탕후루는 쓰고 신 과일을 편하게 먹기 위해 설탕 시럽을 바른 것에서 시작됐다. 중국의 대표 탕후루는 산사와 딸기로 만든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 정착한 탕후루는 다양한 과일로 범위를 넓혔다. 씨 없는 포도 샤인머스캣, 거봉, 귤, 파인애플, 딸기 등 이미 충분히 달콤한 과일에 설탕 시럽을 한 번 더 발라 만든다. 더 나아가 과일이 아닌 탕후루도 등장했다. 떡, 빵, 마시멜로, 견과류를 활용하는가 하면 마카롱과 빙수에 탕후루를 곁들인 이색 조합도 탄생했다.


그러다 보니 입속에서 퍼지는 극강의 달콤한 맛에 우리 혀는 속수무책으로 정신을 못 차린다. 또한 중국 탕후루와 비교했을 때 한국 탕후루는 설탕 코팅이 더 얇다. 입속에 넣으면 바사삭 하고 부서지는 식감을 극대화한 것이다. 이렇게 극단에 가까운 자극적인 맛과 식감은 10대들의 입맛을 단박에 사로잡아 버렸다. 다른 음식으로는 도저히 채워지지 않는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탓인지, 탕후루가 한 꼬치당 3,000~4,000원으로 중국 현지에 비해 높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가게 앞에는 손님들로 북적인다


3. “중국은 싫지만 탕후루는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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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이해하기 힘든 10대의 식문화

탕후루 열풍이 흥미로운 점은 최근 반중(反中)정서가 최고조임에도 불구하고 중화권 음식에 대한 소비는 여전히 줄어들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탕후루의 주 소비층이 1020세대인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성세대와 달리 1020세대는 ‘선택적 수용’에 따른 소비를 유연하게 이어나간다. 예를 들어 기성시대의 경우, 특정 나라가 싫으면 그 나라의 제품 구매를 완강히 거부하는 불매운동을 고수한다. 하지만 젊은 층은 정치적인 이념과 소비문화는 별개의 것으로 구분한다. 좀 더 유연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반중, 반일을 따지며 눈치를 보기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실용적인 소비를 당당하게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또한 음식은 이념소비에서 좀 더 자유로운 경향이 있다. 옷, 가전제품 등은 한 번 구매하면 오래도록 보관하지만, 상대적으로 음식은 먹고 나면 사라지는 일회성의 특징을 지닌다. 내가 곧바로 맛볼 음식 앞에서는 이념소비 성향이 옅어지는 것이다.


또한 1020세대에게 음식이란 SNS에 후기를 공유하는 것처럼 ‘경험’을 소비하는 것이다. 유명 매장에서 파는 탕후루를 종류별로 모두 먹어보는 ‘탕후루 도장 깨기’부터 일상에서 ‘탕최몇?(탕후루 최대 몇 개 가능?)’이라는 챌린지를 공유하는 것을 보면 이들에게 음식은 소비와 놀이 사이에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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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 당류, 충치, 중독..
탕후루를 둘러싼 뜨거운 논란”


탕후루 열풍과 함께 과한 당류 섭취를 걱정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당류는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성분이다. 하지만 하루 섭취량을 넘긴다면 당연히 건강에 해로울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를 총 섭취 열량의 5%(2,000k㎈ 기준 25g) 미만으로 줄일 것을 권고했다.


식약처가 조사한 탕후루의 당류 함량은 대략 14~27g이다. 하루에 탕후루 한두 개를 먹으면 하루 권장 섭취량을 넘어서게 되는 셈이다. 물론 우리 주변에 탕후루 말고도 높은 당류를 함유한 간식은 많다. 스무디나 에이드류 1잔에 담긴 평균 당류는 65g으로 탕후루의 두 세배 수준이다. 이에 탕후루만 ‘악마의 음식’으로 지적할 문제는 아니지만, 전반적인 당류 과잉 섭취를 경계하는 입장에서 적정량의 탕후루를 섭취하려는 주의는 필요하다.


또한 탕후루는 충치에 최악의 음식으로 꼽힌다. 설탕물을 입혔기 때문에 끈적하게 치아에 달라붙는다. 치아에는 미세한 흠이 있는데, 흠에 박힌 탕후루의 당분은 칫솔모보다 작기 때문에 양치를 해도 완전히 제거가 어렵다고 한다.

자극적인 단맛에 대한 중독 증상도 우려된다. 단 맛은 또 다른 단 맛을 부른다. 탕후루처럼 극강의 단 음식을 먹으면 뇌 안의 도파민이 분비된다. 그리고 한 번 그 맛에 길들여지면 쉽게 헤어 나오기 힘들기 때문에 단맛에 대한 경각심을 늘 일깨우는 것이 필요하다. 어떤 음식이라도 과하면 좋지 않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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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후루는 과연 롱런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수많은 신드롬급의 간식들이 잠시 반짝였다가 사라진 경우가 수도 없이 많다. 이들은 주로 먹기 불편하거나, 식품 제조 관정에서 비위생적인 논란이 생기며 사라졌다. 또한 건강에 해로운 영향이 공표되면서 소비자들이 떠났고, 뚜렷한 주관 없이 대세를 따르는 현상인 밴드왜건 효과가 떨어지자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췄다.


급속도로 변화하는 식품 업계에서 탕후루 역시 이런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하지만 프랑스의 마카롱, 대만의 버블티처럼 외국 디저트가 한국에서 탄탄하게 자리를 잡은 사례도 많다. 건강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적정량을 섭취한다면 탕후루 역시 한국의 미식 문화를 더욱 폭넓게 만들어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지나친 과당 섭취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제로슈거’ 탕후루가 개발되는 등 자체적인 노력을 병행하고 있는 탕후루가 최종적으로 한국에 어떤 모습으로 정착할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





▼ 본 칼럼은 한국교직원공제회 포스트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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