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러 생활 2023 연말정산
출퇴근 괜찮아?
시골러 생활 어느덧 약 반년 차!
전원주택 생활을 하게 되면서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에요.
괜찮을 리가 있겠습니까.
안 피곤할 리가 없습니다.
그저, 하나를 가지면 하나는 버려야 한다는
각오로 선택한 삶이기에 가능한 일이죠.
시골생활요? 당연히 불편합니다.
왕복 네 시간 출퇴근 각오 해야 하고요.
도보거리… 아니 스쿠터 거리 마트라곤
하나로마트라도 있는 것에 감사하고 삽니다.
분리수거요?
차 끌고 마을 초입까지는 나가야 합니다.
도시생활 할 땐 계단 내려가기도 귀찮다며
투덜대던 일인데 말입니다.
장마철에 곰팡이와의 리얼 전쟁 치러보셨습니까?
심지어 이사 와서 얼마 안 되어 지네한테 물려서
꽤나 놀라고 아팠답니다.
살다 살다 지네를 실제로 볼 거라고도
상상조차 한 적 없는데 말이에요.
저희 집은 산 바로 아래에 지어진 집이라,
태풍이 온다는 소식이 들리면
산사태로 축대가 무너져
집을 덮칠 걱정도 안고 살아요.
겨울의 동파사고도 꽤 긴장됩니다.
전원생활을 시작한다고 하니,
어른들이 걱정 제1목록이 압도적으로
“겨울에 어쩌려고 그러냐~”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11월부터 아침이 오면
벌써 마당엔 서리가 내려앉더라고요.
시골은 겨울이 한 달 더 빠르다더니 맞는 거 같아요.
보험을 잘 못 믿어서 그 흔한 실비보험도 없는 제가,
자연재해 보험을 들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네, 불편하고 상상 못 할 힘듦 투성인데요
아이러니하게도 요새 행복지수 최고조,
단언컨대 제 인생 황금기입니다
경춘선을 타고 출퇴근하게 되면서
기차 밖 풍경을 바라보는 습관이 생겼어요.
서울살이 할 때는 늘 아침을 어두운 지하 속에서
다 보내는 기분이었는데,
이제 아침마다 차창 밖으로
계절이 흐르는 풍경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시시각각 계절에 따라 바뀌는 모습들
마치 액자 속 그림 같더라고요.
소소하지만 새로 생긴 재미 중 하나는
인생 가장 신선한 육회를 주기적으로 먹습니다.
우리 마을엔 시골 종특(?)인 하나로마트만
있는 줄 알았는데,
도매가에 살 수 있는 정육점도 가까이 있어서
소 들어오는 날, 목요일마다
육회를 기다리는 재미가 아주 쏠쏠해요.
그래서 목요일은 육회데이라고 부른답니다.
저렴한데, 신선하고 너무 맛있어요!
목요일에 용감히 놀러 올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자신 있게 대접하고 싶을 정도로!
가장 좋은 점은 평일에도
일과 일상의 완벽한 단절을 누릴 수 있어요.
저는 일과 일상을 잘 분리하지 못하는 사람이라
업무 스트레스에 깊이 빠지면
꿈에서도 일을 하는 사람인데요.
도시와의 경계가 확실히 지어지는 곳에 살면서
조금씩 On-Off 하는 법을 익히는 중입니다.
계속 도시생활을 했다면 절대 못했을 거예요.
이처럼
초록이 주는 충만함,
햇살이 주는 보살핌,
정원에서 누리는 낭만,
털뭉치들과의 관계,
도심과의 단절,
여유로운 동네상인 분들의 친절까지
불편함이 열이라면
행복함은 백인 삶일 것이므로-
전원생활을 꿈꾸고 있다면!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전원주택을 알아본 적이 있다면,
까짓 거 하루라도 빨리 저질러버리라고
감히 이야기하고 싶어요.
이 모든 것을 당신이 하루라도,
아니 한 시간이라도
빨리 갖길 간절히 바라기 때문입니다.
진심으로요!
혹자는 혹한기를 다 지나보고
다시 얘기해 보자고 하지만,
글쎄요.
뭐 어려운 상황이 닥쳐도 다 방법이 있지 않겠어요?
실제로 저는 난방비 핑계김에(?) 무려 거실에
예쁜 난로를 두고 살 수 있어서
오히려 좋던데요!
당신이 선택한 삶이라면
뭐라도 감당할 수 있을 거예요.
하고 싶은 일을 '~때문에' 감옥에 가둬 두지 마세요.
'~때문에' 이끌려 다니는 삶이 아닌,
‘~이므로’ 내가 이끄는 삶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아주 강한 힘을 갖고 있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낭만주의자들!
이 정도 불편함 따위 안고 갈 수 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