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이 비슷한 사람과 거꾸로 하는 결혼 #1
비로소, 에세이를 씁니다.
저는 글밥 먹고 산지 10년 된 카피라이터입니다. 짧은 글, 즉 상업 글쓰기에 특화되어 있죠. 하지만 제 사적인 취향은 참 오래도록 노랫말, 시, 에세이글이었습니다. 노랫말을 쓰는 작사가, 시를 쓰는 시인, 에세이를 쓰는 모든 용감한 글쟁이들을 늘 동경해 왔는데요. 작사가로도 몇 해 도전해 봤으나 결국 잘 되지 않았고 에세이는 언젠간 써야지, 써야지만 했습니다. 실제로 과거 브런치에서도 글쓰기를 몇 번 시도해 보았지만 왠지 길게 이어지지는 않았어요.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면 저 스스로도 매력적이면서도 끝없이 소재가 쏟아져 나올 마땅한 주제가 없었던 것 같아요. 나름 아직까진 타인이 보기에 독특한 직업인 '광고인'으로써의 나를 이야기해야 할까? 아니면 두 마리의 반려고양이와의 육묘일기를 써볼까? 영화를 좋아하니 영화리뷰를 써볼까? 예쁜 쓰레기만 보면 사족을 못쓰니 소품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등등... 다양한 시도는 많았으나 꾸준함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제게! 몹시 강렬하게 글을 쓰고 싶은 뜨거운 욕망이 들끓기 시작했어요.
그것은 결국 돌고 돌아 어쩌면 제일 평범할지 모르는
'저라는 사람, 그 자체'에 대한 소재입니다.
먼저, 이 기나긴 어쩌면 평생 지속될지도 모르는 제 에세이의 영감은 오로지 제 '사랑하는 연인'에게서 비롯되었습니다. 그 사람은 저의 오랜 뮤즈이자 피앙세입니다. 제가 앞으로 털어놓는 이야기는 무려 (띠)동갑 커플과 고양이 세 마리, 강아지 한 마리, 오리 두 마리, 수많은 초록이들과의 전원생활에 대한 공유성 기록과 자전적인 일기 그 중간 어디쯤의 소소한 이야기가 될 거예요.
해서 다소 간지럽지만 그에 대한 저의 감상과 저희 부부의 결혼 준비 스토리가 이 이야기의 프롤로그가될 것 같습니다. 아래 글은 제가 제 친구와 지인들에게 2023년 4월 19일에 결혼을 깜짝 발표하며 썼던 글입니다.
그렇습니다. 제 남편은 띠동갑의 '직장상사'이자 '비혼주의자'였습니다. 이 두 가지 키워드만으로도 이 '극복 of 극복' 연애의 난항이 예상되지 않나요?
이 사람과의 열애사실을 엄마께 처음 털어놓던 날이 지금도 생생히 떠올라요. 저희 엄마는 (대부분의 부모님에게서 나올 당연한 반응이겠습니다만) 당시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왜 굳이 '극복' 해야 하는 사랑을 하니?"라고.
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극복할 마음이 들지 않는 것은, 결국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해"
심지어 결혼결정은 집을 먼저 사게 되어버리는 바람에(?) 급물살을 타고 진행되었어요. 결이 비슷한 우리 두 사람은 종국에는 '마당 있는 시골집'에서 사는 것이 로망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나누곤 했었는데요. 그러면서도 사실 구체적으로 미래를 그려보게 된 것은 머지 않은 일입니다.
불과 올해 초였습니다. 어느 날 커플타투, 심지어 빼도 박도 못하는 '서로의 지문으로 만든 하트'로 생애 첫 타투를 하겠다고 한 그의 결정이 제겐 큰 울림으로 다가왔어요. 타투는 그가 늘 하고자 하는 마음은 있었으나 마땅한 도안이 떠오르지 않아 10년째 레퍼런스 이미지만 모아두고 있다고 했었거든요. 심지어 그는 저와 달리 상당히 이성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타투를 커플타투로 하겠다는 그의 결정은 꽤 특별하게 와닿았답니다. '음, 우리의 미래가 좀 더 또렷해지는군!'
각설하고, 결정적 그날은 사실 이천으로 임장을 가보기로 한 날이었어요. 이천 지역의 전원주택 매물들이 저희 예산안에 들어왔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현장을 보러 가기로 한 거였죠. 해서 매물정보를 좀 알고 가고자 이천지역으로 검색을 했는데 이게 웬걸! 남양주에 급매로 뜬 전원주택이 있는 거예요. 사실, 서울접근성을 고려한다면 남양주가 1순위였지만 아무래도 교통이 좋아서 그런지 가격대가 너무 높아서 포기했던 지역이었거든요. 구경이나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이천을 차치하고 남양주로 급 결정하고 갔습니다. 전원주택에 지내기로 마음먹은 뒤로 경매물건부터 시작해서 정말 많은 영상과 후기를 공부하던 때였어서 저희는 이날 바로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어머, 이건 꼭 사야 돼!"
있는 돈 없는 돈 다 털어 현장에서 바로 가계약을 저질러버리고 집에 돌아와 엄마에게 급히 연락을 했습니다.
"엄마, 나 집 샀어! 그래서, 결혼할 거야"
"뭐? 어디? 집을 사? 결혼을? 누구랑???"
"있어~ 다음 주에 데려갈게!"
엄마둥절(?)을 유발하며 이렇게 우당탕탕 거꾸로 하는 결혼 준비에 본격적으로 돌입합니다. 웨딩촬영도 급결정했는데요. 결혼 이야기가 나오기도 전인 몇 달 전에 오로지 숙소가 예뻐서 예약해 두었던 곳에서 "가는 김에 찍지 뭐!" 하는 마음으로 진행했습니다. 하얀 웨딩드레스(사실 그다지 제 취향이 아니기도 합니다) 없고, 스냅작가도 없고, 근본도 없는 셀프 of 셀프 파워 셀프 웨딩스냅 작전이 그 시작이 되는데...!
여행인 듯, 촬영인 듯 재미있게 찍고 온 ‘미즈노씨네 트리하우스’에서의 유쾌한 웨딩스냅 에피소드와 팝콘 없이는 못 읽는 그곳에서 만난 신기한 인연 이야기가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아! 저희 부부는 도합 30년 차 광고쟁이들이라 지독한 컨셉충(?)인데요. 해서 저희는 우리집을 피터팬의 네버랜드로 명명하기로 했어요.
절대 철들지 말고 살어리랏다!
Welcome to Neverla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