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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대표 보양식 오리고기, 집에서 즐기는 홈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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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날이 무더워지면서 기운이 떨어질 때 찾는 고기가 있다. 바로 오리고기다. 부드럽고 쫄깃한 육질에 입에서 녹는 듯한 식감의 지방층까지, 오리고기는 이제 한국에서도 대중적인 식재료로 자리 잡은 지 꽤 됐다. 고기 특유의 누린내가 적으면서 고소한 맛 덕분에 1순위로 취급되는 육류는 아니지만, 크게 호불호가 갈리지 않고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고기이다.



여름철 보양식이자, 날아다니는 등 푸른 생선은?!

물에 가볍게 둥둥 떠다니는 오리는 이에 걸맞는 맞춤형 신체구조를 갖고 있다. 깃털이 물에 젖으면 무거워지기 때문에 물에 쉽게 떠다닐 수 있도록 체내에 기름이 많다. 실제로 오리고기를 구워 먹으면 엄청난 양의 기름이 나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많은 기름 양에도 불구하고 오리고기가 건강식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불포화지방산’ 때문이다.


오리고기의 기름은 동물성 지방이지만 대부분 불포화지방산으로 이루어져 있다. 불포화지방산은 혈액 순환과 심혈관계 질환에 도움을 주며, 콜레스테롤 개선에 효과적이다. 오리고기는 돼지고기의 두 배, 닭고기의 다섯 배, 소고기의 열 배에 해당하는 불포화지방산 함량을 자랑한다. 덕분에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기로 유명한 등 푸른 생선과 함께 자주 거론되곤 한다. 하지만 불포화지방산이라고 해서 무조건 많이 먹을수록 좋은 건 아니다. 불포화지방산 역시 지방이므로 적정량만 섭취하는 것이 좋다. 아무리 불포화지방산이라고 해도 기름의 양이 부담스럽다면 오븐이나 에어프라이기를 활용해 담백하게 조리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 외에도 대부분의 육류가 산성 성질을 띠는데 비하여 오리고기는 알칼리성 성질을 띈다. 이는 체액이 산성화 되는 것을 막고, 피부 노화 방지 및 탄력 있는 몸매 유지에 도움을 준다. 또한 콜라겐, 황산 콘드로이틴 등의 함량이 높아 피부 미용, 뼈와 관절 건강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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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즐겨 먹는 오리탕, 훈제 오리고기


경기도와 전라남도에서는 ‘광주 오리탕’이 향토 음식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경기도 광주에는 오리탕 골목으로 유명한 광주 오리 요리거리가 따로 있을 정도이다. 전라도 지역에서는 뽀얗게 오리탕을 끓여내는 다른 지역과 달리 된장, 고추, 들깨가루를 넣어 걸쭉하게 만드는 점에서 차별성을 보인다. 오리탕은 끓일 때도 오리 고기 기름을 많이 걷어내지만, 먹기 직전에 미나리, 부추와 같은 생야채를 넣으면 더욱 담백하게 즐길 수 있다.


보양 식재료인 오리고기에 각종 한방 약재를 넣어 끓인 ‘한방 오리탕’도 있다. 보양식 메뉴로서 만만치 않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기력 보충이 필요한 여름에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한방 오리탕은 뽀얀 오리탕과 달리 짙은 국물색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가 평소에 가정에서 쉽게 먹을 수 있는 형태는 ‘훈제오리’이다. 장시간 열과 연기를 쏘여가며 제대로 훈연 조리한 훈제오리는 기름기가 많이 빠져 담백하고, 육질이 쫄깃쫄깃해진다. 무엇보다 특유의 스모크한 향이 매력적이다. 고기가 식어도 따로 데울 필요 없이 그냥 먹어도 된다. 밥과 함께 먹거나 소스를 찍어 먹는데, 단맛이 나면서 톡 쏘는 향의 머스터드 소스는 훈제오리와 떼 놓을 수 없는 환상의 궁합을 자랑한다. 만약 다이어트 식단이나 저염식으로 먹는다면, 시중에 판매되는 훈제오리 제품은 한 번 삶아서 기름기와 소금기를 빼고 먹는 게 좋다. 오리 고기 자체가 기름기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훈제 과정에서 생각보다 많은 소금이 첨가되기 때문이다.



