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에 'FTA'가 필요하다고?????
오늘(2026년 3월 16일자) 중앙일보 1면에 WBC 8강전 참패를 당한 한국야구를 꼬집는 기사가 실렸다. 수년째 답보 중인 국내 투수들의 구속 문제를 꼬집는 대목은 합당한 지적이다. 국내파 투수들의 구속 문제는 지난 WBC 당시부터 심각한 문제로 지적받아 왔다. 일간스포츠의 야구 전문 기자였던 최민규 한국야구학회 이사는 최근 <시사IN> 기고를 통해 국내파 투수들의 전반적인 구종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다양한 원인을 진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해외 선수들은 끊임없이 최신 이론을 몸소 습득하고 구속을 끌어올리는 데 반해, 한국야구의 경우 프로 구단 코치들에 대한 대우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시대에 뒤처지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 몇 년간 아마야구에서 150km대 강속구를 펑펑 뿌리던 유망주가 프로 입단 후 투구폼 교정 과정에서 부진의 늪에 빠지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미·일에 비해 아마야구 인프라는 부실한데 유망주 선수 보호는 훨씬 경솔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 또한 지적할 수 있다. 지난 10년간 프로 입성 1~2년차에 1군에서 100이닝 이상을 던진 고졸 투수는 13명이나 됐다. 하지만 이렇게 데뷔하자마자 1군에서 구른 이들 중 커다란 부상·부침 없이 롱런 중인 투수는 사실상 원태인 한 명뿐이다. 과장 좀 보태서 한국야구가 스스로 국제 경쟁력이 있는 유망주를 끊임없이 부숴왔던 셈이다.
문제는 중앙일보 기사에서 이러한 점은 전혀 다뤄지지 않고, 엉뚱한 이야기를 해법이랍시고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 선수 출전 제한이 '폐쇄적 보호 장벽'으로 작동하며 리그 발전의 발목을 잡는다고 한다. 야구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한국야구를 대만·일본과 비교한 직후 '한국야구가 국제 경쟁력을 잃어버린 원인'이랍시고 들지 않을 이야기다. 전 세계의 야구 선수들이 모여 자웅을 겨루는 메이저리그(MLB)가 이례적일 뿐, 아시아 3대 야구 리그 모두 자국 선수를 보호하기 위한 외국인 출전 제한 규정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기자가 '이번 WBC에서 한국 야구 대표팀보다 6km/h 빠른 공을 던졌다'라고 이야기한 대만의 프로야구 리그(CPBL)의 경우, KBO리그와 마찬가지로 최대 3명의 선수가 한 경기에 동시 출장할 수 있다. 일본 프로야구(NPB)는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 자체는 무제한이다. 하지만 한 경기에 출전 가능한 외국인 선수는 최대 4명이다. NPB가 12개 구단 체제임을 감안하면 오히려 KBO리그보다 강한 보호 장벽을 갖춘 셈이다.
'자유무역협정(FTA)으로써 해외 시장과 정면으로 맞서야 우리 시장이 국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라는 중앙일보의 전반적인 논조를 그대로 따라간 결과로 보인다. 중앙일보의 신자유주의 논리를 전적으로 존중한다. 하지만 수준급 기량을 갖춘 외국인 선수들이 선발 로테이션을 차지하는 동안, 어리고 잠재력 있는 유망주 투수들이 근시안적인 지도자들에 의해 계투진에서 혹사당한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이어지는 내용은 황당한 수준이다. 일본 야구선수들도 경제적 요소를 고려하며 미국 무대에 도전장을 내민다. 지난겨울 포스팅을 신청한 오카모토 카즈마와 이마이 타츠야는 각각 4년 6000만 달러, 3년 5400만 달러에 MLB 구단과 계약을 맺었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계약한 무라카미 무네타카는 팀에서 2번째로 높은 연봉을 받게 됐다. 반면 다카하시 코나는 기대에 못 미치는 계약 제안을 받자 미국행을 포기했다.
'일본 선수들은 도전한다'라면서 KBO리그의 나태함을 꼬집으려는 시도는 수십 년간 안정적인 커리어를 포기해 가며 미국행을 타진했던 국내 선수들을 모욕하는 일이기도 하다. 현역 시절 '풍운아'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최향남은 2009년 포스팅을 신청해 단돈 101달러에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마이너리그 계약을 체결했다. 만 36세의 나이에 메이저리그 최저 연봉 수준의 봉급을 받으며 미국행을 타진했던 구대성의 사례도 있다.
한 마디로, '야구의 'ㅇ'자도 모르는 사람이 작성한 기사'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해당 기사의 바이라인에 이름을 올린 기자님은 야구보다는 축구 분야의 전문성이 훨씬 높은 것으로 보인다. 축구 전문 기자님이 '국제 경쟁력 떨어지는 한국야구'를 주제로 기사를 쓰실 수 있다. 하지만 타 종목의 문제 해결법을 KBO리그에 그대로 가져다 대면 곤란하지 않나? (※ 물론 K리그를 KBO리그와 비슷한 수준으로 흥행시키는 방법 또한 '외국인 선수 출전 제한 폐지'는 아닐 것이다.)