중국과 프랑스의 오리고기 사랑

오리 고기를 즐겨 먹는 대표적인 문화권으로 단연코 중국과 프랑스를 꼽을 수 있다. 중국의 대표 고기로 돼지고기를 가장 먼저 떠올리겠지만, 오리고기 역시 돼지고기 못지않게 사랑받는 육류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북경요리인 ‘베이징 카오야’는 무려 30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그 유명한 베이징 카오야는 오리 고기 껍질에 물엿과 양념을 발라 구워낸 요리이다. 바삭해진 오리 껍질이 거부할 수 없는 달콤짭잘한 맛을 낸다. 이 오리고기를 얇게 저며 밀전병에 여러 채소와 함께 넣어 쌈을 싸서 먹는다. 베이징 카오야 외에도 뼈를 발라낸 오리 안에 다양한 속재료를 넣고 조롱박 모양으로 만들어 조리하는 상하이 요리, 통오리를 비파 모양으로 튀겨내는 광둥요리도 있다.


프랑스에서는 ‘오리 콩피’로 오리고기를 즐겨 먹는다. 오리고기를 오리 기름에 넣어 천천히 익힌 후에 그대로 식혀 보관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필요할 때마다 다시 가열해 먹는다. 서양에서는 버터나 돼지기름보다 오리기름이 훨씬 고급스러운 식재료로 취급 받는다.


세계 3대 진미 중 하나인 푸아그라 역시 오리의 간으로 만든다. 사실 푸아그라는 처음에 야생 오리의 간으로 만들던 황실요리였다. 그러다 프랑스 혁명 이후 그 수요가 증가하자 그 당시 사육하기 쉬웠던 거위의 간으로 만들게 되었다.



오리고기와 최고의 음식 궁합

가장 먼저 오리고기와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는 식재료로는 단호박을 꼽을 수 있다. 샛노란 단호박 위에 오리고기를 듬뿍 얹어 내는 ‘단호박 오리찜’은 대표적인 보양식 중 하나이다. 단호박의 달콤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오리고기와 잘 어울리며, 단호박의 여러 가지 약리작용이 오리고기 영양분과 궁합이 잘 맞는다.


부추는 체내에 쌓인 나트륨을 배출시켜 간 건강에 좋은 식품이다. 또한 부추의 따듯한 성질이 오리고기의 차가운 성질을 보완해준다. 무화과는 뻣뻣한 오리고기 육질을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갈아 놓은 무화과에 오리고기를 재워두면 질긴 육질이 부드러워지며 풍미까지 좋아진다.


전복 역시 오리고기와 궁합이 잘 맞는다. 일상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어지럽거나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숨이 가빠진다면 오리고기와 전복을 국으로 함께 끓여 먹으면 기력 회복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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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하게 먹는 오리고기 보양식 <오리고기&통마늘 냉채>


한낮에는 여름을 방불케 할 정도로 뜨거운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럴 때 뜨거운 오리탕은 어쩐지 손이 잘 안 간다. 오늘은 마트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훈제오리를 사용하여 시원하게 먹을 수 있는 보양식 메뉴를 소개한다. 면역력 강화에 좋은 마늘과 각종 채소를 함께 먹을 수 있어 무더운 시기 기력을 회복하는데 효과적이다.


■ 필요한 재료

훈제 오리고기, 마늘, 다양한 채소

* 땅콩소스 : 연겨자 1큰술, 꿀 2큰술, 레몬즙 1큰술, 간장 1큰술, 땅콩버터 1큰술, 물(취향껏)


■ 만드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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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분량의 땅콩소스 재료를 넣고 잘 섞어준다.

2. 꼭지를 제거한 통마늘을 기름을 두른 팬에서 뚜껑을 덮고 5~7분간 익혀준다.(약불)

3. 마늘이 말랑말랑하게 익으면 훈제 오기고기를 넣고 익혀준다.

# 오리고기에서 기름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휴지나 키친타올로 기름기를 제거해주면 한결 담백하게 먹을 수 있다.


오리고기가 느끼하다면 팬에서 볶을 때 양파와 부추를 함께 넣어보자. 영양 보충뿐만 아니라 기름을 잡아주는 기특한 재료들이다. 소개한 땅콩소스에서 땅콩버터를 빼면 겨자장이 된다. 이 겨자장이나 초고추장에 들깻가루를 섞은 소스에 찍어 먹어도 한결 담백하게 즐길 수 있으니 참고하자.





오리는 독극물을 먹어도 살아남는 유일한 동물이라고 한다. 무슨 말인가 자세히 살펴보니, 다른 동물의 치사량보다 15배나 되는 양의 독을 먹어도 죽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불가능해 보이는 것이 가능한 이유는 오리의 뇌수에서 해독물질이 분비되며, 해독력이 강한 자성 물질을 스스로 찾아 먹는 본능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쩐지 오리고기를 먹는 것만으로도 오리의 강력한 생존 본능이 몸 안에서 불쑥 자라나는 느낌이 든다. 요즘같이 몸과 마음에 스트레스로 인한 독을 쌓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오리와 같은 해독능력이 생겼으면 하는 마음이다.










*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전문가 필진으로 기고한 5월 칼럼으로, 전문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요리, 사진, 글 = 이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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